미디어텍은 지난 1997년 설립된 회사로 대만에 본사를 두고 있다. 광스토리지, DVD플레이어용 반도체 칩 판매로 시작한 이 회사는 2000년대 들어 무서운 기세로 성장했다. 지난해 출하량 기준으로 모바일 핸드셋 분야 1위, 광스토리지와 DVD 플레이어 칩셋 시장 1위, HD DTV 칩셋 시장 2위를 기록했다.
이 회사의 성장을 이끈 것은 무엇보다 자사가 개발한 휴대폰용 베이스밴드와 무선주파수(RF) 칩 솔루션이다. 중국 내 영세한 전자 제품 디자인하우스들은 미디어텍의 솔루션을 받아서 케이스만 씌우면 휴대폰을 생산할 수 있다. 기존 경쟁사들이 생각하지 못한 이 같은 방법으로 미디어텍은 중국 내 저가형 휴대폰 시장을 순식간에 잠식했다. 지난해 금융 위기 여파로 인텔 · 소니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매출액이 감소하는 동안 미디어텍은 매출액 35억5100만달러(약 4조230억원)로 22.6% 늘었다. 반도체설계(팹리스) 업체 중에서는 퀄컴(64억900만달러)에 이어 4위에 올랐다. 영업이익률은 40%에 육박한다.
대만의 산업 생태계도 미디어텍의 성장에 한몫했다. 미디어텍에 따르면 세계 1 · 2위 파운드리인 TSMC · UMC가 존재하고, 이 회사들과 미디어텍은 `아주 강력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미디어텍 창립 멤버 중에는 UMC 출신들이 많고, UMC는 미디어텍의 지분 1.4%를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과 가깝고, 언어가 통한다는 것도 강점으로 작용했다.
미디어텍이 무섭게 주가를 올리는 동안 기존 GSM 베이스밴드를 생산하던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는 관련 사업을 접었다. ST마이크로는 무선 사업부를 분사시켜 에릭슨과 통합법인을 새로 만들었다. 애플 · 노키아 · 삼성전자에 베이스밴드칩을 공급하는 인피니언 역시 지난달 적자 상태에 있는 무선사업부를 인텔에 매각했다.
이 회사는 전 세계에 중국 · 싱가포르 · 인도 · 미국 · 한국 · 일본 · 덴마크 · 영국 등 17개국에 영업소와 연구개발(R&D) 센터를 두고 있다. 국내 지사는 지난 2007년 2월에 설립됐다. 지난 2008년 1월 미디어텍이 아날로그디바이스의 무선사업부를 인수하면서 GSM 베이스밴드 분야 인력을 흡수했다. 지난해에는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베이스밴드 칩을 개발한 국내 팹리스 이오넥스를 인수했다. 현재는 한국 내 휴대폰 제조사에 2G 베이스밴드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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