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역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존 스노우는 1854년 영국에서 콜레라가 창궐했을 때, 원인물질이 오염된 식수라는 것을 밝혀냈다.
그는 특정 지역에서 콜레라 감염자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다는 사실을 주목하고, 해당 지역을 지도 위에 표시했다. 그 결과 사망자들이 모두 특정 우물을 식수로 사용했고, 우물의 펌프가 문제임을 밝혀낸다.
공간정보 전문가들은 이 사례를 공간과 정보를 결합해 문제를 해결한 대표적 사례로 본다.
150년이 지난 지금 공간정보는 다양한 산업과 결합해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 그리고 공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건을 하나의 데이터베이스(DB)화 한 공간정보를 분석해 실생활에 응용하는 시대가 열렸다.
◇삶 곳곳에 스며든 GIS=다음커뮤니케이션이 지난해 1월 출시한 `다음 로드뷰`는 공간정보의 대중화를 이끈 주요 서비스 중 하나다. 이 회사는 어제 술을 마셨던 지역이 어디인지,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에게 길을 알려주는 등 CF로 대중들에게 GIS가 무엇인지를 친근하게 소개하기도 했다. 초보자도 알기 쉽게 처음 가는 지역을 찾아갈 수 있게 해 교통혼잡비용을 대폭 절감한 내비게이션도 공간정보를 응용한 사례다.
GIS는 최근 들어 단순히 위치를 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이종 산업과 결합한 대표적 IT컨버전스 분야로 부상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지도와 고객정보를 결합한 `G-CRM`이다. G-CRM은 고객 유형별 분포를 지도상에 보여줘 특정지역 고객에 맞춤형 마케팅을 펼칠 수 있다. 국민은행은 2008년 은행권 최초로 G-CRM을 구축한 데 이어 최근 G-CRM 고도화사업에 나섰다. 우리은행과 외환은행도 G-CRM사업에 착수한 상황이다.
대형 백화점은 집단 건물인 아파트 단지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점포별로 주요 마케팅 대상을 선정해 타깃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고 일부 백화점은 문화센터 셔틀버스 운행경로를 결정하는 데 GIS를 활용하기도 했다. 통신사업자는 전국 빌딩과 건물 시설별 통신상품의 침투율과 네트워크 가용성을 결합하고 분석한다.
카드사는 카드 고객의 주 활동 지역과 해당 지역의 카드사 가맹점을 분석해 마케팅은 물론 가맹점 충성도를 높이는 방편으로 활용하고 있다.
◇융합하는 GIS=국토해양부가 이달 초 개최한 `2010 디지털국토엑스포`에서는 실내에서서도 동작하는 내비게이션이 등장해 관람객들의 발길을 잡아끌었다.
KT는 관람회에서 GIS에 액세스포인트(AP)기술과 전자태그(RFID) 등을 접목한 `인도어(indoor) GIS 위치인식서비스`를 처음 공개했다. 오는 10월부터 시작할 이 서비스는 실내구조가 복잡한 코엑스 · 인천공항 등 대규모 복합건물에서 쉽게 위치를 찾을 수 있게 한다. 삼성SDS는 실내에서 위치인식은 물론 증강현실을 구동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GIS는 디지털미디어와도 본격적으로 융합하고 있다. 3차원(D) 공간정보를 안방에서 3DTV를 통해 입체적으로 보는 것이다. 국토해양부는 강남 테헤란로 일대를, 국립해양조사원은 독도를 각각 3D 공간정보로 구현한 3DTV를 행사에서 시연한 바 있다. 아시아나IDT는 환경과 공간정보를 결합한 u도시생활폐기물 통합관리시스템과 그린홈네트워크시스템을 개발했다. u도시생활폐기물관리시스템은 폐기물 용기에 전자태그(RFID)를 부착해 배출량만큼 요금을 부과하는 서비스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 같은 현상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입을 모았다. 황종성 한국정보화진흥원 연구위원은 “지구 위에 떠 있는 29개의 위성을 활용해 위치정보를 상품화한 GPS는 아직은 미래 공간정보기술의 한 구성요소에 불과하다”면서 “하지만 스마트폰 등 모바일 단말과 결합하며 종래에는 사람의 생활방식과 문화, 경제구조를 송두리째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사이버 국토 구축`…한국은 이제 걸음마= 실제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는 GPS를 활용한 위치기반서비스(LBS) 시장이 2009년 10억달러에서 2012년에 53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이는 측량을 중심으로 한 과거의 공간정보산업이 수십 년에 걸쳐 만든 시장규모(2008년 44억달러)를 단숨에 능가한 것이기도 하다.
이 같은 중요성으로 세계 각국은 오래전부터 범국가적으로 공간정보 산업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이는 한국의 GIS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임에도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 공간정보 기본 인프라는 열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해 뒤늦게 공간정보에 관한 법률을 마련했다. 업태의 특성상 정부가 나서 GIS 기본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지만, 올해 GIS 공공 예산은 지난해에 비해 절반 이상 삭감됐다.
정부가 공간정보 산업 육성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대표적 사례가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심사가 지연된 바 있는 3차원(D) 공간정보 구축사업이다.
이 사업은 국토해양부가 오는 2012년까지 2358억원을 투입해 현재 2D 수치지도를 3D로 업그레이드해 구글 `어스`나 마이크로소프트 `빙 맵 3D` 등을 능가하는 3D 공간정보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로 추진됐다. 국토부는 지난해 예비타당성 평가에서 경제성을 따지는 편익비용비율이 0.4로 지나치게 낮게 나온 것을 감안해 사업 규모를 애초 계획했던 2358억원의 60% 수준인 1479억원 선으로 낮춰 재심의를 요청한 바 있다. 최근 국토부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심사를 통과, 내년 3D 공간정보 구축사업에 대한 예산을 일부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따라 이통사를 비롯한 관련 업체의 GIS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GIS업계 한 사장은 “산업간 컨버전스 가속화와 다양한 기술과의 융복합화 · 지능화에 따라 공간정보 산업이 G-CRM과 u시티, 3차원(3D)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컨버전스의 기본이 되는 공간정보 인프라 구축을 하루빨리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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