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사무실에 앉아만 있다고 생산성이 높아지진 않는다.
일하는 시간이 아니라 얼마나 가치 있는 성과를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하다. 이제 더 이상 워크 하드의 시대가 아니라 워크 스마트가 필요한 `스마트워크`의 시대가 도래했다.
스마트워크는 종래의 사무실 근무 환경을 탈피해 언제 어디서나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업무 개념을 말한다. 스마트폰, 원격 영상회의 시스템, 스마트TV, 초고속인터넷 등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일하는 방식의 혁신이 가능해졌다.
스마트워크에는 △시간 · 장소에 관계없이 모바일기기를 이용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모바일 오피스 △네트워크로 연결된 영상시스템이나 원격근무센터를 활용하는 원격근무 △근무시간의 일부를 집에서 보내는 재택근무 등이 포함된다.
스마트워크는 환경문제는 물론이고 저출산 · 고령화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재택근무를 하거나 거주지에서 가까운 원격근무센터를 활용하면 기혼 여성의 출산 · 육아 문제를 덜 수 있다. 한국의 여성취업률은 20대 후반에는 65%로 높지만 30대 초반으로 가면 50%로 떨어진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렵다는 방증이다. 대도시 교통 혼잡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연간 26조원에 달한다는 통계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스마트워킹 보급률은 1% 미만이다. 관계 중심의 조직관리, 대면 커뮤니케이션 중시 문화, 보안 통제의 어려움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 7월 20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스마트워크 활성화 전략` 보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2015년까지 전체 노동인구의 30%까지 스마트워크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대도시의 구청과 주민센터 등에 첨단 원격업무시스템을 갖춘 `스마트워크센터`를 만들어 회사와 동일한 사무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우선 올해 13억3000만원을 투입해 서울 도봉구청과 경기도 분당에 스마트워크센터를 세워 시범운영한 뒤 2015년까지 공공형 50곳과 민간형 450곳으로 확대키로 했다.
또 대단위 아파트 건축 시 스마트워크센터를 주민 공동시설에 포함시키는 한편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자체 스마트워크센터를 갖춘 기업에 대해 육아시설 설치를 지원하고, 교통유발부담금 감면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키로 했다.
스마트워크 기반 시설 확대를 위해 이동하면서 초고속인터넷 이용이 가능한 와이브로 서비스를 2012년까지 전국 84개 시로 확대하고, 정보보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스마트워크 서비스 인증제도 도입키로 했다. 스마트워크 시행에 맞춰 공무원 근태관리 체계와 조직 및 인사제도를 바꾸기로 했다.
이를 통해 정부는 2015년까지 공무원의 30%, 전체 노동인구의 30%가 스마트워크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수도권의 원격근무 1일당 90여분의 출퇴근 시간이 줄어들고 사무직 860만명이 동참할 경우 연간 111만톤의 탄소배출과 1조6000억원의 교통비용 감소가 기대된다.
기업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KT는 지난달 23일 국내 최초로 성남시 분당사옥에 스마트워킹센터를 개관했다. 스마트워킹센터는 직원이 원할 때 이용할 수 있는 사무공간이다. 이에 따라 분당에 거주하는 KT 직원은 광화문의 사무실로 출근하는 대신 분당의 스마트워킹센터로 출근해 일할 수 있다.
KT는 스마트워킹센터를 늘려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달까지 고양 · 서초에 추가로 2개 센터를 개설하고, 연말까지 노원 · 안양 등 6개소를 추가해 총 9개소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삼성SDS도 자체 개발한 스마트워킹시스템 `모바일 데스크`를 적용하면서 인사 및 평가제도를 전면 개편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또 현재 분당과 수원 · 삼성동 아셈타워에 운영하는 스마트워킹존을 연말까지 규모와 갯수를 늘려갈 계획이다.
한국IBM도 수년 전부터 스마트워크시스템을 도입했다. 서울 강남 도곡동과 여의도 등에 사무실을 마련해 직원들이 유연하게 근무할 수 있도록 했다. SK그룹도 최근 전 직원에게 스마트폰을 나눠주는 등 모바일 오피스 도입을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스마트워크 확산으로 생산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350만명이 스마트워크를 이용할 경우 연간 공간 효율화를 통한 직접비용만 3300억원이 줄어들 전망이다. 출퇴근 시간은 2만5000년, 연료절감 2억ℓ, 이산화탄소 46만톤 감축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스마트워크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에 특히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KT는 지난해 11월부터 여성부와 맺은 `여성 친화기업 문화협약`에 따라 스마트워킹 도입을 검토해 왔다. 이번 스마트워크 도입도 우선적으로 육아여성 직원 중 희망자를 대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스마트워크 활성화 전략 보고회에 참석했던 이명박 대통령은 “스마트워크 도입은 대혁명적 변화”라며 “전문가는 아니지만 KT 직원(3만1000여명) 같은 경우는 반은 출근 안 해도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면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한 우리의 기업문화를 감안할 때 스마트워크가 단기간에 정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인사시스템의 새로운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점에서 직원들의 혼란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문제다.
박스/유럽 · 미 · 일도 스마트워크 열풍
스마트워크 열풍은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이미 외국과 글로벌기업은 원격 · 재택 · 모바일 근무를 도입해 근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네덜란드는 전체 사업체 중 49%가 원격근무제도를 운영한다. 고용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원격근무자 비율이 높고 500인 이상의 경우에는 91%가 원격근무를 할 만큼 스마트워크는 이미 보편화된 근무형태로 자리 잡았다.
네덜란드는 암스테르담 주변에 99개의 스마트워크센터를 운영 중이다. 이 센터에는 원격근무, 영상회의, 금융 · 복지시설 등이 완비돼 있으며 공공과 민간의 공동 활용 사례도 많다.
일본은 올해 전체 취업인구의 20%를 원격근무가 가능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원격근무를 위한 시설 투자에 세제 혜택을 주는 등 원격근무 인구 두 배 증가를 위한 실행계획도 수립했다.
미국은 2016년까지 재택근무자 수가 2008년 미국 성인의 15.4%에서 25.9%로 증가할 전망이다. 근로자의 43%에 해당된다.
미국 총무성(GSA)은 2010년까지 원격근무가 가능한 직원 약 1만여명의 50%를 주 1회 이상 원격근무 체제로 전환할 계획이다. 현재 워싱턴DC 일대에는 15개 스마트워크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영국의 BT는 9만2000여 직원의 87%가 참여하는 탄력근무제를 도입해 운영한다.
직원들은 △업무 공유 △재택근무 △부분적 재택근무 △원격근무센터 근무 △출퇴근 자율제의 5가지 옵션 중에서 근무 형태를 선택할 수 있다. 해당 직원들에게는 인터넷 접속과 메일 포워딩 설비, 사무가구 등이 지원된다.
일본 NTT는 2008년부터 재택근무를 도입해 전 임직원으로 확대하고 있다. 원격회의와 소호 재택근무, e러닝, 텔레세일즈 등을 도입했으며 `웹 커넥트 지원센터`라는 솔루션을 개발해 스마트워크를 추진 중이다.
이 같은 스마트워크 확산을 통해 각 국은 막대한 유무형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미국은 재택근무자 증가로 2020년까지 1360억마일의 차량 운행거리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로 인해 6600만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유럽도 EU 근로자의 10%가 스마트워크에 동참할 경우 연 2217만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영국 BT는 탄력근무제 시행으로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유연근무자의 생산성이 사무실 체류 직원에 비해 20~60% 증가하고 재택근무하는 콜센터 직원은 고객응대 수준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병가 신청자가 63% 감소하고 산후 휴가자의 복귀율이 99%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환경이나 복지 등에 대한 인식이 앞선 선진국에서 스마트워크 도입 시기가 한국보다 빨랐다”며 “하지만 스마트워크의 가장 중요한 IT 기반과 국민의 활용 능력이 뛰어난 만큼 한국의 스마트워크는 그 어느 나라보다 빨리 정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형태근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도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 정보통신기술 기반이 뛰어나 재택 · 유연근무를 할 만한 여건이 충분하다”며 “대면문화로 인한 고정관념만 탈피한다면 단기간에 스마트워크 환경을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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