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 취재수첩]CIO의 말로(末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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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과 선진 프로세스 도입을 주도한 최고정보책임자(CIO)들은 대체로 말로가 좋지 않아요.”

기업 IT부문에서만 20년 가까이 근무한 모 부장이 최근 기자에게 던진 말이다.

CIO의 위상이 높아지고 IT부문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요즘, CIO의 말로가 좋지 않다니 지나가는 말이라도 꽤나 충격적이다.

모 부장의 말은 이렇다. CIO가 경영혁신을 위한 IT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진행하다 보면 으레 현업 부서와 마찰이 발생한다.

현업 부서 입장에서는 기존 업무 방식을 바꿔야 하는데 설사 이것이 좀 더 효율적인 방향이더라도 대개는 불만이 앞선다. 사내 커뮤니케이션도 원활하지 않아 모든 것을 CIO가 일방적으로 주문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로 오해하기 일쑤다.

자연스레 이 과정에서 모든 비난은 프로젝트를 추진한 CIO에게 쏠린다. CIO는 현업 부서의 반대를 어느 정도는 이해하지만 달리 방도가 없다.

프로젝트가 지연되는 것을 막고 최고경영자가 제시한 방향을 따르기 위해서는 사업을 강행할 수밖에 없다.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끝나도 CIO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는다. 프로젝트 성과와는 별도로 CIO에 대한 직원들의 반감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의 기업 CIO를 보면 대대적인 프로세스혁신(PI)이나 차세대시스템 사업을 마친 후 교체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문제는 기업이 CIO에게 IT뿐 아니라 경영혁신 전반에 걸쳐 더 많은 역할을 요구하면서도 정작 그에 걸맞은 권한은 주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IT프로젝트를 총괄하면서 현업 부서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하지만 CIO에게 그러한 힘은 없다. 프로젝트를 가장 잘 아는 CIO가 사업 완료 후 실질적인 최적화와 성과 창출까지 이어가야 하지만 더 이상의 시간은 주어지지 않는다.

물론 대규모 프로젝트가 끝난 후 자칫 긴장감이 풀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직 개편은 어느 수준에서는 필요하다. 하지만 프로젝트 완료가 그저 CIO를 교체하는 타이밍으로 활용돼서는 곤란하다.

마치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가만히 앉아 있던 주인이 벌어가는 형국에서 어느 CIO가 진정한 `이노베이션 리더`로 나설 수 있겠는가.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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