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이야기] 내면이 성숙한 배우가 되겠다, 배우 한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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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주인공을 제외하고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가 있다면 단연 멀티맨이다. 매 순간 다른 매력을 내뿜는 멀티맨, 그 일상의 모습은 어떨까? 멀티맨 배우 한상욱이 무대에서 내려와 수줍게 인사를 건넨다. 무대 위와는 사뭇 다른 진지하고 차분한 음성을 지녔다.

한상욱은 연극 `그남자 그여자`에서 아부쟁이 부장님으로, 얄미운 친구 설자, 욕쟁이 할머니, 영민의 친구 등등 12역을 맡았다. 무대 위의 모습과는 달리 조근조근 한 말투의 배우 한상욱은 이제껏 해보지 않은 배역이 욕심나 멀티맨을 맡게 됐다고. “멀티맨은 1인 12역을 연기해요. 배우와의 호흡이라든지, 짧은 시간에 다른 배역으로 변신해야 하는 점 등 연기를 하면서 많이 배울 수 있는 역이라 꼭 해보고 싶었어요. 영훈, 영민도 매력 있는 캐릭터지만 극 중 감초의 역할을 연기하고 싶었습니다.”



◇지금이 차곡히 쌓여 깊이를 이룬다=거의 매 순간 등장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1인 12역은 숨이 차다. 그가 연기하는 12명의 인물 중 가장 애착이 가는 배역은 누구일까?

“부장님이 가장 정이 가요. 아부하기 좋아하고 자기과시가 심한 캐릭터에요. 그렇지만 또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기도 하죠. 전 부장님의 특징을 잘 살려 극에서 웃음포인트를 제공하고 싶어요.” 더욱 완벽한 부장님으로 거듭나고자 안경까지 착용해가며 얄밉지만 정감 가는 한상욱표 부장님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내면의 또 다른 나를 이끌어내 그 배역과 하나가 되고 싶다는 배우 한상욱은 깊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했다. “내면이 성숙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배우는 서른부터`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 말에 공감해요. 성숙함이 배어 나오는 연기는 더욱 감질나는 것 같아요. 전 타고난 배우가 아니기에 지금 저의 노력이 쌓여 깊이가 느껴지는 연기를 하게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내적으로 많이 성장해야 할 것 같아요.”



◇`나`보다는 `우리`=한상욱은 연기하는 게 아니라 실재의 자신과 극 중 캐릭터가 하나가 되고자 했다. “누구나 다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생각하는 나와 친구들이 보는 나는 달라요. 전 제가 가진 내면의 색을 잘 끄집어내 극 중 인물과 혼연일체가 되고 싶어요. 보는 이들이 극 중 캐릭터와 실재의 저와 오해할 정도로 실감 나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연기에 대한 욕심으로 가득한 그는 극에서 자신이 돋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배우와의 호흡을 가장 중요시했다. “연기라는 게 혼자서 하는 거라면 집에서 연습할 수 있으니까 노력하면 되지만 관객은 개인을 보는 게 아니라 하나의 작품을 보는 거잖아요. 완성도 있는 작품을 보여줘야 하는데 어느 누가 튀어버리면 극의 흐름을 방해한다고 생각해요. 전 애드리브도 좋아하는데 서로 맞춰보지 않은 상태에서 애드리브를 하게 되면 상대배우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에 검증된 애드리브만 선보이려 자중하고 있어요.”

1인 12역 연기는 결코 녹록지 않다. 상대배우와도 호흡도 고려해야 하고, 자신도 빠른 시간 내 다른 배역으로 몰입해야 한다. 화려한 주인공 보다는 약방에 감초가 되고 싶다는 한상욱의 멀티맨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한상욱이 연기하는 멀티맨은 8월 31일부터 윤당아트홀(관장 고학찬)에서 막을 울렸다.

글/사진 뉴스테이지 박수민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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