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칼럼]미래는 공간정보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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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4년 영국 런던에서 콜레라가 창궐했을 때 일이다. 많은 사람이 속수무책으로 죽어가고 있을 때, 존 스노우라는 과학자가 환자 발생지역을 지리적으로 분석해 특정 우물이 콜레라의 진원지임을 밝혀낸 적이 있었다. 영국 정부가 우물을 폐쇄하고 콜레라를 진정시켰음은 물론이다. 공간과 정보를 결합, 문제를 해결한 고전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이후 공간과 정보의 결합은 비약적 발전을 거듭했다. 1900년대에는 측량기술 발전으로 아주 정확한 지도를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됐고, 1990년 전후에는 정보기술 발전에 힘입어 GIS라는 강력한 분석수단이 널리 활용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러한 발전은 앞으로 다가올 거대한 변화에 비하면 아주 작은 소용돌이에 불과하다. 이미 GPS가 미래 공간정보의 위력을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다. 지구 위에 떠 있는 29개의 위성을 활용, 위치를 상품화한 GPS는 미래 공간정보기술의 한 구성요소에 불과하지만 이미 사람의 생활방식과 문화, 경제구조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혹자는 스마트폰의 인기도 GPS 기능 때문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는 GPS를 활용한 위치기반서비스(LBS) 시장이 2009년 10억달러에서 2012년에 53억달러로 3년 사이에 무려 5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전망이 정확하다면, 측량과 GIS 같은 전통 공간정보산업이 수십 년에 걸쳐 만든 시장규모(2008년 44억달러)를 GPS 하나가 불과 수년 사이에 만들어내는 셈이 된다.

미래 공간정보가 가져올 질적 변화는 더욱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과거의 공간정보가 사람이 이용하는 것이었다면, 미래의 공간정보는 사물이 이용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마치 과거에는 자동차 운전자가 전국도로지도를 보고 길을 찾았지만, 지금은 지도는 내비게이션이 보고 운전자는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받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미래 공간정보가 가져올 대표적인 변화를 추려보면 크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공간정보는 인터넷과 현실공간을 하나로 연결지을 것이다. 현재 인터넷 콘텐츠는 공간적 맥락을 갖지 못하지만, 앞으로는 모든 콘텐츠가 공간정보와 연결돼 인터넷과 현실공간의 벽이 사라질 것이다. 이미 구글 등 글로벌 포털은 주요 콘텐츠에 위치좌표를 붙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면 스마트폰이 현재 위치에 해당하는 정보를 자동적으로 불러 오는 등 새로운 서비스가 가능해 진다.

둘째 공간정보를 통해 상황인지 서비스가 가능해 진다. 이른바 `생각하는 사물`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강의실 내에 있는 핸드폰이 수업이 시작되면 스스로 꺼진다든지, 자동차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자동적으로 속도를 줄이는 것처럼 사물이 개별 공간의 상황을 인지하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공간정보는 앞으로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필수요소가 될 것이다.

셋째 공간정보는 현실공간에 대한 인간의 대응능력을 강화시킨다. 이라크 상공을 날고 있는 무인항공기를 미국 네바다주에서 조종할 수 있는 것은 현장의 상황을 지구 반대편에서도 손바닥 들여다 보듯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공간정보는 사람의 판단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여줄 것이다. 19세기에 영국의 존 스노우가 콜레라의 진원지를 밝혀 냈듯이, 공간정보는 상황을 신속히 파악하고 올바른 결정을 내리도록 도와준다. 특히 미래 공간정보는 각종 센서를 활용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에 정부든 기업이든 아주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지능형 도로를 활용하여 운전자가 가장 빠른 경로를 선택할 수 있는 것도 공간정보의 덕택이라 하겠다.

이러한 변화를 종합해 보면, 미래를 `공간정보의 시대`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공간정보가 인류의 진보를 선도하고, 공간정보를 잘 활용하는 나라와 기업이 아주 유리한 경쟁우위에 설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공간정보의 진흥을 위해 미국이 기울이는 노력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미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공간정보의 최강국이지만 위성발사 등 미래분야에 투자를 확대, 2005년 300억달러에 이른 전체 공간정보 매출 중 200억달러를 위성과 항공조사 등 원격탐사분야에서 창출해 냈다. 구글을 포함한 민간기업도 공간정보에 투자를 집중하고, 노동시장도 공간정보를 가장 유망한 직종으로 선정하여 대대적인 인력양성을 추진중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공간정보 분야에서 선진국을 따라가기에 매우 힘에 부치는 상황이다. 2009년 공간정보에 관한 법률을 정비하고 전담 정부조직을 창설했지만, 전반적인 경쟁력은 선진국에 비해 뒤쳐져 있다. 특히 위성 등 원격탐사와 센서 분야에서 선진국과의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다. 다만 1995년 이래 국가GIS사업을 통해 디지털 지도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 위안이 된다. 이래저래 한국의 갈 길이 멀어만 보인다.

황종성 한국정보화진흥원 연구위원 jshwang@ni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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