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TV 업체들이 국내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7월 보급형 디지털TV 조달등록을 마친 한 기업은 한 달이 넘도록 겨우 넉 대를 팔았을 뿐이다.
이런 어려움이 지속되자 업체들은 국내에 제조 기반을 둔 중소 TV 업체가 관공서 · 학교 등에 납품할 경우 PC · 모니터와 마찬가지로 별도의 중소기업 지원정책을 적용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PC는 정부가 2009년부터 조달용 공공 시장에서 중소기업 제품 구매를 늘려 비중이 40%까지 올랐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글로벌 1, 2위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나 국내 중견 · 중소 TV 제조사들은 규모의 경제논리가 지배하는 TV 사업에서 손을 떼거나 사업을 속속 축소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국내 TV 시장의 95% 이상을 점유하며 양강체제를 구축하면서 중소 TV 제조사들의 설 자리는 점점 위축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게 LCD 패널을 구매해야 하는데다 낮은 인지도, 열악한 AS망으로 인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일부 기업은 수출로 눈을 돌리고, OEM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국내 TV 판매대수는 연간 250만대로 추산되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강세 속에 중소기업들의 판매대수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심지어 정부의 디지털방송 전환 시범사업에 보급형TV 공급사로 참여한 기업마저 홍보 부족과 낮은 인지도로 인해 판매에 애로를 겪고 있다. 5월 25일부터 보급형 TV 판매를 시작한 대우디스플레이는 3개월 동안 270대를 판매했다. 7월 말 조달등록을 한 이 회사의 공공물량은 4대에 불과하다. 그나마 팔아도 이익은 전무하다.
국내 중소 TV제조사의 한 관계자는 “국민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단가를 낮게 책정하다 보니, 방통위 선정모델의 경우 이윤이 없어 일반 유통을 통한 판매는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아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조달청 관계자는 “PC처럼 중소기업 TV 제품에 공공기관이 일정 물량을 구매해 주는 정책은 현재로선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편 PC와 모니터 부문은 지난 2008년 이후 조달청의 국내 중소기업 지원정책을 실시한 이후 2010년 8월 말 현재 공공조달 시장에서 에이텍 · 주연테크 · 대우루컴즈 · 늑대와여우 등 국내에 제조 기반을 둔 중소기업 PC 비중이 약 40%까지 상승했다.
홍순후 조달청 사무관은 “4% 남짓했던 중소 PC 매출액이 많이 올라갔다”며 “일자리 및 부가가치 창출 측면에서 중소기업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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