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 안 회장이 말하는 전문 경영인의 세 가지 덕목
안경수 회장은 자타가 인정하는 전문 경영인이다. 그것도 국내 전자업계가 배출한 성공한 글로벌 경영인이다. 본인 스스로도 영원한 전문 경영인으로 남고 싶다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글로벌 전문 CEO를 위해 그가 꼽는 덕목은 세 가지다. 먼저 `환경 적응력(Adaptive)`이다. 능력 있는 기업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변화에 잘 적응하는 기업이 결국 살아남는다는 게 그의 첫 번째 지론이다. 언제 어떤 상황에도 바로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글로벌 경영자로서 갖춰야 할 최대의 덕목이라고 강조한다.
두 번째는 `숫자 감각`이다. 매출액이나 순익 등 각종 경영상의 지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분명히 파악해야 의사 결정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균형 감각`을 꼽았다. 서로 다른 문화에서 기업을 가꾸려면 상대방의 말도 신중히 듣고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균형 감각이 요구된다고 충고했다.
안 회장은 특히 글로벌 경영인으로서 누구나 흔히 생각하기 쉬운 외국어는 충분조건이 될지언정 필요조건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오히려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안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진짜 글로벌 경쟁력은 오히려 가장 한국적인 것이라고 말하는 배경도 같은 맥락이다.
박스/ 안경수 회장은…
경기고, 서울대 화공과를 나온 안경수 회장은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재료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당시 같이 수학했던 인물이 삼성 출신인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이희국 실트론 사장, 허염 실리콘마이터스 사장 등이다. 스탠퍼드 졸업 후 1984년 대우전자 이사로 국내에서 임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다우기술을 창업해 공동 대표를 맡은 후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을 시작으로 10년가량 `삼성맨`으로 지냈다.
삼성 PC사업본부장을 마지막으로 삼성을 접고 삼호물산 사장, 효성그룹 부사장을 거쳐 1996년 한국후지쯔 사장으로 일본기업과 첫 인연을 맺었다. 안 회장은 후지쯔 한국 사령탑으로 부임 한 후 2003년 일본 후지쯔 본사 경영 집행역을 맡아 일본 산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후지쯔에서 외국인이 경영 집행력을 맡기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집행역은 우리나라의 등기이사 격으로 집행 임원인 취재역보다 상위직급이다.
안 회장은 특히 IMF로 어려웠던 당시 한국후지쯔를 맡아 연평균 매출 30% 성장을 이끌며 취임 6년 만에 무려 다섯 배의 성장을 기록해 후지쯔를 국내 컴퓨팅 `빅5`에 진입시켰다. 지금까지도 후지쯔 본사를 통틀어 이같은 경영 성과를 올린 것은 안 회장이 유일하다. 이어 2007년 9월에 소니 그룹으로 스카웃돼 3년 동안 B2B 솔루션 사업본부장 겸 소니코리아 회장으로 재임하고 최근 노루페인트 회장으로 다시 국내에 복귀했다.
8년 미국, 13년 한국, 14년 동안 일본 기업까지, 우리나라를 포함해 일본 · 미국 유랑생활 덕분에 세 나라 기업 문화와 장단점을 가장 정확하게 아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평생 멘토로는 사업적으로 소병희 전 삼성 비서실장을, 인생으로는 김용원 전 대우전자 사장을 꼽았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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