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8월 17일, 오랫동안 연락이 없던 친구에게서 영상메일이 도착했다. 이번에 내가 만들어서 `인터넷 영화관`에 올린 `향단전`을 보고 너무 재미있어서 연락을 했단다. 내가 남자주인공인 이몽룡으로 나오고, 여자 주인공은 곧 결혼할 내 여자친구다. `인터넷 영화관`에 올린지 3주만에 관객은 50만명을 넘어섰다. 이번이 다섯번째 작품인데 갈수록 반응이 좋아지고 있다. 다음에는 돈을 좀 더 쓰더라도 `아바타 강호편`을 만들어 봐야겠다.
아마도 20년 후, 어쩌면 10년 후엔 자신이 원하는 스토리에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를 골라 자신이 원하는 배경을 조합하여 자신만의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을 만들어 볼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게임 타이틀 하나를 구매하는 정도의 가격으로 말이다. 자신이 만든 `아바타`를 본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정말 신나는 일이 아닌가? 아마 저작권에 대한 수많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지금은 상상의 나래를 펴고, 그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만 생각하도록 하자.
정말로 이런 일이 가능할까? 대답은 `Yes`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춘향전을 예로 들어 보자. 우리나라 대표 고전의 하나인 춘향전은 그 동안 수 많은 감독과 배우들에 의해 영화, 연극, 드라마, 뮤지컬 등 다양한 작품들이 만들어졌다. 급기야는 `쾌걸춘향`과 `방자전` 같은 기상천외한 작품들이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또 다른 춘향전, 또 다른 `쾌걸춘향`과 `방자전`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지 않은가?
최근 등장인물과 이야기 구조, 줄거리만 입력하면 대본을 완성해주는 소프트웨어나 다양한 라이브러리를 활용하여 스토리보드를 시각적으로 표현해주는 소프트웨어 등과 같은 `디지털 스토리텔링`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아바타`의 등장 이후 3D 입체 영화가 물밀 듯이 쏟아져 나오면서 영상 기술도 커다란 발전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 발전을 고려한다면 적어도 10~20년 후엔 방대한 양의 스토리와 영상 라이브러리를 활용해 누구라도 자신이 상상하는 작품을 손쉽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증강현실 기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접목한다면 영화나 TV에서나 볼 수 있었던 가상현실이 결코 허구 속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매트릭스(1999),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 아바타(2009) 등 대작들을 접할 때마다 가슴 설레이는 흥분과 함께 걱정도 같이 늘어나는 것은 이 업계에 발을 담그고 있는 자의 운명과도 같다. 과연 한국 콘텐츠 산업의 상상력은 어디까지일까? 똑같은 예산과 똑같은 스토리가 주어진다면 우리는 과연 매트릭스나 아바타와 같은 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하다고 보여진다. 자본과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상상력의 차이 때문이다.
10년, 20년 후 우리나라 콘텐츠산업의 발전을 위해 한가지 바람을 이야기한다면,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조성해 주자는 것이다. 상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정규 교육과정도 새롭게 편성하고, 다양한 프로그램들도 만들어야 한다. 청소년들의 개성을 존중해 주고, 그들이 꿈꾸는 상상의 세계를 마음껏 펼쳐보일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어른들의 몫인 것이다.
`콘텐츠, 어디까지 진화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쉽게 답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사람의 상상력이 어디서 끝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 콘텐츠가 어디까지 진화할 것인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매우 즐겁다는 사실이다.
김형민 한국콘텐츠진흥원 정보서비스팀장 momo@kocc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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