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술임치제 활성화 방안 마련해야

중소기업의 지식재산 유출이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대기업과의 거래에서 납품을 전제로 한 핵심기술 탈취가 빈번히 발생한다. 그래서 정부도 중소기업의 핵심기술을 지켜주는 `기술자료임치제도`를 운영 중이다. 기술임치제는 중소벤처기업이 어렵게 개발한 기술자료를 제3의 공인기관에 임치하면 개발 사실과 보유 여부를 입증해주는 장치다.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대기업 입장에서도 중소협력사와의 상생경영 일환으로 충분히 관심을 가질만한 제도다.

실제로 대기업이 기술임치제를 이용하면 납품받은 핵심기술을 임치기관으로부터 교부받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도 기술개발 사실을 보장받을 수 있어 기술 유출 우려를 덜 수 있다. 내부 직원 또는 산업스파이 등에 의해 자료가 유출돼도 임치물을 통해 기술 보유 여부를 입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기술 보험증서와 같은 기술임치제도가 이미 40여년 전에 상용화됐다. 특히 미국 최대의 임치기관인 아이언 마운틴의 경우, 이용기업이 5만여곳을 웃돌 만큼 국제적으로 보편화됐다.

그러나 2008년에 기술임치제를 처음 도입한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기대만큼 활성화되지는 않았다. 올해 이용 건수가 7월 말 현재 152건 수준이라고 한다. KT · 한국전력 · LG유플러스 · 삼성SDS · SK건설 등 몇몇 대기업들이 도입을 했지만 여전히 대다수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 협력업체가 갑작스럽게 부도나거나 유지보수료를 턱없이 올리는 사태에 대비해야 하는 대기업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렇다고 중소기업에 핵심기술을 내놓으라는 요구는 엄연한 불법행위다. 대기업과 중소업체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은 멀리 있지 않다. 기술임치제와 같은 좋은 제도를 만들어 놓고서도 활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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