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라벨링 없으면 수출 막힐 수도…정부·업계 팔짱

가전 및 각종 상품에 EU발 `탄소라벨링제도` 적색경보가 켜졌다. EU 국가들이 앞다퉈 이 제도를 도입하면서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나, 우리 기업과 정부는 이에 대한 대비책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다. 기업과 정부는 탄소라벨링제도를 무역규제로 여기지 않고 단순히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기후변화 대응책 중 하나로 생각하고 있다.

3일 지식경제부와 환경부·EU 등에 따르면 프랑스 의회는 지난 5월 자국 내에서 판매되는 상품(국산·수입)에 대해 `탄소라벨` 부착을 강제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1년 6개월 시범운영 기간이 지나면 프랑스에서 생산되거나 수입 유통되는 모든 제품에는 탄소라벨을 부착해야만 한다.

탄소라벨링제도는 제품이나 서비스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소비자에게 공개해 궁극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도모하는 제도다. 프랑스 의회의 탄소라벨링제도 시행에 이어 EU는 탄소라벨링전문포럼(PCF)을 통해 이 제도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EU 전체 국가 적용을 검토 중이다. 앞으로 글로벌 탄소라벨이 없으면 유럽 수출길이 막힐 수 있다는 해석이다.

미국은 조지아테크를 통해 300만달러를 들여 지난 3년간 서부지역 5개 산업(제품군)에 대해 측정·보고·검증(MRV) 체계를 구축해 모델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모델링 작업이 완료되면 미국도 제도 도입을 서두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은 탄소라벨링제도 대비에 무관심하다. 세계자원학회(WRI)와 세계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WBCSD)가 주관하고 미국·중국·일본 등 17개국 53개 기업(듀폰·미쓰비시화학·포드·바스프·코카콜라·테크프런트·GE 등)이 참가한 탄소라벨링 관련 측정 검증 표준 개발사업에 우리 기업 참여는 전무하다.

정부 역시 대책 수립에 소홀하다. 수출 부문을 관장하는 지경부에서 이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고,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총괄하는 환경부에서 환경산업기술원(KEITI)을 통해 탄소라벨링제도와 비슷한 `탄소성적표지제도`를 운용하고 있을 뿐이다. 현재 200여개의 제품이 탄소성적표지 인증을 받았지만 국제기준에 충족하는 보고서를 제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KEITI 탄소경영팀 관계자는 “올해 12월까지 해외 탄소라벨링제도 추진 상황 파악을 위한 용역을 추진 중”이라며 “유럽 등에서 탄소배출량 측정에 사용하는 동일한 방식을 활용해 국내 제품 인증을 진행하고 있지만, 외국에서 검증받은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탄소라벨을 부착하기 위해서는 단위 제품당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국제표준에 따라 계산한 자료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먼저 그 계산과정에 대한 정확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 계산과정은 단순히 제조 시 투입된 연료량과 소모된 연료량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정밀공정에서 제품 생산 시 발생하는 화학반응에 대한 세밀한 수치는 물론이고 많은 실험을 통해 탄소배출 정확도도 평가받아야 한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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