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했던가.
LG전자 구미공장의 팩토리 라인 역시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듯, 재편되고 있다. 과거 PDP를 생산하던 공장이 LED TV·3DTV 및 태양전지 등 신사업의 요람으로 재탄생되고 있는 것이다.
두꺼운 철문을 열고 들어선 구미 3DTV 생산공장. 우리에게 익숙했던 엑스캔버스와 인피니아 TV가 만들어 지는 곳이다. `고객은 기다리지 않는다. 한계 생산성 돌파!`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눈에 확 들어온다.
현장의 열기를 식히려는 듯 차가운 바람이 온몸을 감싼다. 3DTV를 비롯해 LED TV, LCD TV 등 LG전자 TV 생산의 산실인 구미 A3공장이다. 여기는 과거 PDP 모듈이 생산됐으나, 수요 변화에 따라 TV 및 모니터 제조공장으로 전환됐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3DTV는 주로 국내 소비자뿐 아니라 아시아·호주 등지로 수출된다.
공장 안은 예상 외로 시원하다. 처음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자동화 기계다. 칩마운팅 기계가 인쇄회로기판(PCB)에 부품을 마운팅하는 것처럼, 자동화 기계가 TV 후면커버를 본체와 결합시킨다.
김선우 LG전자 과장은 “아직까지는 테스트용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짧게 말한다. 생산성을 높이고, 낭비요소를 제거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실제로 A3공장 안을 흐르는 기운은 크게 `생산손실 제로(Zero)`와 `비부가가치 업무 최소화`로 요약된다. 끊임없는 비용혁신 방안이 제기되고, 그 가운데 참신한 아이디어는 발굴·적용된다.
공장 안은 셀 방식과 컨베이어 방식의 흐름라인이 혼재돼 있다. 이른바 컨버전스화된 라인이다. 셀 라인에서 조립된 각기 다른 크기의 TV는 물론이고 모니터 완제품이 흐름라인을 타고 포장라인으로 이동한다. 통상적으로 생산라인은 크게 컨베이어 라인과 셀 라인으로 구분된다. 컨베이어는 대량 생산에 안성맞춤이고, 셀라인은 다품종 소량생산에 적합하다.
공장 곳곳에서는 생산성을 향상시키려는 고민의 흔적이 묻어난다. 컨베이어 라인이 물처럼 흐를 수 있도록 작업자가 리모컨을 누르거나, 방송 시그널을 체크하기 위해 TV에 케이블을 꽂는 수고는 자동화 시스템이 대신한다. TV는 생산되지만, 품질테스트는 자가진단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3DTV는 컨베이버를 통과하면서 완제품으로 탄생된다. 여느 LCD TV, LED TV와 공정은 비슷하다. 김선우 과장은 “3DTV는 일반 LED TV, LCD TV와 조립방식은 똑같다”면서 “3D기능 구현을 위한 검사공정이 추가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3D 전용 모듈을 추가하고 능동식 3DTV는 오른쪽과 왼쪽의 영상이 제대로 구현되는 지를 파악하는 검사를 거친다. 특이한 점은 3D안경을 쓰지 않은 조그만 모니터가 이 같은 동기(Sync) 여부를 파악하는 방식이다.
생산모델 변경 시 발생하는 시간적 손실(Loss)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도 적용 중이다. TV에서 모니터로 생산대상을 변경하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설비 또는 계측기 위치를 변동시키기보다는 직원이 앞뒤로 이동한다. 호모 노마드는 이곳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디테일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2007년 도입한 아이디어 제안제도가 그것이다. 라인에 근무하는 모든 직원들이 불편사항과 애로를 포스트잇에 간략히 적어 붙인다. 허수식 LG전자 기성은 “낭비제거(1점), 제안(3점) 등 점수제를 도입해 운용하고 있으며, 많을 경우 한 사람이 10건 이상 올리는 일도 있다”고 설명했다.
개선하는 것 자체가 생산성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예컨대 LED를 백라이트 광원으로 사용하는 LED TV에서 가장 중요한 화이트밸런스 체크에 이동식 카메라 3대를 투입한 공정, 직원이 일일이 TV리모컨을 작동시켜야 하는 수고를 덜어주는 팩토리컨트롤리모컨(FCR) 등도 임직원들의 브레인 스토밍에서 나온 작품들이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구미공장의 생산성은 지난해 무려 3배가량 향상됐다.
스피드 경영은 구미 공장에서도 확인된다. 고객이 주문한 디지털TV를 최대한 이른 시간 내 설치해 주기 위해선 생산에서 납품까지 3일, 72시간이 주어진다. 자장면이 늦게 배달되면 주문을 취소하는 소비자는 TV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인내의 시간만이 다를 뿐이다. 현재 A3공장에서는 6초당 한 대의 디지털TV가 생명을 얻는다. TV생산 공장도 속도전에서는 예외가 아닌 셈이다. 이 공장에서만 하루 평균 4500대 안팎의 완제품이 생산된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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