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출연연 거버넌스(지배구조) 개편안이 윤곽을 드러낸 가운데 연구개발예산 조정권을 누가 갖느냐와 출연연 정부부처 이관여부를 두고 논쟁의 불이 붙었다.
2일 정부 및 출연연에 따르면 출연연발전민간위원회가 제안했던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위상강화와 이에 따른 예산편성권 부여 및 출연연 이관이 각 해당 부처와의 협의과정에서 상당부분 희석되면서 발단이 됐다.
정부의 출연연 개편 방침에 따르면 정부는 현행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기능과 위상을 100명 정도가 상주하는 상시조직으로 개편한다. 또 산업기술연구회와 기초기술연구회는 해체하고, 출연연은 단일법인으로 통폐합하기로 했다. 본지 2일자 1면 참조
사실 국과위의 위상강화는 민간위가 과학기술계의 컨트롤 타워를 만들어야 한다는 연구원들의 목소리를 수렴한 결과물이었다. 또 출연연의 국과위 이관도 R&D가 예산을 집행하는 부처에 휘둘리는 것과 부처간 칸막이를 뜯어내기 위한 최소한의 보장장치였다는 것이 민간위 및 출연연 정책 담당자의 전언이다.
◇예산 편성권없는 국과위 무의미=13조7000억원의 R&D 예산 편성권은 기획재정부가 갖더라도 예산 조정권만은 최소한 국과위로 옮겨야만 과학기술계 컨트롤 타워 역할이 가능하다는 것이 과학기술계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국과위가 R&D 전략 및 과제 설정에서부터 예산 조정 및 출연연의 관리 감독 기능을 가질 때 연구효율의 극대화가 가능한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주장이다.
출연연의 한 관계자는 “예산 편성권과 조정권을 가졌던 노무현 정부의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좋은 모델이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국과위가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수단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차라리 국무총리로 옮겨달라”=출연연구기관에서의 나오는 목소리 가운데 가장 강력한 내용이 출연연을 국과위로 보내는 것이 어려울 경우 최소한 국무총리실 산하로라도 옮겨 달라는 요구다.
부처의 입맛에 따라 출연연이 움직이다 보니 비전있는 R&D가 부실해질 수 밖에 없었고, 그 책임은 결국 다시 출연연이 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지경부가 용역 발주한 ADL 보고서에도 출연연의 R&D 생산성을 저해하는 가장 큰 장애 요인으로 부처 이기주의 및 R&D 간섭을 꼽았다.
◇`당근`만 가지고는 출연연 혁신 못해=정부가 출연연 개편을 추진하며 내놓은 `당근`은 과거처럼 정년을 65세로 환원하겠다는 것과 출연연구기관 연구원들이 따오는 PBS(연구과제중심제)상의 과제의 비율을 30%이하로 낮춰 안정적인 연구가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민간위와 출연연에서는 그러나 기본적인 틀의 완성도없이 내용 일부만 수정하거나 당근으로는 원하는 성과가 나오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와함께 이번 출연연 통폐합으로 지난 IMF때처럼 행정인력만 구조조정의 대상에 포함되는 사태가 재연될 것에 대해 우려했다.
출연연 관계자는 “국과위와 출연연 소속, 그리고 당근이 삼위일체가 되어야 최고의 시너지를 낼수 있는데, 어느 하나만을 선택하는 것은 또다른 걸림돌을 안게 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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