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 Stock] 현대중공업 이재성 사장

이재성 현대중공업 사장이 하이닉스반도체 인수건에 대해 모처럼 입을 열었다.

이 사장은 28일 매일경제와 단독 인터뷰하면서 "아직 본격 검토를 한 적은 없지만 관심을 완전히 끊은 건 아니다"고 밝혔다. 그동안 현대중공업이 LG그룹과 함께 하이닉스 인수 후보로 거론되긴 했지만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하이닉스를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사장은 이와 함께 "앞으로 2년 안에 태양광 부문에서 1조원 매출을 올릴 것"이라며 "명실공히 새로운 사업부문으로 위상을 확립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현대중공업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해 말 최길선 사장 퇴임 이후 사장으로 승진해 민계식 회장과 `쌍두마차` 체제로 현대중공업을 이끌고 있다.

이 사장은 "현대중공업이 재무적 기반(현금 보유 등)이 튼실해 인수 능력이 있다고 보는 여러 관계자들로부터 인수 권유를 받아본 적도 있긴 하다"며 "구체적인 사업성 검토와 포트폴리오 효과 분석 등 본격 검토를 해본 건 아니지만 관심을 완전히 끊은 건 아니다"고 밝혔다. 여전히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하이닉스는 과거 현대그룹의 한 계열사였던 만큼 우리 내부보다 외부의 관심이 더 큰 것 같다"고도 했다. 증권가에선 현대중공업과 하이닉스의 결합에 비교적 높은 평가를 내리는 분위기다.

한 전문가는 "전기ㆍ전자 사업이 최근 현대중공업의 주요 사업부문으로 떠오른 만큼 하이닉스의 반도체 사업과 시너지 효과가 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현대중공업이 신사업으로 추진 중인 태양광 사업과 높은 상승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최악의 조선 경기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올해 들어 실적 호조세는 더욱 강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 사장은 "당초 올해 목표는 매출 21조5500억원에 영업이익 2조3000억원이었는데 이것은 매우 보수적으로 잡은 것인 만큼 둘 다 초과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올해에도 아직 조선 경기가 확실히 회복된 건 아니지만 해양ㆍ플랜트 등 다른 사업에서 큰 실적을 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21조1422억원 매출에 영업이익 2조2226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순이익도 2조1465억원에 달했다. 올해에는 상반기에만 1조6516억원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최소 상반기만큼만 해도 지난해 영업이익을 넘어설 수 있다.

조선 산업 회복세가 더디게 진행됨에 따라 현대중공업 내 조선 비중도 대폭 낮아질 전망이다.

이 사장은 "지난해 현대중공업 전체 사업 중 조선 비중은 43%였는데 올해는 33%가 될 것 같다"며 "그러나 조선 시장이 안 좋아서 그런 것이지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는 건 전혀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조선은 내년까지도 하강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며 "2003년부터 2008년까지의 초호황세는 다시 오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 비중이 이처럼 대폭 축소되긴 했지만 현대중공업은 여전히 `조선회사`라는 게 이 사장 신념이다.

이 사장은 "현재 조선 시장이 안 좋고 산업 변화에 대응해 사업 다각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현대중공업은 여전히 조선 중심 회사"라며 "1983년 이후 지켜왔던 세계 조선 1위 위상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증시에서 현대중공업은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작년 12월 초 14만7500원까지 내려갔던 주가가 현재(28일 종가 기준) 27만1000원까지 치솟았다.

이 사장은 "현재는 미미하지만 앞으로 2~3년 안에 태양광 부문에서만 1조원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그 정도 되면 새로운 사업부로 위상을 정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매일경제 남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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