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명의 한 중학교에는 지난 4월 4개의 IPTV 셋톱박스 USB 키가 지급됐다. USB키를 정보실에 비치하고 IPTV 교육이 필요한 교사가 직접 찾아 쓰도록 조치했지만 지난 1학기 내내 거의 활용되지 않았다. 우선 한 학급만의 셋톱박스가 아니라 사용하기 꺼려지는 데다 딱히 새로운 콘텐츠도 없고, 사용 방법도 제대로 홍보되지 않아 교사들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올해 1학기부터 시작한 초·중·고 IPTV 보급이 부족한 예산과 차별성 없는 콘텐츠로 전시 행정에 그치고 있다. 일선 학교에 보급된 IPTV는 제대로 사용되지 않아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
28일 교육과학기술부 및 일선 학교에 따르면 현재 전국 1만1000여개 초·중·고등학교의 약 3만5000개 학급에 IPTV 셋톱박스가 공급됐다. SK브로드밴드·KT·LG유플러스 등 IPTV 3사가 월 8800원의 동일한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교과부에서 월정액을 지원한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전 학급에 IPTV 셋톱박스를 공급해 활발한 이용이 이뤄져야 하지만 관련 예산을 30억원 밖에 확보하지 못해 학교당 평균 3~4개 학급의 셋톱박스만 설치됐다. 결국, `모든 학교에서 IPTV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생색내는 전형적인 `전시행정`에 머문 셈이다.
서울 소재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아무런 홍보나 연수, 시범교육 없이 그저 셋톱박스만 학교당 두세개씩 던저주면서 알아서 돌아가며 쓰라고 하니 제대로 활용될 리 있겠느냐”며 “그야말로 IPTV를 보급했다는 것에 만족하는 조치같다”고 말했다.
일선 교사들은 IPTV만의 차별화된 콘텐츠가 없어 “굳이 IPTV를 이용해 수업을 진행할 이유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IPTV 3사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를 살펴보면 천편일률적으로 기존 이러닝 업체들이 제공해 왔던 내용들이다. KT의 초등학교 과정은 거의 모두가 시공미디어의 `아이스크림` 콘텐츠로 이뤄져 있으며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경우도 특화된 IPTV용 교육콘텐츠는 찾아보기 힘들다.
경기도 평택시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아이스크림 같은 프로그램은 월 4000원의 훨씬 싼 값에 인터넷만 연결하면 쉽게 이용할 수 있고 도교육청에서도 나름 여러 콘텐츠를 구축해 놓았는데 왜 굳이 IPTV를 또 설치해 예산을 낭비하는지 모르겠다”며 “IPTV의 사용 활성화를 위해 잘 사용하고 있는 콘텐츠 활용은 막고 사용 방법만 어렵고 차별성도 없는 IPTV 활용을 장려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2011학년도에 시작하는 2기 IPTV 보급 사업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IPTV 지원 확대에 대한 논의가 전혀 이뤄진바 없어 내년에도 올해 수준의 예산이 그대로 반영될 예정”이라며 “부처 내에서도 IPTV 교육 실효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kr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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