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의·치의학 전문대학원과 함께 ‘이공계 황폐화’의 주범으로 꼽혀온 ‘2+4년’ 약대 학제가 ‘폐쇄형 6년제’로 전환할 전망이다.
7일 대학 관계자는 “교육과학기술부 내에서 이공계 공동화 문제로 약대 학제 개편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최근 약학 관련 단체인 한국약학대학협의회·대한약사회 등이 약대 학제를 폐쇄형 6년제로 전환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했고, 또 공과대학협의회도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폐쇄형 6년제’는 고등학교 졸업생이 대학에 입학할 때부터 약대 학부과정을 6년간 이수토록 하는 제도다. 다른 학부 과정을 2년 이수한 학생을 뽑는 ‘2+4년제’에 비해 닫혀있지만 그나마 이공계 교육의 공동화를 막을 수 있는 대안으로 거론된다.
현재의 ‘2+4년제’는 일반학부 2학년을 마친 뒤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PEET)를 응시해 약대에 진학할 수 있는 제도로, 그나마 학부 4년을 다 마치고 대학원에 지원하는 의·치의학 전문대학원보다 더 심한 이공계 공동화를 낳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학부 졸업에 대한 의지도 없는 학생들이 기초과학 관련 학과에 약대 편입을 위해 입학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한화학회(회장 도춘호)가 지난해 2학기 서울대 등 전국 주요 16개 대학의 화학계열 1·2학년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학년의 14%, 1학년의 31%가 약대 진학을 준비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공계뿐만 아니라 대한약사회 등 약학계 이해단체도 ‘기득권’을 이유로 ‘2+4년제’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사면허가 없어지고 약사 정원이 늘어나는 등 기존의 약사 인력 시스템을 흔들기 때문이다.
김대경 한국약학대학협의회장(중앙대학교 약학대학장)은 “이공계 학계는 물론이고 대한약사회 등 대부분 이해 관계자들이 ‘2+4년제’를 반대하고 있다”며 “폐쇄형 6년제를 시행하면 이공계 인재 이탈을 막을 뿐 아니라 산업과 임상 트랙을 동시에 운영하는 등 실효성 있는 교육이 가능할 것”이라 말했다.
박주호 교과부 대학지원과장은 “약대 학제는 제도적 문제고, 이제 막 시행했기 때문에 단시일 내 전환하긴 힘들다”면서도 “미국식 제도를 우리나라에 들여와 부작용이 크다는 점이 정부 내에서도 인식되고 있고, 이에 대한 학계 의견도 충분히 수렴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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