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 김문덕 한국서부발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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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EPCO(한국전력) 시절과 달라진 점이요? 배지를 바꿔 달고, 일할 준비를 하면서 이메일 아이디를 바꾸는 정도죠.”

 김문덕 한국서부발전 사장이 취임 후 기자와의 첫 만남에서 밝힌 소감이다. 김 사장이 KEPCO 부사장 사무실인 본사 11층에서 지금의 10층으로 내려온 지도 100일 가까이 지났다. 처음과 달리 실제로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소회했다.

 “부사장 시절에는 1만명이 넘는 부하직원이 있었어도 스태프였고, 지금은 직원들이 2000여명에 불과하지만 명색이 CEO죠.”

 전력그룹사는 공기업 특성상 비즈니스 마인드가 부족한 게 늘 걸림돌이었던 그가 CEO의 자리로 올라오면서 책임감도 늘었지만 뜻을 어느 정도 펼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부족한 비즈니스 마인드는 김쌍수 KEPCO 사장에게서 많이 배웠다고 한다.

 김 사장은 “사실 공기업 문화와 민간기업 문화가 충돌하면서 한전이 많이 업그레이드됐다”고 평가한다. 과정에서 소음이 있었지만 문화적 관행의 충돌이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김문덕 사장은 KEPCO 시절부터 스스로를 범퍼 역할이었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김 사장은 공기업의 특성상 사장과 직원, 정부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훌륭히 해낸 것이다. 이는 자회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나서도 마찬가지다.

 “변화하고 혁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합니다.”

 서부발전 사장으로 100일 남짓 지내온 그에게 화두는 여전히 변화와 혁신이었다.

 김 사장은 “지금은 전력산업계는 급격한 경영환경 변화 속에서 기후변화협약 발효에 따른 환경규제 강화와 예측하기 어려운 연료가격으로 미래수익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비단 한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도 공통으로 적용되는 것이다. 전사적으로 새로운 대응방안을 내놓고 고민해야 한다.

 바로 ‘Focus & Align’이다. 이는 서부발전 전 구성원이 자원과 역량을 결집, 한마음을 갖고 조직과 업무에 몰입하고(Focus), 회사의 경영비전과 전략적 목표를 구현할 수 있도록 조직 및 업무 프로세스 등 제반 경영시스템과 구성원 마인드를 한 방향으로 정렬(Align)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 사장은 “‘Focus & Align’을 슬로건으로 내건 것은 글로벌 무한경쟁 가속화에 대응하기 위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고 경영효율화 등 선진화정책으로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재도약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위한 실천전략으로 △수익 중시 △강한 기업 △미래가치 극대화 △소통의 기업문화를 정했다.

 우선 기업체질 개선을 통한 수익성 제고를 최우선 실천전략으로 내세웠다. 발전소 안정성, 효율성 증대 등 기업의 기본임무에 충실 하는 한편 경제적인 연료 자재 구매력 확보로 수익성 기반 시스템 구축하는 것이다.

 효율적 투자재원 확보 및 전사적 위험관리와 연계한 재무 리스크 관리와 합리적인 평가 툴 개발 및 인사보상과의 연계 강화도 물론이다.

 다음은 변화와 혁신을 통한 강한 기업을 지향하는 것이다. 이는 김쌍수 KEPCO 사장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TDR(Tear Down & Redesign) 활동이다. 김 사장은 지난달 17일 원가와 수익에 근거한 창의적인 TDR(Tear Down & Redesign) 활동팀을 본격 가동, 서부발전의 중장기 발전설비 구축계획을 수립하기로 한 바 있다.

 TDR은 KEPCO의 경영혁신을 대표하며 “기존의 것을 창조적으로 파괴해 새로운 해결책을 찾자”는 혁신 활동이다. 김쌍수 사장이 LG전자 시절부터 주창한 경영프로그램으로 잘 알려져 있다.

 최고의 성과를 내기 위한 전 조직의 프로핏 센터(Profit Center)화도 그렇다. 사업부제로 익히 알고 있는 프로핏 센터는 수익성 극대화를 목표로 하며 김쌍수 KEPCO 사장이 올 초 경영방침으로 내세운 것이다.

 KEPCO가 지난해 ‘One KEPCO’를 전면에 내세운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김 사장은 미래가치 극대화를 위해서는 핵심사업을 위주로 미래 성장동력을 지속적으로 창출한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전략적 R&D로 핵심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수출 비즈니스 모델화한다는 구상입니다. 전략적 해외사업 추진으로 투자 수익률도 극대화해야죠.”

 서부발전에서는 향후 고유가에 대비하기 위해 발전원가를 낮추는 방안이 추진 중이며 연료비 절감과 에너지 절약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특히 발전사 최초로 유기성 고형연료 혼소기술 적용을 추진, 발전원가 절감을 도모하고 있으며, 운전기술 및 설비개선을 통해 열량이 낮은 저급 석탄의 혼소율을 60% 이상까지 확대시킬 예정이다.

 김 사장은 또 “노후 설비들에 대해 고효율 터빈으로 교체하거나 주변압기를 교체하는 등 수명연장과 성능개선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며 “공사가 완료되면 출력증가와 터빈효율 향상으로 중유 발전기 중 가장 효율이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해외 사업은 현재 사우디아라비아·필리핀·라오스·인도네시아 등의 발전소 건설 및 운영사업을 추진 중이다.

 서부발전의 발전소 운영능력을 바탕으로 국내 건설 및 기자재 업체와 해외사업에 동반 진출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라오스 세남노이 지역에 SK건설과 추진 중인 수력발전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KEPCO와의 협력 모델로 기술지원 및 운전 및 정비(O&M)도 병행하고 있으며 KEPCO컨소시엄이 사우디 라빅에 건설 중인 1204㎿의 중유화력 발전소 O&M을 서부에서 담당키로 하고 현지에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특히 지역적으로 인접한 동남아지역을 위주로 집중 개발하고 석탄·수력·풍력 등 다양한 전원을 효율적으로 구성해 위험을 최소화하고자 합니다.”

 김 사장은 또 신규 기저발전소나 고효율 복합발전설비 등 핵심사업 분야를 확충하고 글로벌 인재를 양성,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역량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5개 화력발전 자회사들이 모두 같은 분야에 투자하거나 역량을 집중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회사별로 특기를 키워 전문화하는 게 중요합니다.”

 김 사장은 서부발전에 특화된 역량으로 520㎿ 규모의 가로림 조력발전소와 석탄가스화복합발전(IGCC)을 들었다.

 “가로림 조력발전은 신재생에너지 중 해양에너지원에 해당하는 것으로 2014년 정부 목표 설비용량(3188㎿)의 약 16.3%를 차지하는 중요설비입니다. 기후변화협약에 대처함과 동시에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를 비롯한 정부정책에 부응하기 위한 가장 적극적인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김 사장은 “현재 진행 중인 환경영향평가 협의 완료와 전원개발실시계획 반영 등을 거쳐 내년 초 발전소 건설에 착공할 예정”이라며 “사업 추진에 따른 환경영향은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그린오션 100대 정책과제에 포함된 국내 최초 청정석탄기술인 300㎿ IGCC는 2014년 11월 준공 예정으로 태안화력발전소 용지에 건설 중이다.

 김 사장이 무엇보다 가장 주안점을 두는 것은 소통하는 기업문화다. 강력한 추진력보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에서 합의를 끌어내는 그의 성정상 신뢰와 화합을 바탕으로 한 열린 경영이 화두일지 모른다. 그래서인지 솔선수범하는 리더십이 소통하는 기업문화를 창출하게 된다며 현장 중심 경영과 투명 경영을 강조한다.

 “수익성 악화로 인한 좋지 않은 평가가 직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 노력해야죠. 발 빠르고 지속적인 경영개선으로 현안을 제때 해결해 침체기를 빨리 벗어나도록 할 것입니다. 그래야 다음에 제자리에 오는 사람도 기쁘게 올 테니까요.”

 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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