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장비도 주도권 세우자

 우리나라에는 메모리 반도체 세계 1, 2위 업체가 있지만 관련 장비를 일본·미국·독일 등에서 들여와 쓴다. 반도체에서만 한 달에 40억달러가 넘는 수출을 올리지만 수출액 중 상당 규모가 반도체장비 수입으로 빠져나가는 실정이다.

 업계 추정으로 우리나라 반도체장비 국산화율은 대략 20% 선에 머물렀다. 국내 반도체장비 수요가 연간 약 50억달러라고 잡았을 때 이 중 40억달러는 외국 장비기업들이 우리나라에서 벌어가는 셈이다. 이런 상황이 유지돼선 진정한 반도체 강국으로 나아갈 수 없다.

 소자부터 장비까지 전 밸류체인을 우리 기술로 확보한다면 훨씬 더 힘 있는 ‘반도체 코리아’로 일어설 수 있다. 정부와 반도체 및 장비업계가 손잡고 향후 3년 안에 식각, 세정, 증착, 평탄화, 후공정 웨이퍼 가공 등 일곱 종의 반도체장비를 국산 기술로 상용화하겠다는 ‘반도체 장비 상용화사업’에 나선 것은 그래서 더 반가운 일이다.

특히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동부하이텍 등 국내 수요 기업이 성능 평가 협력사업을 통해 이들 장비의 성능을 평가하고 구매도 확약한 것은 그동안 개발을 해 놓고도 도입을 안 해서 쓰지 못한 장비의 상용화 문턱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전기가 될 전망이다. 우리 반도체기업이 쓰면 세계 장비 표준화에도 속도를 붙일 수 있다. 메모리 세계 1, 2위의 장악력을 바탕으로 반도체장비 세계 표준까지 선점한다면, 반도체는 물론이고 반도체장비까지 강력한 수출 상품이 될 것이다.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반도체는 이미 세계적 반열에 올랐다. 이제는 반도체장비에 우리의 기술력과 저력을 쏟아부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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