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사실마저 씁쓸해 하는 직원들을 독려하기가 참 어렵다. 그래도 일자리를 잃지 않았다는 안도감을 주고 싶었는데, 언젠가는 도태될지 모른다는 불안감만 가득하다. 단합대회를 하고 술을 사고 새로운 비전을 외쳐보지만 그들은 너무 많은 것을 목격해 버렸다.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한다, 새로운 비전을 갖고 뭉쳐 보자’는 말을 하지만 허공에 맴도는 느낌이다. 이미 신뢰가 무너지고 양심에 상처를 입은 그들과 이 험한 세상을 어찌 헤쳐가야 할까.
수술 후에는 후유증이 남는 법이다.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툭툭 털고 일어서고 싶겠지만 조급하게 마음먹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 그들의 두려움과 비탄을 인정하고 공감하자. 슬픔을 감추고 억지로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것이 더 이상하다. 잔류직원이 근심과 양심의 가책을 갖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부정적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시간을 마련하자. 아직도 겁을 집어먹고 있거나 분노를 삭이지 못할 수 있다. 떠난 동료에 대한 미안함만큼 회사에 대한 적대감을 갖는 것이 의리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칭찬에 기뻐하기엔 너무나 걱정이 많고, 현금에 휘둘리기엔 아직 배신감이 채 가시지 않았다. 급한 마음에 전통적인 동기부여 방안으로 일시적인 입막음이라도 해보고 싶겠지만 더 역효과만을 불러온다. 그렇다고 리더가 오히려 면목없고 주눅 들어 지레 목이 움츠러들면 안된다. 싸움에서 지건 이기건 부상의 강도가 다를 뿐 양쪽 다 부상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자. 생존자도 부상자다. 그들이 겪어온 초조함과 고통을 위로하고 감사하고 터놓고 방안을 모색하자. 업무를 다시 맡는 일부터 일정을 다시 짜고 자리를 다시 정하는 것까지 모든 것이 혼란스럽기만 한 지금, 모든 기회는 어려움이 있으며 모든 어려움에는 기회가 있다는 것을 공유하자. 변화가 또 다른 기회일 수 있음을 리더부터 확신을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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