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lysis]차세대 이후 변화관리 방안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차세대 프로젝트 1년 후 주요 변화관리 활동

 차세대 프로젝트가 끝난 기업들의 관심거리는 새롭게 구축된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신상품을 개발하고 신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지난해 프로젝트를 끝마친 주요 은행과 증권사들 역시 안정된 시스템을 바탕으로 경쟁력 강화와 사업 확장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차세대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제대로 된 변화관리이다. 프로젝트를 마치고 난 직후에는 깨끗하고 성능 좋던 대부분의 시스템들이 1년이 지나면 소위 ‘누더기’가 되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도 바로 변화관리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변화관리는 수납장 관리와 마찬가지=변화관리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전부터 프로젝트 마무리 후까지 포괄적인 개념으로 사용된다. 차세대 프로젝트 전이나 중간 과정의 변화관리는 주로 현업 사용자들에게 초점을 맞추게 된다. 신시스템 도입에 따른 거부감과 혼란스러움을 줄이기 위해 시스템 도입의 의미와 활용방안을 교육하는 것이 주요 변화관리 활동의 내용이 된다.

 시스템 구축 과정부터 도입 후의 변화관리는 주로 IT개발자와 운영자들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이때엔 새로운 시스템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그리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나 시스템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변화관리 활동의 핵심이 된다.

 차세대 프로젝트와 관련해 변화관리의 개념을 좀 더 쉽게 이해하려면 다음의 예를 참고하면 된다. 예를 들어 신혼부부가 신축한지 얼마 안 된 17평짜리 아파트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한다고 가정하자. 신혼 초기엔 둘만의 공간에서 잘 정돈된 수납장을 가지고 생활을 하기 때문에 별다른 불편함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수납장엔 계절별로 옷이 많아지고 집안 곳곳에 짐이 쌓이게 된다. 아이가 생기면 아이를 위한 요람이나 유모차 등 새로운 짐들로 방안까지도 어수선해 질 것이다. 신혼부부가 하루 날을 잡아 짐 정리를 하고 나면 한동안은 집안이 깨끗해져 보일 것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집안은 도로 지저분해질 것이며 둘째 아이마저 생기게 되면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좀 더 넓은 평수로 이사를 가는 방법을 택하게 된다.

 위 예의 마지막 부분에서 좀 더 넓은 평수로 이사를 가게 된다는 것은 차세대 프로젝트에 비유할 수 있다. 그리고 하루 날을 잡아 짐 정리를 하는 것은 자원 최적화나 리프레쉬 등의 활동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식구가 늘어 이사를 가는(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처음 신축한 아파트에 살 때 조금이라도 효율적인 방법으로 짐을 정리한다면 생활하기가 훨씬 편리했을 것이다. 여름옷은 여름옷별로, 겨울옷은 겨울옷별로 따로 정리해둔다면 수납장이 복잡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한 번 구입했던 옷을 기억하지 못해 또 구입하는 일도 사라질 것이다. 무엇보다 입주 이전에 미리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 교육을 받는다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차세대 시스템도 마찬가지이다. 변화관리를 통해 미리 새로운 시스템의 운영 체계를 몸에 익히고, 애플리케이션이나 시스템의 중복 개발을 방지하지 않는다면 시스템의 효율성이나 성능은 금세 저하되고 만다. 또한 무작위 개발로 인해 자원의 재사용률이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신규개발에 따른 시간과 비용이 더 소요되게 된다. 이를 위해서 차세대 시스템 구축 전과 이후에도 변화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시스템 오픈 전부터 미리 미리=차세대 시스템이 오픈되는 순간부터 사용자뿐만 아니라 IT개발자와 운용자들도 이제까지의 시스템을 전혀 다른 것으로 바꾸어 사용하게 된다. 최근 구축되는 차세대 시스템은 프로그램이 기능별로 컴포넌트나 모듈화되어 개발된다. 이렇게 익숙지 않은 시스템 위에 각종 솔루션이 추가로 도입된다.

 이에 따라 IT 인력들이라 할지라도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적응을 미리 해두지 않으면 일을 하기가 힘들다. 즉 개발이나 시스템 유지보수, 모니터링 등의 체계를 새로운 시스템에 맞게 몸에 익혀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석 투이컨설팅 상무는 “프로젝트관리조직(PMO)에서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시스템 오픈 전에 미리 관련 절차를 만든다”며 “하지만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오픈 직전까지도 인력들이 코딩에만 집중하느라 이런 절차를 몸에 익힐 시간이 없다”고 지적했다.

 오픈 전에 이미 새로운 시스템의 운영 체계와 일하는 방식 등이 바뀌어 있어야 하는데 이런 절차를 만들어 놔도 소용이 없다는 얘기다. 이런 상태에서 일정을 맞추느라 다급하게 오픈을 하고 한두달 안정화 과정을 거치면서 결국 변화관리는 달나라 이야기가 돼 버린다는 게 이 상무의 설명이다.

 시스템 오픈 후 안정화 과정을 거치고 나면 이미 시스템은 오픈 직전의 성능 좋은 시스템에서 몇 발작 멀어지게 된다. 안정화 과정은 대개 1~2달 정도이지만 6개월 이상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이 과정 동안에 업무 프리징(freezing)으로 인해 미뤄뒀던 비즈니스 요구사항들이 한꺼번에 몰려들게 돼 결국엔 절차 없이 신규 개발이 이루어지고 시스템의 효율성은 떨어지게 된다.

 이 상무는 “개발코드를 표준화 시키고 개발 기준과 절차를 만들어둔다고 하더라도 귀찮다는 이유로 지키지 않는다면 그 순간부터 모든 게 뒤엉키게 된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IT거버넌스 체계를 수립해 이런 체계가 몸에 배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세대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겠지만 모든 문제는 결국 사람으로부터 발생한다. 이는 어떤 집이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를 관리하는 주인의 행동이 더 중요한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조직 내부에서 차세대 시스템의 운용과 개발에 대한 체계가 정해져 있지 않다면 CMMI(역량성숙도모델통합)와 같은 표준 프로세스를 도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물론 CMMI 인증을 획득하고 체계를 도입한다고 해서 갑자기 체계적으로 시스템 개발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CMMI와 같은 표준 프로세스는 내부에서 만들지 못하는 기본적인 원칙과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준다. 즉 보다 체계적인 방법으로 변화관리를 수행하는 것이다.

 ◇지속적 반복교육이 변화관리의 핵심=신영증권의 예를 살펴보자. 지난해 5월 차세대 시스템을 오픈한 신영증권은 차세대 프로젝트 구축 과정을 통해 프로젝트 후 CMMI 레벨3 인증을 획득했다. CMMI 인증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기존엔 주먹구구식이었던 개발 방식을 체계화, 표준화시킬 수 있었다.

 신영증권은 차세대 프로젝트 막바지 소액결제시스템 구축 때부터 자연스럽게 CMMI 프로세스를 적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 CMMI 프로세스 적용은 차세대 프로젝트 때에 적용한 것이기 때문에 평소 운영 부분에도 적용을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내재화하는 관리와 작업이 필요했다.

 꾸준한 노력을 통해 현재 신영증권은 차세대 프로젝트 이후의 후속작업을 모두 CMMI 프로세스에 맞춰서 개발하고 있다. 외주 개발 업체에게도 그렇게 요구하고 있다.

 신영증권의 사례는 우선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확립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 프로세스가 내재화 되려면 지속적인 관리와 구성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석 상무는 표준화나 제도화, 원칙이 변화관리의 정답은 아니지만 제도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지차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도나 절차를 체계화하고 그 체계 자체도 꾸준히 보완하고 유지보수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100점짜리 제도는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성공적인 변화관리를 위해서는 차세대 시스템의 인수인계 전에 개발 업체로부터 시스템 운영과 개발에 관한 가이드북을 확보하고 몸에 익혀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개발 단계부터 시작해 차세대 이후에도 꾸준히 IT 인력들의 변화관리에 힘써야 한다고 덧붙여 말했다.

 김병철 대신증권 전무(IT본부장)은 중복개발과 짜깁기식 개발로 인한 차세대 시스템의 효율 저하를 막고 비생산적인 활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개발자와 운영자 모두에게 지속적인 반복교육이 필수라고 말했다.

 관련 절차에 대한 체계를 정립해두어야 하며 개발과 운영은 철저히 분리해 개발인력을 더욱 전문화시켜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런 체계적인 과정이 없으면 시스템 오픈 후 1~2년만에 다시 시스템 구축 전의 수준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그는 말했다.

 지난해 5월 차세대 시스템을 오픈한 대신증권은 개발 표준을 선정해 두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개발에 착수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팀과 파트, 개발자로 이어지는 단위에서도 중요한 개발은 장중이라고 하더라도 본부장의 승인을 받게끔 하고 있다. 개발 표준을 준수하게 되면서 프로그램의 재활용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게 김 전무의 얘기다.

 ◇다양한 시스템 통해 중복개발 방지=대신증권은 차세대 프로젝트를 통해 증권업에 맞는 주요 기능을 600개의 컴포넌트 단위로 개발했다. 개발자들은 개발에 필요한 컴포넌트를 가져와 기본 모듈은 수정하지 않고 약간의 기능 추가만으로 필요한 개발을 할 수 있다.

 김 전무는 “하지만 이런 구조들도 개발의 표준화가 기반이 되지 않고는 효과를 발휘하기 힘들다”며 “개발자들의 꾸준한 교육과 훈련, 표준화를 통해 시스템의 효율성 저하를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발자와 운영자를 위한 정기적인 교육과 아키텍처 교육, 개발표준 매뉴얼의 주기적인 업데이트와 운영 등도 차세대 시스템의 성능을 높이기 위한 변화관리 활동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현대증권의 변화관리 활동은 보다 구체적이다. 지난 해 3월 차세대 시스템을 오픈한 현대증권은 1년여가 지난 지금 애플리케이션 고도화에 초점을 맞춰 변화관리 활동을 추진 중이다. 1년 동안 덧붙여진 불필요한 소스코드와 항목들을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 작업은 주로 내부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시스템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현대증권은 요건 접수와 분석, 개발, 테스트, 유지보수, 승인 등 업무흐름(workflow)에 따른 절차를 프로젝트관리시스템(EPM)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 어느 부분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관리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EPM을 통해 관리할 수 있다.

 현대증권은 EPM뿐만 아니라 형상관리시스템을 통해 개발의 중복성을 점검하고 있다. 형상관리란 시스템의 기능적인 특성이나 물리적 특성을 문서화하고 이 특성들의 변경을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현대증권의 형상관리시스템은 차세대 프로젝트에도 사용됐지만 이후 중복성 점검 부분을 더욱 강화했다. 화면의 입출력(I/O)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손쉽게 중복 개발된 부분을 찾아내고 제거하도록 해둔 것이다.

 이를 통해 전산 자원 개발의 각 단계에서 형상관리 대상 자원이 변경되면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통제와 관리로 장애 발생 요소를 제거하게끔 했다. 또한 이런 일련의 과정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데이터 재사용률을 높여 효율적으로 자원관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새로운 시스템에 맞는 조직 구성 필요=많은 차세대 프로젝트들은 10년 가까이 사용한 시스템을 새로운 비즈니스와 기술 아키텍처를 결합한 시스템으로 재구축하게 된다. 이에 따라 10년 동안 적응된 화면이나 업무 프로세스, 그리고 개발환경 등을 새로운 환경으로 변경하기 위해서 변화관리 활동은 필수적이다.

 관계자들은 차세대 이후 시스템의 효율성을 프로젝트 직후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프로젝트 준비 단계부터 변화관리를 시작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황용철 신영증권 IT기획팀 부장은 “왜 차세대를 해야 하며, 차세대 이후 어떤 변화들이 있을지에 대해 미리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차세대 진행 중에도 계속해서 요구사항을 취합하고 변화되는 부분을 대해서 지속적으로 변화관리 교육을 해야 한다”며 “이런 부분들이 철저하게 지켜져야 새로운 시스템과 프로세스에 대한 충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영증권의 경우엔 이를 위해 차세대 중간 중간에 공감대 형성을 위한 워크샵과 차세대 시스템에대한 교육을 여러 차례 실시했다. 시스템 오픈 이후에는 변경된 개발 환경과 프로세스 내재화를 위해 프로세스와 개발환경, 품질관리에 대한 교육을 정기적으로 진행했다. 또한 다양한 개발 표준을 통한 품질개선대회를 여러 차례 진행해 프로그램과 데이터, 프로세스에 대한 품질 향상을 추진하고 있다.

 무엇보다 차세대 이후의 변화관리는 새로운 시스템과 프로세스에 맞는 조직을 다시 구성해 진행해야 한다는 게 황 부장의 말이다. 그는 특히 새롭게 바뀐 비즈니스와 기술 부분에 대해서는 안정화 기간 동안 현업과 개발자들의 질문에 응대할 수 있는 전담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부장은 “차세대 구축 기간에 도입된 품질관리 프로세스를 시스템 오픈 후 내재화시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며 “이런 과정을 거쳐야만 차세대 시스템의 성능이 꾸준히 유지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