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S, 닮은꼴 벤치마킹 사례 주목

삼성전자의 신형 스마트폰인 갤럭시S의 닮은꼴 벤치마킹 사례로 소니의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과 오픈소스 운영체제(OS) 리눅스가 주목받고 있다. 애플과의 스마트폰 경쟁 2라운드를 위해 개발된 야심작 갤럭시S와 이보다 앞서 시장에 등장했던 플레이스테이션 및 리눅스 사이에서 발견되는 공통점 때문이다.

갤럭시S는 최고 수준의 스펙을 갖춘 스마트폰이라는 점에서 한 때 워크스테이션에 맞먹는 그래픽 성능으로 돌풍을 일으켰던 플레이스테이션을 빼닮았다. 갤럭시S가 오픈소스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를 채용한 점은 1990년대 말 오픈소스 OS 붐을 불러왔던 리눅스와 흡사하다. 안드로이드 자체가 리눅스 소스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하지만 플레이스테이션과 리눅스의 성패는 엇갈렸다. 플레이스테이션은 선발 경쟁업체들을 밀어내며 소니에게 성공신화를 가져다 줬지만 리눅스는 미완의 성공에 그치고 말았다.

갤럭시S로서는 플레이스테이션의 성공 방정식을 따르느냐, 리눅스의 전철을 밟느냐의 갈림길에 있는 셈이다. 하지만 기업 간 경쟁에 영원한 승자는 없는 법. 애플도 아이폰을 내놨을 때는 휴대전화 신생기업에 불과했다. 이러한 점에서 플레이스테이션과 리눅스가 과거에 거쳤던 길은 갤럭시S의 성공을 위한 벤치마킹 사례로 의미가 있다. 이찬진 드림위즈 사장은 트위터 메시지를 통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하는 것이 한국 사람의 기질”이라며 “국내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이 불굴의 의지로 난관을 극복해 최고가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플레이스테이션의 성공을 배워라=소니는 1994년 플레이스테이션을 선보이며 게임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미 시장은 난공불락의 선발 업체인 닌텐도와 세가가 선점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기존의 게임기 수준을 뛰어넘어 워크스테이션급 그래픽칩을 사용한 플레이스테이션은 출시 첫날에만 10만대가 팔리는 큰 성공을 거뒀다. 6개월 동안 100만대, 2002년까지 1억200만대가 팔려 역대 최고의 베스트셀러 게임기가 됐다. 이러한 플레이스테이션 성공신화는 하드웨어의 성능을 최대로 살려주는 게임 소프트웨어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플레이스테이션은 하드웨어 성능으로는 최고였지만 쓸 수 있는 게임 소프트웨어는 절대 열세였다. 선발업체들이 수백 종의 게임을 확보한 협력업체 네트워크는 애플 앱스토어처럼 후발업체에는 높은 장벽이었다. 이에 따라 소니는 게임기 개발단계부터 소수 협력사를 규합해 하드웨어 성능에 걸맞은 특별한 게임을 만드는 작업에 집중했다. 이렇게 나온 ’철권’과 ’레이지레이서’ 등 전용 게임은 차원이 다른 3차원 그래픽 기능으로 시장 질서를 허물었다. 킬러 콘텐츠를 앞세운 플레이스테이션의 판매가 늘자 게임을 공급하려는 업체들이 줄섰다. 갤럭시S가 처한 상황은 초기 플레이스테이션과 비슷하다. 하드웨어 성능은 최강이지만 애플리케이션 인프라는 부족하다. 안드로이드 마켓과 애플 앱스토어에 올라있는 앱 규모는 5만개와 22만개로 큰 차이가 있다. 안드로이드 앱 대부분이 애플 앱스토어에 올라있는 것과 중복되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갤럭시S는 킬러 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e메일, 메신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등을 손쉽게 쓸 수 있는 소셜허브(Social Hub)를 도입했다. 교보 e북리더기와 한컴 싱크프리 오피스 등 경쟁력 있는 앱 공급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앤디 루빈 구글 부사장은 “삼성전자의 기술력과 SKT의 네트워크 서비스, 안드로이드의 개방성이 결합해 최고의 히트상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개발자들에게도 많은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정욱 라이코스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아이폰을 당장 이기려는 것보다는 큰 시장인 미국 이통사들과 끈끈한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노력도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리눅스의 실패를 경계하라=90년대 말 오픈소스 방식 운영체제인 리눅스의 열기는 뜨거웠다.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의 PC OS 시장 점유율이 90%를 넘으면서 MS의 시장지배력을 우려하는 반작용으로 리눅스 운동이 일어났다. 윈도가 거대 기업의 상품이라면 리눅스는 전 세계 개발자들이 자원봉사 방식으로 개발하는 개방형 OS였다. 프로그램 소스를 누구나 쓸 수 있는 점은 구글 안드로이드와 공통된 지향점이다. 윈도와 리눅스의 주도권 다툼은 각각 ’성당 모델’과 ’시장 모델’로 비유되면서 개발 모델의 충돌로 화제가 됐다.

MS 내부의 정예 프로그래머에 의존하는 성당 모델보다는 리눅스처럼 전 세계 프로그래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시장 모델이 경쟁력이 있다는 예상도 뒤따랐다. 리눅스를 쓰면 윈도 응용프로그램에 속박될 이유가 없고 PC 가격도 내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높아졌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리눅스는 윈도의 벽을 넘지 못했다. 현재 운영체제 시장에서 리눅스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1% 수준이다. 소비자는 불완전하고 어려운 리눅스보다는 완성도 높고 호환성 좋은 윈도를 선택했다. 이처럼 개방형 OS가 강력한 개발업체가 주도하는 폐쇄형 OS보다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는 점은 안드로이드 진영이 귀담아들을 대목이다.

그러나 안드로이드의 뒤에 최대 인터넷 기술기업인 구글이 있다는 점은 이러한 약점을 상당 부분 상쇄해 줄 전망이다. 안드로이드의 성능 개선 일정에 맞춰 갤럭시S또한 조만간 프로요로 불리는 2.2버전으로 OS를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디자인로그 블로그 운영자 김현욱씨는 블로그에서 “차세대 모바일 환경에서는 오픈소스 기반의 안드로이드 진영의 강세가 두드러질 것”이라며 “소비자 편익이 중심이 될 시장 트렌드를 얼마나 빠르게 반영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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