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S에 물량·가격결정권 위임
노키아가 하반기부터 전자제품 전문생산기업(EMS)에 부품조달 물량과 가격 결정권까지 위임하는 쪽으로 글로벌 부품 구매 정책을 바꾼다. 이 회사의 국내 협력사 구도에 ‘지각변동’이 불가피해졌다. 국내 협력사들은 당장 하반기부터 신규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반면, 노키아와 신규 거래를 추진하던 업체엔 새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노키아는 새 ‘글로벌 공급망관리(SCM)’ 정책을 통해 3분기부터 BYD·폭스콘·라이트온 등 중화권 EMS를 제조업자 설계생산방식(ODM) 기업 수준으로 격상하고, 부품 조달 및 가격 결정권 등 관리 업무를 대폭 위임하기로 했다.
노키아는 대만 EMS업체인 라이트온과 유럽 사출업체인 펠로스와 한국에 합작법인을 세워 한국산 부품을 조달하고 개발도 할 예정이다. 저가 모델 중심으로 새 시스템을 적용한 후 중·고가 제품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노키아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면서 글로벌 SCM 변경은 여러차례 예측됐다. 지난해 12월 초 노키아는 ‘글로벌 캐피털 마켓데이’ 행사를 통해 부품·제조 등 하드웨어 비용을 절감하는 대신, 콘텐츠·솔루션 등 소프트웨어 투자를 확대하는 운영 효율화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본지 2009년 12월 14일자 15면 참조
노키아의 구매 정책 변경은 EMS에 일부 업무를 아웃소싱해 관리 비용을 절감하고, 스마트폰과 하이엔드 폰 개발 및 핵심부품 조달 업무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됐다.
기준 국내 협력사들에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중화권 기업인 EMS들은 휴대폰 케이스 및 기구물(카메라 모듈 등)을 중심으로 수직계열화를 강화했다. 자사 및 자회사를 통해 기구물, 터치스크린, 카메라모듈 등 여러 부품 사업도 한다. 자국 부품업체로부터 조달하는 물량을 늘릴 것으로 예상됐다.
노키아는 비교적 관대한 부품 구매 정책을 고수하지만, EMS 업체들은 가격을 최우선적으로 따진다. 개발업무도 노키아 본사와는 물론, EMS 업체들과 따로 추진해야 한다.
국내 협력사에 대한 판가인하 압력이 높아지고, 영업 비용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최악의 상황은 노키아와의 거래가 중단되는 것이다. 노키아는 지난 2007년에도 노키아TMC의 역할을 축소하고 EMS의 권한을 확대해 국내 협력사들은 물량 감축이라는 피해를 입었다. 심지어 노키아와 20년간 거래해온 업체가 파산직전까지 몰렸다.
노키아의 한 협력사 관계자는 “당장 해외 영업인력을 더 뽑아 EMS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게 시급하다”면서 “이 상황을 안이하게 대처하는 기업은 위기를 겪겠지만, 잘 대응하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용어설명/제조업자 설계생산(ODM·Original Design Manufacturing)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이 단순히 위탁생산에 불과한 반면, ODM은 개발·구매 등에 참여하는 적극적 수준의 아웃소싱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