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몇 년 동안 국내외에 흩어져 있는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하는 글로벌싱글인스턴스(GSI) ERP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가 전 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산업별로도 전기·전자 분야 대기업에서 벗어나 소비재, 유통 등 다양한 산업군으로 GSI ERP 프로젝트가 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도 이미 1·2·3단계의 GSI ERP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현재도 ‘ERP 확장 및 고도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 2004년부터 2007년까지 한국석유공사는 SAP ERP 1·2단계 구축 프로젝트를 통해 본사 및 동해가스전/베트남사무소 광구 운영 프로세스 혁신을 추진했다. 지난해에는 인수합병(M&A)한 미국 앤코(ANKOR)의 재무 및 베트남 물류부문 ERP를 확장해 해외광구 인수합병후통합(PMI)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했다. 올해는 ‘ERP 확장 및 고도화’ 프로젝트를 추진해 중앙아시아 및 중동지역에 추가로 ERP 재무부문을 확장 중이다. 내년에는 캐나다의 하비스트(Harvest), 페루의 사비아페루(SAVIA-Peru) 및 기타 추가 매입된 광구 등에도 경영진 의사결정 지원 및 현지 광구운영 효율성 제고를 위해 GSI ERP 확장 방안을 준비, 추진할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공기업뿐 아니라 일반 민간 기업에서 GSI ERP를 구축하면 해외사무소(법인)의 시스템 운영 및 추가 개발까지 국내 본사에서 지원하는 체계로 바뀌게 된다. 이럴 경우 본사에 근무하는 IT 관련 인력의 역할과 책임에도 큰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 ERP가 구축된 국내 유수 민간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석유공사도 ‘ERP 헬프 데스크(유지보수)’를 통해 공사 인력과 관련 컨설팅 업체를 유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유지보수 이외의 IT 인력은 비전 및 대형화 전략목표에 맞춰 상시 새로운 ERP 확장 및 고도화 전략을 수립·실행하는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시차가 있는 미국 및 베트남 ERP 시스템 운영에는 비상시를 대비한 연락체계 및 24시간 지원 체계를 구축·운영하고 있다. 이와 같은 유지보수체계를 유지하는 이유는 GSI ERP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해외 광구 운영에 장애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레거시 시스템이 분산 구축돼 있을 때보다 장애 횟수는 줄지만, GSI ERP에 한번 장애가 발생하면 장애로 인한 피해가 더 클 수도 있다. 즉, GSI ERP 구축으로 본사 및 해외사무소들이 서로 긴밀하게 연계된 만큼 한 곳의 위기가 전사 시스템의 위기로 확대될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GSI ERP 환경에서는 시스템 리스크 대응력 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울러 시스템 구축에 참여했던 핵심 인력이 빠져나간 후 유지보수를 담당하기 위해 남아 있는 시스템 운영인력들이 시스템을 다시 변경해야 할 상황에도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 이들이 시스템을 수정할 때마다 소스 하나에 대해 수정 이유와 과정 등을 가능한 한 자세히 명기하고, 통합 관리 및 상시 검색이 가능하도록 수정 이력을 사내 전자결재시스템에 모두 문서화해야 한다. 또 관련 매뉴얼을 업데이트하며, 업무 담당자가 변경될 경우 완전히 이해한 상황에서 업무 이관이 이뤄질 수 있게 하는 등 다음 IT 담당자에게 이관 시 문제가 없도록 하는 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글로벌 템플릿’ 형태의 SAP 표준 플랫폼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ERP 확장기간 및 확장 후 프로그램 개발 요구 사항에 대해 템플릿 중심으로 현지 제반 사항과 특수성을 적절히 결합하는 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GSI ERP 구축 이후 다양한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역시 눈에 띄는 효과를 보고 있다. 가장 큰 효과는 바로 글로벌 월 결산 일정의 단축이다. 평균 2~3주에 걸쳐 진행되던 월 결산 작업을 5일 안에 마칠 수 있게 됐다. 또 해외사무소별 원유 및 가스 생산·판매량, 매출, 물류, 전표 단계까지 한눈에 조회가 가능해지면서 경영진이 의사결정 시에도 관련 중요 정보를 전략경영관리(SEM) 등을 통해 즉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그뿐만 아니라 ‘ERP 확장 및 고도화’ 프로젝트를 통해 본·지사를 포함하는 시스템 및 글로벌 템플릿이 점진적으로 표준화되다 보니 관리가 일원화된다는 장점이 있고, 이로 인해 시스템 통합 비용이 줄어들면서 향후 시스템 유지보수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요컨대 프로세스혁신(PI)와 ERP 구축·확장은 단순히 시스템만 구축하고 개선하는 작업이 아니다. IT 및 PI 부서 구성원들이 현업과의 소통과 이해를 통해 관련 업무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다. 따라서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IT 부서, IT를 이해하는 비즈니스 부서 간의 화합에 의한 시너지의 중요성은 다시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서로 이해하고 상생하는, 찰떡같은 비즈니스 부서와 IT 부서 간의 관계를 통해 한국석유공사가 세계적인 국영석유회사로 발돋움하기를 기대한다. 이와 함께 국내 많은 기업들도 이 같은 IT 혁신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길 바란다.
장철규 한국석유공사 PI추진처장 davejang@kn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