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 박태주 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

“온실가스 감축만큼 기후변화적응도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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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변화를 늦추는 것뿐 아니라 기후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박태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원장은 기후변화를 보는 시각 자체가 일반인들과 달랐다. 그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정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며 “현재 전 세계가 노력하고 있는 온실가스 감축을 통한 온도상승 억제와 아무리 온실가스를 줄여도 기후변화는 멈추지 않으니 이에 적응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두가 온실가스 감축과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따지며 자신들의 이해만 채우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지금, 이를 넘어서 기후변화가 지속됐을 경우를 대비할 정책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박 원장은 “13개 부처와 청이 모여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를 지난해 만든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며 “올해 말까지 기후변화적응 5개년 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외 선진국들도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변화에 따른 완화와 적응정책을 동시에 실시하고 있는 추세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는 이름 그대로 기후변화 적응과 관련된 정책 및 적응도구를 개발하고, 기후변화 영향과 취약성 평가를 연구하는 것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

  박 원장에 따르면 기후변화 적응 쪽은 가뭄과 홍수 등 수자원에 가장 큰 타격이 온다. 온난화로 해수면 상승과 가뭄은 심해지고 도시화로 인해 태풍이 오면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박 원장은 “선진국은 이미 내륙과 해안의 취약성 분석을 통해 주요 시설(원자력 발전소·기간산업단지 등)을 해안에서 일정 거리를 두고 만들도록 조치한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대부분 해안가에 위치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하루빨리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해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원장은 “예전에는 환경정책이 단순한 오염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었지만 현대에는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에서 환경정책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나아가 기후변화와 같이 인류생존을 위협하는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환경정책의 중요한 목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바람직한 환경정책이란 결국 ‘장기적으로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박 원장은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의 장단점을 지적했다.

  먼저, 장점으로 박 원장은 “다른 국가들보다 한발 앞서서 녹색성장을 새로운 발전비전으로 명확하게 제시함으로써 국가발전의 기본방향을 정립한 것은 매우 시의 적절하고 바람직한 방향설정”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중기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녹색성장기본법을 제정해 시행하게 된 것은 녹색성장의 제도적 기틀을 마련하고 본격적인 실행을 촉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며, 국제사회가 우리나라의 녹색성장 정책을 주목하는 이유라고 박 원장은 설명했다.

  하지만, 박 원장은 “녹색성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와 자원의 이용을 포함한 생활양식의 근본적 변화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녹색기술 발전과 기존산업의 녹색화를 통한 경제 체질의 변화가 요구되고 이런 경제 체질과 생활양식의 변화가 단기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단기적 성과를 강조할 경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녹색기술이나 녹색산업에 토대를 두지 않은 녹색은 일종의 녹색거품이 될 수도 있다”며 “당장의 이해보다는 장기적 안목에서 꾸준한 노력이 요구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원장은 한 가지 아쉬운 점으로 “녹색성장 정책이 아직은 전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많은 기업들이 기업에 비용 부담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녹색성장에 적극 동참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박 원장은 “녹색성장의 길이 당장은 비용을 초래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에 이익이 된다는 확신이 필요하다”며 “이를 토대로 우리나라의 산업을 한 단계 비약시키고 선진국 경제로의 진입을 앞당길 수 있다는 비전 공유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한, 박 원장은 KEI 주업무인 “환경영향평가의 선진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시대가 변했으니, 환경영향평가도 시간상으로 단축해야 한다는 것.

  박 원장은 “이중 삼중 규제하는 것이 많은데 환경영향평가도 이와 같은 차원”이라며 “취임 이후 환경영향평가의 간소화, 선진화를 역점사업으로 선정해서 추진해왔다”고 말했다.

  “대국민 서비스 차원에서 개발사업의 발목을 잡는 환경영향평가가 아니라 환경의 질을 개선하면서 대안을 제시하는 평가가 이뤄지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자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아울러 박 원장은 “환경정책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간 KEI는 단기적인 정책 개선방안 마련에는 많은 공헌을 했지만, 중장기적인 대안 마련에는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놓으며 “지금까지의 연구과제는 길면 1년, 짧으면 4~5개월짜리 과제가 많았는데 이렇게 짧은 연구기간에는 넓은 시야에서 길게 내다보는 연구를 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그래서 지난해부터는 기본과제 및 녹색성장 정책연구에 연차과제를 많이 도입하고 중장기적인 시점의 정책연구를 추진하고 있다”며 “특히 국가적으로 중요한 현안을 다루는 과제에 대해서는 많은 예산과 인력을 지원해주는 중점과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박 원장은 “국가의 정책현안에 대응하기 위해 환경전략연구본부를 만들었다”며 “국가비전인 ‘저탄소 녹색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녹색성장정책연구를 비롯해 환경정책의 경제성분석, 온실가스 감축관련 정책연구, 물 환경관련 연구 등 우리나라가 국가차원에서 시급히 대응을 마련해야 할 환경관련 현안을 다루고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박 원장은 “녹색성장을 주도하기 위해 KEI는 지금까지 해온 노력을 보다 내실 있게 하면서 국내외적 여건변화에 한 발 앞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미 수립된 중장기 녹색성장 정책연구를 차질 없이 수행해 선제적 정책 대안 마련에 기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그의 다짐이다.

  박 원장은 “구체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감축과 적응, 물 안보체계 구축, 환경산업 육성, 환경규제 선진화 등 녹색성장의 효과적 이행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제들을 KEI에서 새로이 발굴하고 주도하겠다”며 “GGGI 설립과 효율적 운영을 위해 적극 지원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GGGI는 지구적 이슈인 온실가스 감축과 녹색성장 전파 등을 위한 허브 기능을 수행할 예정이며, 개도국과 선진국의 가교역할을 하는 등 국격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KEI의 5대 핵심 정책연구

  KEI는 올해 ‘5대 핵심 정책연구’를 중점적으로 수행하면서 우리나라 환경정책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연구원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계획이다.

  우선, 녹색성장 국가전략의 실행 및 성과확산을 위해 선도적 역할을 강화한다. 이미 수립된 중장기 녹색성장 정책연구를 차질 없이 추진하는 한편, 환경규제 발전 로드맵, 녹색성장 성과 및 이행지표 개발 등 녹색성장의 효과적 이행을 위한 선진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다음으로, 2009년 선언한 온실가스 중기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선제적인 정책연구를 강화하고 기후변화적응센터를 적응분야 선도기관으로 조기정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부문별 온실가스 감축목표 및 정책 대안 마련, 기후변화 적응 프로그램 연구개발, 기후변화 관련 국제기관과의 협력 강화 등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시행하는 기후변화 적응정책도 적극 지원할 준비를 하고 있다.

  또한, 주요 국가정책 사업인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성과확산 및 환경영향평가 선진화를 위한 노력도 함께 기울이며 지구촌 환경전문가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미래정책수요를 고려 새로운 연구분야를 개척할 계획이다.

 

 

 

 

 ◆박태주 원장은

  1950년 경북 영일에서 태어났다. 부산대학교 공과대학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후 고려대학교 대학원 토목공학과에 진학해 석사를 마치고 부산대학교 대학원에서 화학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8년부터 2년간 부산가톨릭대학교 환경공학과의 교수로 재직했다. 1990년부터 부산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부산대학교 환경문제연구소 소장, 환경기술·산업개발연구소 소장, 부산광역시 수돗물 평가위원회 위원장, IWA-ICA Busan 국제학술회의 조직위원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2009년부터 현재까지 대통령직속 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 원장은 지난 2월 대한환경공학회 제17대 회장으로 선출돼 5월부터 회장직을 겸임하고 있다. 이 밖에도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 겸 에너지산업전문위원회 간사, IWA-WWC 2012 국제학술회의 조직위원회 위원, (사)대학환경안전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박 원장은 2006년 대통령 과학기술포장, 2007년 부산광역시장 표창 수상 및 대한환경공학회와 물환경학회 학술상 수상, 대한환경공학회의 논문상 2회 수상 등으로 입증된 탄탄한 학술 기반과 현장에서의 풍부한 경험을 겸비한 조화로운 리더십을 자랑한다.

  33년 이상 하폐수와 폐기물 관련 분야 연구를 통해 발표한 박 원장의 학술 업적은 국제학술지 33편, 국내학술지 55편, 국제학술회의발표 69회, 국내학술회의발표 163회 등에 달한다. 특히 KEI 원장 취임 전 2012년 개최되는 ‘2012 IWA 세계물총회`의 부산시 유치에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 학술발전에 크게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작년에는 2009년 학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KEI 원장 취임 후에는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관련 특별강연 및 기조연설을 실시함으로써 일반의 이해를 도모하고 국가 역점시책을 홍보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4대강 살리기 사업과 관련해 마스터플랜 수립 시 사업방향 및 기본원칙을 제시한 바 있으며 2009년 4월에는 본 사업의 유역별 지역 전문가 포럼인 ‘하천환경포럼’ 운영하기도 했다. 현재 본 사업과 관련해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것과 동시에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고 반영해 합리적 결과를 도출하는 것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kr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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