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홍택 원장 취임 이후 ‘출연연 혁신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 7일 한홍택 혁신의 핵심 축을 담당해온 대외협력부원장이 6개월 만에 전격 교체됐다. 배경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지난달 행정 업무를 지원하는 KIST 관리직원들이 연판장을 돌린 ‘사건’이 뒤늦게 드러났다.
KIST 측에 따르면 한 원장이 특정 직원을 파격적 조건으로 전격 승진시킨 것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었다는 것. 공교롭게도 연판장을 돌린 후 경영지원부장·행정실장·인사팀장 등 경영지원 파트의 요직들이 모두 보직을 박탈당했다.
이 같은 일련의 인사에 대해 한 원장은 “능력과 업무 스타일이 맞지 않는 인물들을 과감히 교체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행정 부문 보직을 기존의 틀대로 유지했더니 개혁이 쉽지 않더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KIST 직원들은 “인사 과정에서 투명하지 못한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며 “일하는 방식이 맞지 않다고 조직을 이끄는 핵심 인력을 자주 바꾸는 것이 긍정적일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한 원장의 거침없는 개혁에는 어느 정도 진통이 예상됐다. 한 원장은 취임 이후 예산과 지출 업무를 분리하고 ‘기술사업화’를 위한 대외부원장을 신설했다. 연구원들이 직접 희망하는 자리에 지원하는 개방형 인사 시스템도 도입했다. ‘기업가정신’을 강조하며 외부 기관·기업과의 양해각서(MOU)도 끊임없이 교환했다.
모두 수십년간 기존의 울타리 속에 머물던 정부 출연연구기관에게는 새로운 모험이자 도전이었다. 외국인인 한 원장을 출연연 원장에 발탁한 배경에는 ‘합리적인 의사결정 능력’과 ‘글로벌 감각을 겸비한 리더십’이 크게 작용했다.
이러한 당초의 취지가 퇴색되지 않고 내부 갈등을 최소화한 출연연 개혁의 모범 사례가 도출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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