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단지 `너는 너, 나는 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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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난해 6월 초여름밤, 광주광산업집적화단지에서는 작은음악회가 열렸다. 첨단5길에 위치한 라이텍코리아 등 LED 및 광통신부품업체들이 개최한 ‘제1회 첨단5길 한마음음악회’. 음악회를 주관한 심상인 라이텍코리아 사장은 “치열한 산업현장의 긴장감에서 잠시 벗어나고 이웃한 기업간 정을 돈독히 쌓기 위해 음악회를 열었다”면서 “올해는 9월께 음악회를 개최하는 등 매년 지속적인 행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계획”이라고 말했다.

 

 #2 매달 첫째주 수요일이면 한국산업단지공단 대경권본부 성서지사 회의실은 독서토론장으로 바뀐다. 대구 성서산업단지 입주기업 CEO들이 모여 매달 한번씩 책을 선정해 독후감을 발표하는 모임이다. 지난해 3월부터 시작해서 벌써 1년째 모임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사이트에는 이들 CEO독서클럽의 카페까지 개설돼 운영 중이다.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원동력인 산업단지가 몰라보게 달라졌다. 바로 옆 회사가 어떤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지, 관심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살펴볼 여력도 없던 불과 몇 년 전과는 판이한 모습이다.

 이는 지난 2005년부터 시작된 클러스터 사업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산업단지 입주업체와 대학, 연구소를 한데 묶는 산·학·연 네트워크 구축이 중심인 클러스터 사업이 활성화되면서 산업단지에 새로운 풍속도를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해부터 산업단지 클러스터에 퇴출·졸업제가 도입되는 등 본격적인 경쟁체제가 도입되면서 전국 산업단지에서는 클러스터 활동 및 유형이 더욱 다양해질 전망이다.

 ◇다양해지는 클러스터 활동=산업단지 클러스터 회원들이 사업정보를 교환하고 신기술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마련한 워크숍 및 포럼은 이제 일상이 됐다. 경쟁 회사를 방문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하거나 음악회 등 문화행사도 공동 개최하고 있다. 개별적으로 등산과 골프 등의 취미생활도 함께 하는 기업인들도 늘고 있다.

 광주산업단지에서는 골프와 자전거 등 동호회가 3∼4개 생겼으며, 경북 구미와 대구지역 클러스터 회원사들도 음악회 외에 단합대회·등반대회 등 침목모임과 기업간 협업활성화를 위해 각종 세미나나 워크숍을 잇따라 열고 있다.

 경남 창원산업단지에서도 입주기업간 정보교류를 목적으로 창원단지홍보협의회가 운영되고 있다. 홍보, 마케팅, 기획 업무를 담당하는 부장부터 과장, 대리, 평사원까지 참여하는 협의회는 정기모임을 개최하고 있다. 충북 오창산업단지에서는 스포츠교류회와 산악회 모임 등 2개의 동호회가 설립돼 기업간 친목 교류가 활성화되고 있다.

 ◇기술개발·해외마케팅 “다함께”=산업단지 입주업체간 자발적으로 공동 기술 및 해외 마케팅을 추진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광주지역 포미·오리온 광통신·웨이브시스컴·휴먼라이트 등은 공동으로 미얀마·우즈베키스탄 등 해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최근 경북 구미에서는 대기업 및 중소기업인 500여명이 참가해 구매상담회를 갖기도 했다. 상담회에 참석한 김주현 씨티엔에스 사장은 “중소기업의 판로확대를 위한 대중소기업간 교류와 협력이 더욱 활발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남 사천 항공우주산업단지내 기업들은 항공부품의 수출을 위해 유럽과 미국의 유수 항공사와 부품유통업체를 상대로 공동 해외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타 시·도 광역으로 확대=광역경제권 시대를 맞아 산업단지 입주업체들도 지역을 뛰어넘고 있다. 광주 광통신 및 LED업체들은 전남 대불·경남·울산의 조선 및 선박기자재업체와 융·복합 제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 녹산산업단지 및 창원산업단지 기업들은 기술에 대한 안목을 높이기 위해 비정기적으로 대덕특구와 대덕특구내 ETRI 등 출연연을 방문하고, 기술협력 양해각서를 교환하는 등 고부가가치 기술 도입에 노력하고 있다.

 충북 오창산업단지내 메카트로닉스 관련 업체들은 경북 구미·창원 지역 전기전자 클러스터와 교류회를 갖고 지역간 정보교류 및 네트워크 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업계는 광주 LED·광산업 기업들과 교류를 각각 추진하고 있다.

 강달순 한국산업단지공단 호남권본부장은 “산업단지 클러스터 사업의 성과를 전국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광역클러스터 육성사업에 따라 사업 대상 산업단지 및 기업이 크게 늘었다”면서 “산업단지 입주업체의 질적성장 및 지역간 균형발전을 선도할 수 있도록 융·복합형 광역클러스터 조성에 만전을 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