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입장에서 순수 전기차에 관심이 가는 가장 큰 이유는 친환경보다 연료비를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달 운행이 시작되는 저속 전기차(LSV·Low Speed Electronic Vehicle)는 가까운 출퇴근 용도라면 한 달 1만원 남짓한 전기요금이면 충분히 운행할 수 있다. 치솟는 유가로 자동차 유지비가 부담스러운 운전자라면 세컨드카로 귀여운 저속 전기차에 눈길이 쏠릴 법도 하다. 하지만 깜직한 저속 전기차를 몰고 도로에 나서는데 걸림돌이 적지 않다. 현재 저속전기차는 시속 60㎞ 이하 도로 중에서 지자체가 지정한 구간에 한해서만 달릴 수 있다. 아직은 각 지자체에서 전기차를 위한 도로구간, 교통표지판 등 준비가 미흡해서 어떤 도로를 달려야 합법적인지 혼란이 불가피하다.
저속 전기차가 규정을 무시하고 자칫 자동차 전용도로에 진입할 경우 과태료 10만원을 내야 한다. 지자체의 후속조치가 미흡할 때는 전기차 소유자가 운행 희망 구역을 지자체에 요청해서 운행 여부를 결정하는 방법도 있다. 전문가들은 주행거리가 짧은 전기차는 현재 배터리 잔량으로 도달가능한 거리와 실시간 교통정보에 기반한 최적의 주행루트를 찾는 내비게이션 구입이 꼭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기차 출시에 맞춰 매주 바뀌는 저속 전기차 도로정보에 따라 주행구간을 알려주는 EV전용 내비게이션이 선보일 전망이다.
저속 전기차는 세제상 경차로 분류돼 취득세·등록세·개별소비세가 면제되지만 국내서는 정부 보조금은 아직 없다. 대부분 저속전기차의 판매가격은 1500만원 전후로 제한된 주행성능과 일반 경차 모델이 900만원 이하인 점을 감안하면 아직도 비싼 편이다.
전기차도 손해보험가입은 해야 한다. 보험사들은 다음달 9일부터 전기차 자동차보험 상품을 정식으로 출시한다. 저속 전기차는 플라스틱 차체의 안전성 문제를 감안해 같은 조건의 기존 자동차보험보다 30% 가량 비싸게 책정될 전망이다. 저속 전기차를 몰 때는 합법적인 도로구간을 달려도 가끔 다른 차량 운전자들로부터 ‘왜 저렇게 느리게 가나’는 짜증스런 시선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저속 전기차는 보통 가정용 전력으로 충전할 경우 4∼6시간이 소요된다. 정부는 전기차 이용을 촉진하기 위해 30분 이내에 충전을 끝내는 급속 충전소를 곳곳에 설치하겠다지만 아파트 단지나 사무실 근처에서 충전단자를 쉽게 찾으려면 상당기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이러한 제약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보급은 시대적 과제로 다가오고 있다. 석유가 고갈된 이후 우리 후손들이 타고 다닐 자동차는 결국 전기차가 될 것이고 한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가 여기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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