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하고 줏대 없는 상사, 윗사람의 말 한마디에 어제까지 공들인 프로젝트를 생선 뒤집듯 뒤집는다. "네, 당연합죠, 어련하시겠습니까? 물론 가능합니다."를 연발하며 굽신굽신 하는 모습이 눈물겹다. 그 덕분에 우리는 야근, 특근, 주말근무를 감내해야 하고, 위염과 불면증으로 산업재해를 신청할 판이다. 더 견디기 어려운 것은 상사에겐 무조건 "예스(Yes)"를 외치던 사람이 부하에겐 듣기도 전에 "노(No)"부터 하고 본다는 것이다. 아니꼬우면 출세해야겠지만 해도 너무 한다.
의식과 인식과 처지가 제각각 다르기 때문에 뾰족한 해결책보다는 뭉뚝한 원론을 말해야 할 것 같다. 확실한 건 바꿀 수 없다면 견뎌야 한다는 것이다. 40년 이상을 제 방식대로 살아온 그를 우리의 노력으로 바꾸려는 것 자체가 부조리한 희망사항이다. 조사에 의하면 직장인 10명 중 7명은 상사의 명령이나 의견에 무조건 맞춰주는 "예스맨"이라고 한다. 이것은 그들이 모두 소신을 한강에 던져 버려서가 아니라 상사의 지시가 얼추 더 맞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인식이 틀려서라기보다 상사의 인식이 더 크고 완전하기 때문이라는 증거다. 내 의견을 관철시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예스"나 "노"냐가 핵심이 아니라 성공과 성취가 핵심이다. 야근 안 하고 실패한 프로젝트보다 특근했지만 성공한 프로젝트가 우리에게 명예를 안겨준다. 물론 10명 중 3명은 지금도 어디에선가 상사의 지시에 "노"를 외치고 있을 것이다. 명확한 근거와 납득할 만한 이유로 상사를 설득하고 있을 것이다. 상사도 무조건 예스를 외치는 사람을 썩 좋아하지는 않는단다.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은 "내가 생각한대로 일을 해오는 사람은 A를 주지만, 나조차도 생각하지 못한 일을 해올 때는 A+를 준다"라고 말했다. 내 상사가 예스맨이라고 한탄하기 전에 나는 왜 설득력있는 "노맨"이 못 되었는지 되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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