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작년 한 해 가장 많이 들었던 말들 중에 하나는 “이제 미국의 시대는 끝이 나고 중국의 시대가 될 것이다”였다. 심지어는 미국 내부에서도 이런 말들이 나왔었다. 하지만 미국의 시대가 끝났다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아직도 미국에는 자력으로 위기를 극복할 잠재력이 남아 있기 때문에, 도리어 우리는 미국의 반격을 시급히 준비해야만 한다.
현재 미국이 겪고 있는 위기의 본질은 엄청난 재정적자로 인해 달러가치가 하락하고 미국의 신용에 의구심이 커지고 결국은 기축통화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는 악순환 고리에 있다. 하지만 미국은 20세기 중후반에도 비슷한 도전과 위기를 극복했다. 물론 중국이 2025∼2030년께가 되면 경제력 규모에서는 미국을 앞서지만 향후 미국, EU뿐만 아니라 잠재적 경쟁자인 인도와 힘겨루기를 해야 한다.
여하튼 미국이 문제의 근원인 재정적자를 해소하는 데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있다. 극단적으로는 전쟁을 일으키는 것과 모라토리엄 선언이다. 물론 미국이 이 두 가지를 선택할 가능성은 낮다. 대신 어느 정도의 인플레이션으로 돈의 가치를 떨어뜨려 빚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 또한 씀씀이는 줄이고 세금은 더 많이 걷어 재정건전성을 높일 것이다. 좀 더 근본적인 대책으로는 돈을 더 버는 쪽으로 정책을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위해 다양한 규제와 트집잡기를 통해 상대를 견제하고, 신산업 붐을 서둘러 조성할 가능성이 크다.
향후 10∼20년 동안에는 천문학적인 부를 만들어 낼 전기자동차산업, 바이오산업, 차세대 에너지, 양자역학을 중심으로 하는 나노산업, 우주산업, 로봇산업 등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미국은 이미 이런 분야들에서 세계 최고다. 더 나아가 보수주의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 줄기세포 연구에 연방정부의 재정지원을 허용했다.
동시에 미국은 경쟁자의 발목을 잡고, 후발주자들을 견제하기 위한 노력(?)도 시작했다. 중국과의 환율전쟁, 일본 자동차에 대한 공격, 자기자본 기준 상향조정을 통한 은행들의 투자행위 규제 등을 통한 견제들이 바로 이것이다. 향후 미국은 1∼2년 동안 이런 전략을 지속하면서 실추된 미국의 영향력과 지위를 다시 회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중요한 것은 미국의 이런 움직임에 대한 우리의 대처능력이다. 과도한 차입규제는 기관간 차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상당한 위기를 발생시킬 수 있고, 도요타 사태는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나라 자동차산업과 다른 산업들로 불똥이 튈 것으로 예측된다. 신산업을 향한 미국의 발빠른 행보도 우리나라의 미래산업 전략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고, 그 와중에서 투기자본들의 공격에 우리나라의 취약한 금융시장이 휘둘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금은 나만 열심히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남들의 전략과 파급효과도 생각해야 한다. 그만 싸우고 다른 나라들보다 빨리 미국의 반격에 대비를 시작해야 한다.
최윤식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장 ysfutur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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