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황의 법칙` 버렸다

 삼성전자가 ‘황의 법칙’을 폐기했다.

 15일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까지 매년 한 단계씩 진보한 반도체 제품을 발표한다는 원칙을 깨고, 최종 양산 단계까지 개발이 끝난 후 제품을 발표하기로 했다.

 ‘황의 법칙’은 황창규 전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이 2002년 국제반도체회로학술회의 총회에서 발표한 “반도체 메모리 집적도가 1년에 두 배씩 증가한다”는 선언을 말한다.

 이 법칙은 그전까지 반도체 업계에 통용되던 ‘무어의 법칙’(반도체 성능이 18개월마다 두 배씩 향상)을 대체하는 반도체 성장이론으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후 삼성전자는 황 전 사장의 이른바 ‘반도체 신성장론’을 회사 차원의 개발 목표로 삼고, 여기에 맞춰 매년 반도체 신제품을 발표해왔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반도체 신성장론을 들고 나온 2002년부터 2007년까지 거의 매년 반도체 신제품을 발표해왔다. 발표 시기도 대부분 9, 10월로 일정했다. 이 기간 낸드플래시 제품은 2002년 2Gb(기가비트)를 시작으로 2007년 64Gb까지 매년 용량이 두 배로 늘어났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황의 법칙’을 만족하기 위한 무리한 개발이 오히려 회사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황 사장의 퇴진으로 삼성전자는 ‘황의 법칙’을 고집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20나노급 낸드플래시를 발표한 하이닉스에 앞서 이미 관련 제품을 개발했다고 주장하면서도 발표를 하지 않았다. 황의 법칙을 만족하기 위해서 계속 시제품을 발표해왔던 것과 사뭇 다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연구소 차원의 시제품 정도만 나오더라도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발표해왔다”며 “앞으로는 양산 가능한 제품이 나와야만 개발을 발표하는 것으로 정책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또 “그간 삼성은 ‘메모리 신성장론’에 따라 1년마다 신제품을 발표해왔는데, 지난해 황 전 사장이 퇴임한 이후 기간에 맞춰 발표하는 원칙은 없어졌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이 한계에 부딪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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