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업계 "해외 세트업체 입맛 맞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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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일별로 다른 세트업체 구매 성향에 대응하느라 국내 부품업계가 분주하다.

 그동안 국내 부품업체들은 삼성, LG 등 국내 ‘단골 업체’와 대부분 거래해왔기 때문에 대응 체계가 잘 정비돼 있었다. 그러나 한국산 부품이 품질·가격 경쟁력을 인정받으면서 신규 고객사가 늘어남에 따라 해외 업체에 대한 대응 전략이 필요해지고 있다. 특히 가격에 초점을 맞추는 국내 구매담당자들과 달리 애플, 노키아, 림 등 해외업체 구매담당자들은 기술적 차별성에 대한 설명을 중요시하고 있어 맞춤화된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 노키아, 림, 샤프 등 해외 세트업체들과 거래하는 국내 부품 업체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그런데, 각 세트 업체별로 요구하는 사항이 달라 대응하기 곤란해하는 국내 부품업체들이 그만큼 많아졌다. 좋은 품질의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가격 경쟁력만 내세우다 해외 세트업체에 과소평가 당하는 사례도 있다. 삼성, LG 등 국내 세트업체들의 구매전략 대응에만 너무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애플·노키아·림 등 해외업체들이 우리나라 부품 업체에 요구하는 우선 사항은 독보적인 기술력과 품질이다. 특히 애플의 구매담당자는 전문가 뺨치는 기술 지식으로 유명하다. 여러 부품들을 취급하고 있는 국내 S사는 최근 애플 구매담당자 때문에 진땀을 뺐다. 이들의 던지는 기술적인 질문 수준이 너무 높아 10여명의 연구원들이 총동원돼 설명하는 해프닝을 연출하기도 했다.

 애플과 거래하고 있는 한 부품업체 관계자는 “애플 구매담당자는 연구원 출신이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우리 제품에 대한 기술적인 부분을 굉장히 깊고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구매를 결정할 때 가격보다는 기술력·품질에 훨씬 더 비중을 두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샤프, 소니 등 일본 업체들은 장기적인 구매 계획을 가지고 협상을 진행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세트업체들은 세트 수요에 따라 부품 물량이 들쑥날쑥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일본 업체들은 최소한 6개월의 생산계획을 수립한 후 부품업체와 협상에 들어간다. 또 판가인하에 대한 압력도 훨씬 덜한 편이다. 국내 세트업체들이 분기별로 대폭적인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것에 반해 일본 업체들은 6개월이나 1년에 한번 정도 소폭 인하를 요구하는 게 관행이다. 그러나 일본 세트업체들의 지나치게 느린 의사결정과 복잡한 유통단계 때문에 답답함을 호소하는 업체들도 많다.

 일본업체와 거래하고 있는 업체 사장은 “국내 세트업체 구매담당자들은 기술적인 이해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국산화한 부품을 신제품에 빠르게 적용하는 순발력은 돋보인다”며 “이런 점은 일본 업체들이 한국 업체에 배워야 할 점”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