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패닉…불안상태 지속되나

그리스와 스페인, 포르투갈 등 유럽 국가들의 재정 적자 문제가 국내외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20원 이상 급등하고 있으며 코스피 지수도 3%가량 급락하고 있다. 채권시장에서는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나타나면서 금리가 하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 국가들의 재정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기축 통화국들의 양보가 요구되는 유로화 절하 등 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국내외 금융시장이 상당기간 불안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코스피 추락…환율 폭등=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10시 현재 전날보다 21.60원 급등한 1,172.50원에 거래되고 있다. 환율은 장중 1,177.50원까지 치솟으면서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코스피지수는 일부 유로지역 국가의 신용위험 확산 여파로 3% 가까이 급락세를 보이며 1,560대로 추락했다.

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장중 한때 10,000선 밑으로 떨어졌다가 반등했다. 다우지수가 10,000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작년 11월6일 이후 처음이다.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의 FTSE100 지수도 전일 대비 2.17% 내린 5,139.31로 마감하는 등 미국과 유럽의 주가가 큰 폭으로 폭락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국내외 금융 시장이 요동치는 원인으로 ▲유럽발 국가부도 위기감 확산 ▲미국의 부진한 고용지표 ▲일부 기업의 실적악화 등을 꼽았다.

그리스에 이어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재정 적자 문제가 불거지는 등 유로 국가들의 재정위기로 인해 국내.외 증시가 폭락하고,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확대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 것이란 설명이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유럽에서 불거진 재정 적자 우려 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급락 마감함에 따라 국내 증시도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며 “국내 경기회복 속도가 둔화할 조짐을 보이는 것도 투자심리에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위험기피 심리 확산=안전자산 선호심리가 확산되면서 채권시장에서 금리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신인도를 나타내는 지표는 급등하고 있다.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4.21%로 전날보다 0.05%포인트 하락한 채 거래되고 있다.

외국환평형기금채권(5년물)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이날 오전 1.17%포인트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4일보다 0.09%포인트 급등했다.

지난달 11일 0.76%포인트까지 내려가면서 영국 같은 선진국보다 낮게 내려갔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20여일 만에 50% 넘게 오른 것이다.

CDS 프리미엄은 외화표시로 발행한 채권의 부도 가능성에 대비해 책정되는 신용파생거래 수수료로, 수치가 낮을수록 대외 신용도가 좋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CDS 프리미엄은 지난해 12월 두자릿수까지 내려갔다가 지난달 말께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국제금융센터 김윤선 과장은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 적자 우려가 파급돼 아시아 지역의 CDS 프리미엄이 상승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다른 신흥국들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큰 편은 아니다”고 말했다.

◇금융불안 장기화될 듯=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긴축 가능성에 이어 유럽 국가들의 부도에 대한 우려까지 겹치면서 국내외 금융시장이 상당기간 경색될 것으로 우려했다.

특히 유럽 국가들의 문제 해결책으로 유로화 절하가 제시되고 있어 국가 간 갈등을 초래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로화 절하를 위해서는 유럽 국가 간 합의는 물론 중국과 미국, 일본 등의 양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세계적인 문제로 확산되고 있는 재정 적자 문제는 쉽사리 풀릴 문제가 아니라 장기간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환율이 120일 이동평균선인 1,180원을 돌파할 경우 1,200원을 향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양진모 SK증권 연구원은 “유로존 문제가 해결되려면 유로화가 절하돼야 한다”며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등 문제국과 독일, 프랑스 등이 타협해야 하는 문제여서 장기간 금융시장이 불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은 “글로벌 3대 이슈인 유럽발 재정 위기, 중국 긴축, 미국발 금융규제가 맞물린 데다 외국인 매도가 겹쳐 지수 낙폭이 커지고 있다”며 “잠재된 악재의 부각으로 단기 저점을 확인하는 과정이 예상되며 1,520~1,550 수준을 1차 지지선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외악재가 어느 정도 해소되기 전까지는 보수적인 투자자세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권고도 이어졌다.

하나대투증권 이 연구원은 “아직 외국인이 공격적인 매도에 나서고 있진 않지만 최근 들어 매수세가 현저히 둔화되고 있는 점도 수급측면에서 부담스러운 부분”이라며 “글로벌 주요 변수들의 변화 추이를 확인하면서 방어적인 투자자세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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