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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세영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원장은 시골 섬마을 형 같은 편안한 첫인상의 소유자다. 대통령직인수위 상임자문위원과 청와대 교육비서관을 지낸 이력이 무색할 정도다.

 바다낚시와 멸치젓으로 유명한 제주도 북쪽 추자도에서 7형제 중 첫째로 태어난 천 원장은 고등학교 재학 시절 ‘출세보다는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교육자의 꿈을 품었다.

 시대의 변화에 걸맞은 올바른 교육 정책을 끊임없이 고민해온 그가 KERIS 수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조용하지만 거시적 안목의 변화’를 하나씩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개원 10년 만에 교육 전문가 출신 원장을 맞이한 KERIS는 지금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며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보 허브로의 변신에 시동을 걸었다. <편집자주>

 지난해 원장 취임 직후 만났던 천 원장을 업무 시작 정확히 두 달 만에 다시 마주했다.

 처음 두 달간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한 일이 무엇인지 궁금했다.예상 외로 “직원들과 친해지기”라는 답이 돌아왔다. 계약직까지 200명이 좀 넘는 직원과 일대일 미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시면서 직원들과 일일이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일 텐데요.

 ▲디지털 혁명은 교육의 패러다임까지 바꿔놓고 있습니다. 웹2.0은 단적인 사례입니다. 참여·공유·개방·협력을 중요시하는 웹2.0 시대의 성공 핵심은 서로의 열린 마음입니다. 취임 이후 두 달간 근무를 시작하기 전에 직원들과의 미팅으로 하루를 여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평소 ‘밥상 위의 대화’ ‘선술집에서의 대화’ ‘올레길 걸음걸이 대화’ 등과 같은 비형식적이고 수평적 눈높이에 맞춘 대화를 선호합니다. 직원들과도 허물없이 대화를 나눔으로써 서로 철학을 공유하고 발전적 제안을 자연스럽게 수렴할 수 있습니다.

 교육 선진화를 위한 신교육 정책들이 ‘국민의 교감과 올바른 이해’에서 비롯된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데 KERIS에서도 이러한 원칙이 적용된다고 봅니다.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는 KERIS의 핵심 화두도 이러한 ‘열린’마음에 기반을 둔 데이터의 공유라고 강조해오셨는데요. 웹2.0과 연계한 KERIS의 새로운 사업 방향을 말씀해주십시오.

 ▲시대가 바뀌어도 교육의 핵심 임무는 유용하고 다양한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것입니다. 웹2.0 시대라고 하지만 여전히 쓸 만한 정보를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토대는 미흡한 것이 사실입니다.

 학술연구정보(RISS)의 예를 들면 공인된 저작물만이 대상입니다. 사실 공인되지 않은 무수한 e러닝 콘텐츠가 존재합니다. 어쩌면 이 가운데 더 소중한 정보가 많을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공인되지 않은 콘텐츠의 저작권, 표준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KERIS가 바로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정보화 시대의 새로운 교육 시스템을 연구하는 것은 철학적이고 어려운 과제지만 그만큼 중요합니다.

 KERIS는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웹에 신뢰할 만한 콘텐츠를 쉽게 올릴 수 있는 기술을 지원하고, 제도적 장애물을 걷어내는 한편, 결과물dmf 인정해주는 분위기를 조성하려 합니다.

 이미 에듀넷과 RISS 등은 웹2.0 기반으로 서비스 중이며 UCC 공모전 상시 개최 등을 통한 학생 참여 서비스를 대폭 확대할 계획입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블로그나 미니홈피에 올리는 콘텐츠도 눈여겨볼 만한 것이 많습니다.

 -KERIS 출범 이래 처음으로 교육 재정·통계 전문가가 원장에 취임하신 것에 안팎에서 거는 기대감이 남다릅니다. 교육·통계·재정 전문가로서 KERIS의 발전에 기여하실 부분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KERIS가 축적해온 데이터는 어마어마합니다. 이제 사업 간 서비스 간 융합된 정보 제공 체제로 전환함으로써 고객이 원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필수불가결합니다.

 교육계에 몸담으면서 통계 기반의 실증적 정보 제공을 위한 서비스 체제 개선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왔습니다. 그동안 데이터베이스를 양적으로 팽창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 공개할 것은 공개하고 연계할 수 있는 데이터는 연계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교육 관련 기관들이 이미 구축해놓은 교육 자료의 집적 및 공유 체제 구축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KERIS가 최근 디지털교과서·IPTV 서비스 등을 일선 학교에 보급하기 위해 연구 및 시범 운영을 적극 추진 중입니다. 이러한 서비스들이 학교 현장에 무리없이 안착되기 위한 선결조건은 무엇인지요.

 ▲역시 실증적 데이터를 근거로 한 정책 지원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현장 적용 효과성 연구와 개선점 도출 등 지속적인 현장 착근을 위한 기반 연구 수행을 선행 조건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교과부와 KERIS의 역할은 미래교육에 대한 연구개발(R&D)을 통한 학습매체, 학습환경, 교수학습 방법 등을 정확히 예측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것입니다.

 시범 운영 학교는 신매체 시범 적용에 따른 실증적 데이터에 기반한 활용 효과성을 산출해야 합니다. 이러한 예측 자료와 효과성에 근거해 학교급별 교수학습 활동을 위한 선도교원의 양성도 필요하지요.

 -KERIS는 지난 수년간 교육정보화 국제 협력에 앞장서 왔습니다. 올해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보다 활발한 활동이 기대됩니다.

 ▲개도국 등 해외에‘KERIS를 판다’는 표현을 쓰고 싶습니다. 세계 각국에 KERIS와 유사한 업무를 하는 기관들이 설립된다면 자연스럽게 학교 현장의 교육정보화 수준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KERIS는 그동안 국제교육 격차 해소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쳐왔습니다.

 올해는 국제협력 사업을 국제사회 공헌활동과 연계해 더욱 체계화된 추진 형태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려 합니다.

 특히 월드뱅크 등과 협력 아래 일명 ‘국제정보화교육지표’를 개발 중인데 각국의 교육 정보화 수준을 PC 대수 등 양적인 측면뿐 아니라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평가해볼 수 있는 최초의 시도가 될 것입니다. 이로써 해외 컨설팅을 수행할 때 국가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개도국의 교육 정보화 수준을 미리 측량해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컨설팅을 제공한다는 것이지요. G20 정상회의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만큼 이같은 노력들이 그 어느 때보다 국격 향상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