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라이즌은 AT&T보다 더 넓은 3G 휴대폰 커버리지를 자랑하는 기업이다. 과거 AT&T는 전국 시장을 독점하던 기업이다. 그런데도 버라이존이 인수합병 등을 통해 1위 기업이 됐으니 대단하다. 하지만 점차 커버리지를 넓혀가는 AT&T 등 통신대기업과 지역·인종·서비스 등을 특화해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중소규모 기업의 견제가 만만치 않다. 버라이즌이 시장 관리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새로운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시험해야 하는 이유다.
문제는 시장 경쟁이 단순한 이동통신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다양한 서비스를 한번에 계약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버라이즌도 케이블TV, 유선전화, ISP 등을 제공한다. 따라서 경쟁은 이동통신 업계가 아니라 컴캐스트, 콕스 같은 유선방송 업계로 확산된다. 유선방송 기업들은 지역별로 케이블TV를 독점해오던 업체들로 TV뿐 아니라 전화와 인터넷까지 저렴하게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상당부분 망을 빌려 쓰는 버라이존의 입장에서는 가격 관리나 지역별로 서비스를 적정히 제공하기가 만만치 않다.
그러나 정작 가장 큰 두려움은 다른 곳에서 일어난다. 두려움을 유발하는 괴물은 구글과 애플이고, 그 뒤를 바짝 쫓으며 언제든지 일을 저지를 수 있는 곳이 마이크로소프트다. 그들은 우리가 클라우드 컴퓨팅이란 개념으로서 하드웨어적인 적용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동안에 그 개념을 소비자 시장에 적용, 비즈니스 모델화했다. 구글폰은 기능이 다양해서 무서운 게 아니다. 즉, 개별 전화기 기능이 훌륭한 게 아니라 정보와 데이터가 필요한대로 개별 전화기와 구글 서버를 오가면서 소비자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경계 대상이다. 구글 맵을 보유한 구글로서는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기본 탑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e메일의 이동성에 매료돼 블랙베리를 사용해 온 소비자들 중에는 구글 e메일 사용자가 많아 향후 구글폰 사용자 후보의 1순위가 될 것이다.
구글이 서비스에 집중하는 데 반해 아이폰은 이미 다량의 서비스 콘텐츠를 준비해 수익모델에 좀 더 집중한 경우다. 중요한 건 소비자의 사용 형태(소비자 성향 데이터)를 이들 기업들이 축적한다는 것이고, 이러한 데이터를 가지는 기업이 궁극적인 성공에 가장 근접하게 될 것이다.
이 점은 버라이즌에 위협으로 작용한다. 콘텐츠를 직접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소비 형태에 대한 정보축적은 제약적이다. 따라서 자칫 버라이존이 단순한 망 사업자(common carrier)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 가능한 시나리오다.
기업의 생존을 결정하는 큰 요소인 부가가치 측면에서 보면 단순한 망 사업자나 단말기 제조업체는 가치가 떨어진다. 한없는 가격과 품질 경쟁 속에서 오늘 세계 최대인 기업이 내일은 비교도 안 되게 가치가 위축되거나 심지어 파산까지 하는 모습을 우리는 계속 보아왔다. 사정이 이러니 단기간 급성장한 버라이즌 입장에선 장기 전략이 절실하다.
그동안 경쟁이 훨씬 적은 과점 시장에서 편안한 경영을 누려온 우리나라 통신 및 방송 업체들 역시 심각하게 고민할 때다. 하드웨어적인 발전은 이뤄왔으나, 서비스 측면이나 콘텐츠 측면에서는 미흡한 국내 기업들은 20년 후에도 든든한 버팀목이 될 비즈니스 모델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이들 모델은 국내 소비자들을 눈에 보이지 않는 국경 밖으로 데리고 나갈 수 있는 미래 사업모델이기 때문이다.
김병초 한국외국어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bckim@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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