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기술 장비업체가 빼냈다

하이닉스 영업비밀 일부도 취득 한 듯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업체인 미국 A사의 한국 지사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반도체 관련 영업비밀을 몰래 빼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지사는 불법 취득한 정보를 자사 영업에 활용한 것은 물론이고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을 하이닉스에 유출한 사실도 확인됐다. 장비 업체를 통한 정보 유출은 업계에서 공공연한 비밀이었으나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줄줄이 연루돼 향후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관련기사 3면, 본지 1월 27일자 3면 참조

 서울동부지방검찰청 형사6부(부장검사 이중희)는 3일 삼성전자의 반도체 제작 기술과 영업 비밀을 빼내 하이닉스에 넘긴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다국적 반도체 장비 업체 A사 소속 부사장 곽모씨(47)와 이 회사 한국법인의 팀장 김모씨(41)를 구속 기소하고 신모씨 등 이 회사 직원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로부터 영업비밀을 건네받은 하이닉스 전무 한모씨(51)도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했으며, 삼성전자 과장 남모씨(37) 등 비밀 유출에 관여한 두 회사 직원 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삼성전자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며 기술을 유출하고서 A사로 이직한 나모씨를 지명수배했다.

 검찰에 따르면 기술 유출을 주도한 곽씨는 직원들과 모의해 지난 2005년 3월부터 최근까지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제작 공정 등을 담은 삼성전자의 영업비밀 95건을 빼돌렸다. 이 중 13건을 하이닉스에 누설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하이닉스의 반도체 제조 총괄인 한씨는 협력업체 회의 등을 통해 총 9건의 기밀을 넘겨 받은 혐의다.

 A 한국지사의 직원들은 반도체 장비 설치와 관리를 위해 삼성전자에 수시로 드나들며 영업비밀이 담긴 자료를 몰래 가지고 나오거나 친분이 있는 직원에게서 구두로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을 써 중요 정보를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또 해외 출장지에서 만나 영업비밀이 담긴 파일을 복사하기도 했다. A사는 지난해 매출이 50억달러에 이르는 세계 최대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업체다. 곽씨는 이 업체의 한국법인 대표이사로 있다가 본사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국지사 직원들이 빼돌린 영업비밀에는 반도체 제조공정뿐만 아니라 생산라인 투자 계획, 차세대 반도체 개발 계획, 거래업체 정보 등 연구개발·영업 관련 비밀도 포함됐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 중 40여건은 정부 통제를 받는 국가핵심기술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한국지사는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하이닉스 영업비밀 일부도 취득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취득한 하이닉스 자료가 일부인데다 하이닉스 기술 유출은 이번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더 확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이닉스는 이 부분에 대한 정식 수사를 요청했다. 검찰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이 해외로 유출된 개연성은 있지만 수사에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본사가 미국에 있어 국내 기술의 해외 기술유출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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