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vs 대만, 양보없는 터치스크린 경쟁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세트업체별 터치패널 공급 구조

 한국과 대만 터치스크린 모듈 업체들이 ‘일진일퇴’의 팽팽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터치폰의 활황으로 터치스크린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양국 업체간 기술·가격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초기 시장에서는 대만업체들이 힘을 발휘했지만, 국내업체들이 핵심 부품·소재의 내재화에 성공하면서 상당 부분의 주도권을 가져왔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는 터치폰을 1억대, LG전자는 6000만대 가량을 생산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전체 휴대폰 생산량의 40%, LG전자는 45%를 터치폰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국내 세트업체들의 막대한 터치스크린 수요에 힘입어 국내 터치스크린 모듈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이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다. 투명전극(ITO) 필름, 콘트롤 IC 등 핵심 부품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국내 모듈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디지텍시스템스는 ITO 필름 및 패터닝 기술 내재화에 성공했으며, 멜파스는 한 개의 ITO필름으로 구동가능한 콘트롤IC를 개발했다.

 터치 칩 분야에서 멜파스는 삼성전자 내 70%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혁신적인 기술과 빠른 시장 대응이 주효했다. 그동안 시장을 선점했던 시냅틱스, 사이프레스 등 글로벌 IC업체들은 불량이 나도 일절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본사에서 직원을 파견해 문제해결 하고는 세트업체에 통보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멜파스는 기존 업계의 이런 관행 자체를 뒤집었고, 시장 점유율 상승이란 결과를 거뒀다. 정전용량 방식 터치스크린 시장에서 국내 모듈 업체들의 물량도 급속도로 늘고 있다.

 초기 터치스크린 시장인 저항막 방식에서 주도권을 먼저 확보한 쪽은 대만 업체들이었다. 투명전극(ITO) 패터닝 기술을 J터치, 영패스트 등 대만 업체들이 선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디지텍시스템스, 모린스 등 국내 업체들도 약진했지만, 시장 주도권을 가져오기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정전용량 방식에서 판세는 뒤집어졌다. 대만 업체들은 독자적인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필름 대신 유리에 전극을 형성한 기술인 ITO 글래스 터치스크린에 집중하고 있다. 애플 아이폰에 이 기술이 채택되면서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대만 터치스크린 모듈 업체들은 과거 중형 디스플레이를 주로 생산했기 때문에 ITO글래스 기반 기술 확보에 유리하다.

 하상우 시노펙스 글로벌 마케팅 팀장은 “휴대폰 터치 시장을 기반으로 국내 업체들이 유리한 상황이었지만 애플 아이패드 등 태블릿 PC의 등장으로 상황은 다시 변하고 있다”면서 “태블릿 PC 등 중형 터치스크린 시장이 확대되면 오랜 업력과 기술을 확보한 대만 업체에게 유리한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