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세계 최고 표준기술 3개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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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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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에 모든 답이 있다.”

 김명수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의 평소 지론이다. 기관 운영 및 연구개발(R&D) 틀을 효율적으로 갖춰만 주면 나머지는 현장에서 풀어가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김 원장이 지난 2008년 12월 취임 이후 틈만 나면 연구실 투어를 시행하고 있다. 2주에 한 번은 현장 연구원과 허심탄회한 대화의 기회도 갖는다. 이름도 ‘하이파이브 미팅’으로 붙여놨다. 서로 힘을 모아 파이팅하자는 속내가 담긴 미팅이다. 이로써 소통하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신뢰를 쌓는다.

 김 원장은 내부에서 합리적인 인물로 통한다. 부장시절부터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시원시원하게 판단하고 결정내리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의사결정이 명확하고 빠르다 보니 아랫사람들이 일하기 편하다는 게 연구원들의 중론이다.

 R&D 측면에서 표준연은 지난해 LED 및 태양광 효율 평가를 위한 조도표준과 초정밀 표준신호 발생기를 개발하는 등 이 부문 측정 표준 국제비교에서 세계 2위권의 기술력을 확보했다. 조셉슨 전압표준기와 광선속 측정 표준기, 광도 측정 표준기는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에 수출했다.

 “무엇보다 지난해 출연연구기관 평가에서 10년 연속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것은 전 직원의 도전정신과 성실이 일궈낸 열매였습니다.”

 표준연은 35년 전 미국 등 선진국으로부터 기술지원을 받던 기관에서 이제는 다른 나라에 기술을 전수하는 선진 표준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성과로 R&D와 경영에 자신감이 생긴 김 원장은 올해 또 다른 변화를 주문하고 나섰다. 국내외 과학기술계 및 사회·경제적인 환경을 올바로 인식하고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녹색성장과 세계 일류화’를 내걸었다. 변화에 한발 먼저 나아가지 않으면 세계 각국으로부터 추월당하거나 세계 시장을 이끄는 데 밀릴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도 작용했다.

 -올해 표준연이 해나갈 핵심 사업이 있다면.

 ▲세계적인 연구성과를 창출하는 것이 올해 R&D 기본 임무입니다. 이를 위해 수월성연구센터(WCL)인 뇌인지측정연구랩이 조만간 출범합니다. 이 수월성연구센터를 통해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의 중심 역할을 수행하도록 할 것입니다.

 미생물과 방사선 분야 등에서는 6개의 측정표준이 확보될 것입니다. 이들 6개 표준이 확보되면 국가전략 측정표준 확립 계획의 70%(총241개 중 171개)가 달성됩니다. 또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를 측정표준 기술도 올해 3개가 확보될 것입니다.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는 측정 표준기술이 총 15개가 되는 셈이지요.

 국가과학기술현안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국가어젠다프로젝트(NAP)로 온실가스 측정 및 저감 기술 개발에도 드라이브를 걸 것입니다. 세계기상기구(WMO)와 국제도량국(BIPM)이 공동 주관하는 국제 콘퍼런스에도 적극 참여하고,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가 주최하는 US-코리아콘퍼런스(UKC)에 녹색측정기술 특별세션을 마련해 한미 과학자의 공동연구를 위한 협력의 장으로도 활용할 계획입니다.

 비파괴, 풍력, 수소에너지 분야 안전 관련 신뢰성 확보 연구도 추진합니다. 국가전략산업 분야 첨단 측정기술 개발 부문에서는 소재 특성 소급체계 구축(열전도 인장특성) 사업과 진공 중 나노입자크기 분야 측정기술, 전자 및 이온 광학계 기술을 개발할 것입니다.

 융합형 미래 원천기술 부문에서는 광시계전이선분광신호 관측 등의 핵심기술 확보와 페르미 원자 양자 축퇴 냉각 실험 등을 통한 아이디어 검증, 나노소자 제작기술 최적화, 양자전류표준기 측정 불확도 평가, 저온 검출기를 이용한 Q분광시스템 측정 분해능 향상 연구가 이루어집니다.

 -올해 다양한 국제협력 활동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고 하는데, 어떤 것이 있습니까.

 ▲한국전 60주년을 기념해 참전국뿐만 아니라 개도국 표준기관의 장을 대상으로 KRISS 초청행사를 열어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합니다. 지난해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터키 등 한국전 참전국과 베트남, 몽골, 이집트 등 개도국을 직접 방문해 협력 방안을 타진한 바 있습니다. 또 국제학술행사로 전기자기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 500여명이 참가하는 정밀 전자기측정 콘퍼런스(CPEM)를 개최합니다. CPEM은 그동안 미국, 유럽 중심으로 개최됐으나 올해 처음으로 한국에서 개최됩니다. 이 행사를 통해 연구원은 세계적인 수준의 측정기술 및 연구 역량을 선보일 것입니다.

 -고객지향 성과확산 사업도 준비 중이시지요.

 ▲30개 분야에서 홈닥터 사업을 운영합니다. 주치의처럼 연구원들이 업체 생산현장으로 나가 직접 애로 기술 해결과 컨설팅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했습니다. 지식정보, 성과관리 및 가치증진 시스템 운용 활성화를 위해 성과물의 효율적인 전산관리시스템을 개발합니다. 수요자 기반 성과관리 통합시스템도 3개 분야에 구축할 것입니다. 기술이전 부문에서는 올해 목표가 40건 이상, 기술료 수입 10억원 이상 달성, 연구소 기업 1개 설립입니다. 또 참조표준 부문에서는 데이터센터(DC) 4개를 지정하고, DB 10개 구축 및 데이터북 1종 개발이 과제입니다.

 -올해 경영시스템을 전면 개편할 계획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평가제도 개선을 위해 치밀하게 준비를 해오셨다고 하는데요.

 ▲인사고과제를 개편하기 위해 6개월 전부터 준비를 해왔습니다. TF를 만들어 제도개선을 하겠다고 공표도 했습니다. 지금까지의 평가는 개인 실적위주로 연봉이나 승진과 연계돼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연구원들이 개인논문과 특허, 수입기여 등 보이는 산출물에 치중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이런 식의 개인 위주, 개인 임무에 맞춘 평가시스템 아래서는 큰 성과가 나올 수 없습니다.

 사실 과거 평가 시스템이 주먹구구이던 시절에는 주관적인 평가로 인한 폐해가 문제가 되면서 평가를 정량화했던 것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이제는 연구원들이 ‘점수의 노예’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이를 전면 개선하려 하는 것입니다.

 올해부터는 부서 성과 위주로 기관의 임무를 수정합니다. 각 부서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에 따라 부서원 미션을 나누게 됩니다. 이 미션 달성 여부가 평가의 50%를 차지합니다. 논문이나 특허 등 정량적인 부분이 20%를 차지합니다. 본래 논문이나 특허는 연구의 부산물로 봐야 맞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영년직 연구원을 4명 선정했는데, 올해 확대할 계획이신지요. 또 노사 간 협력 관계는 어떤지요.

 ▲지난해 영년직 연구원을 4명 선정했습니다. 출연연의 연봉제가 3년마다 재계약이 이뤄지는데 탈락률이 낮다보니, 영년직 연구원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올해부터는 이들 영년직 연구원을 우대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계획입니다. 연구비나 인센티브로 보상할 것입니다. 영년직 선정 기준도 기관마다 서로 달라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합니다.

 노사 간 문제는 현재 없습니다. 현 이상완 노조위원장이 자재과 근무시절 제가 자재관리위원장을 맡아 많은 대화를 가질 기회가 있었고, 업무협조가 잘되면서 상당한 신뢰가 쌓였다고 자부합니다. 특히 경영정보를 투명하게 하자는 부분에서 서로 같은 시각으로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인재 확보·양성을 위한 계획이 있다면 설명해 주시지요.

 ▲사람의 중요성은 재차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특히 기관의 임무를 달성하는 데 인재는 필수적입니다. 이를 위해 학력 중심의 채용에서 벗어나 능력 및 실적 중심의 채용제도를 운용할 계획입니다. 출연연구기관의 성격에 특화된 채용전략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세계적인 석학 및 R&D 우수 인재를 대상으로 한 리크루팅도 계획 중이고, ‘KRISS 펠로’ 확대 등 연구원 사기 진작 프로그램 활성화 방안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이색사업

‘6·25 때 도움을 받았으니 이제는 기술로 돌려주려 한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올해 시행할 이색 사업이다. 이름은 ‘한국전 참전 개도국 지원사업’으로 정했다.

 표준연은 올해가 한국전 발발 60주년이 되는 해라는 데 착안, 해외 협력 대상국 가운데 최우선으로 참전 개도국에 국가표준 기술을 지원할 계획이다. 60년 전 한국을 구한 도움의 손길에 보답하고 나아가 한국과의 국가표준 장벽을 제거해 해당국들과의 경제교류를 확대하는 기술기반을 확립하자는 복선도 깔려 있다.

 대상국은 8개국이다. 아시아권에서는 필리핀·태국·호주·뉴질랜드 등이다. 남미나 아프리카에서는 콜롬비아와 에티오피아·남아프리카공화국, 유럽은 터키로 정했다.

 표준연은 우선 이들 8개국 표준기관 대표를 초청, 상호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인적자원 개발 및 국제기구 활동에 관한 공동협력 방안 등을 모색할 계획이다.

 초청시기는 오는 6월 중순으로 잡고 있다. 표준연이 개최하는 정밀전자기측정콘퍼런스(CPEM 2010)와 연계할 방침이다. 이들 국가에는 국가표준 체계와 글로벌 경제체제에서의 표준기관의 역할에 대한 자문을 해줄 계획이다. 또 한국 산업체 및 한국전 관련 지역 방문 일정도 잡아놨다.

 인적자원 프로그램 지원과 관련해서 표준연은 이들에 중장기 교육연수 기회를 부여한다. 측정실무 초청연수 기회를 우선해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과학기술대학원대학교(UST)와의 측정 관련 교육 참여도 주선할 방침이다.

 교정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들 8개국이 보유하고 있는 장비의 교정 시험을 무료 실시하는 한편 해당국의 산업적인 수요가 높은 분야의 국가표준 확립에 필요한 핵심 측정 장비를 공급한다.

◆김명수 원장은...

1954년생으로 서울 출신이다. 1977년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미주리대학원에서 화학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국방과학연구소에 첫발을 들여 놓은 뒤 1987년부터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산업측정표준부장, 연구기획부장, 전자기표준부장, 표준보급부장 등을 맡아 활동해 왔다. 10년 가까이 표준연의 핵심 보직을 맡아 기관 전반을 꿰뚫고 있는 연구원 내에서도 몇 안 되는 인물이다.

 김 원장은 그동안 국가표준 확립 사업을 주도하고, 이 기술의 산업체 보급에 적극 참여했다. 국내 전력산업 분야의 고전압·대전류 측정표준 확립으로 국내 중전기기(전기의 생산·수송·사용에 필요한 제반 설비·장비) 제품의 국제인증 획득을 지원했다. 국내 최초의 리튬전지를 개발해 기술 이전하고,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전력저장기술 개발을 주도했다.

 그동안 주요 논문 40여 편을 비롯한 특허 4건, 연구보고서 20여편 등 활발한 연구활동을 펼쳐 왔다. 과학기술훈장 진보장 및 국방부장관 표창 등의 공로상도 수상했다. 지난 2008년 12월 한국표준과학연구원 10대 원장으로 취임했다. 임기는 내년 12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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