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가전쇼인 ‘CES 2010’이 지난 10일(현지시각) 막을 내렸다. 이런저런 재미있는 제품들이 많이 나왔지만, 올해 최대의 화두는 단연 3D TV였다. 그런데, 사실 3D 영상은 개발이 된지 상당히 오래된 기술이다. 수십 년전에 이미 양안시를 이용한 편광안경을 쓰고 보는 영화가 나온 적이 있으며, 이를 촬영하고 TV에 내보내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렇게도 잠잠하던 3D TV 기술이 CES를 기점으로 봇물처럼 터져 나올 기세다. CES에 앞서, 소니는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채널인 디스커버리와 아이맥스(IMAX) 등과 함께 2011년부터 시작될 새로운 24시간 3D 채널 방송과 관련한 조인트 벤처회사를 설립한다는 발표를 했고, 뒤이어 ESPN의 새로운 3D 네트워크에도 공식 스폰서가 되면서, 가장 인기가 있는 미국 대학 미식축구 경기와 여름 X게임 등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는 등 콘텐츠 확보에 활발하게 나서고 있다. ESPN은 소니의 HD 카메라를 이용하여 3D 채널에 공급할 입체 영상을 촬영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올해 6월에 열리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이 그 시작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일단 소니의 기세에 약간은 눌렸지만, 삼성전자는 드림웍스와의 협력을 통해 2010년까지 3D 홈엔터테인먼트 솔루션을 제공하고, 동시에 3D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에 합의를 했지만 소니의 발빠른 움직임에는 못미치는 느낌이다.
그런데, 기술개발이 오래됐고, 기존 TV 기술에 약간의 기술만 들어가면 구현이 가능했던 이 시장에 갑자기 모든 사람들의 관심이 쏠린 이유가 뭘까. 관건은 ‘3D로 즐길만한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줄 수 있는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쉽게 3D 콘텐츠가 제작되고, TV를 보다가 3D로 봐야겠다는 욕구가 생기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3D 시장의 핵심은 3D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저렴한 제작 시스템과 콘텐츠를 제작하는 곳들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할 수 있다.
3D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킬러 콘텐츠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바로 스포츠와 생생함을 전달하는 다큐멘터리, 그리고 영화와 게임을 들 수 있다. 그렇지만, 보수적인 방송사의 제작 시스템을 감안할 때, 선뜻 3D 제작 시스템을 도입하는 곳은 그동안 거의 없었고, 워낙 수량이 적었기에 제작 시스템도 가격이 엄청나게 비쌌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 CES를 계기로 저렴한 3D HDTV 하드웨어와 방송사가 투자할 수 있는 수준의 제작시스템, 그리고 세계 최대의 다큐멘터리, 스포츠, 3D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이 기술을 가진 회사와 합작을 통해 과감하게 이런 장애물들을 단숨에 무너뜨리면서 시장이 형성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과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사회현상은 기술의 발전과는 달리, 어떤 커다란 이벤트에 의해 특정 수준 이상의 반응을 일으킬 때 급격하게 장애물을 뛰어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말콤 글래드웰은 이런 현상을 자세하게 기술한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라는 유명한 베스트셀러를 저술하기도 했다.
3D 시대로 진입하는데 결정적인 티핑 포인트를 제공한 것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Avatar)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3D를 보기 위해 DVD 출시를 기다리고 영화관을 가지 않았던 사람들을 움직였으며, 동시에 다운로드받아서 집이나 컴퓨터로 영화를 보던 사람들도 영화관으로 불러내는데 성공했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기존의 TV 산업 역시 이런 변화를 따라갈 수 밖에 없도록 강요한 것이다. 앞으로 나오게 될 수많은 영화 콘텐츠들을 시작으로 이를 맛본 사람들은 계속해서 3D 경험을 찾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양질의 경험을 한 뒤에, 같은 내용에 뒤떨어지는 경험을 하지는 않는다. 이번 CES의 움직임은 아바타에서 시작된 3D 영상물 콘텐츠의 제공과 맞물린 커다란 변화의 흐름이라는 느낌이다.
정지훈 우리들생명과학기술연구소장·블로거·칼럼리스트 jihoon.je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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