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광장에 모이다
송인혁, 이유진 외 한국 트위터 사용자들 지음. iNU 펴냄.
광화문광장, 청계 광장, 서울광장… 서울 도심에 ‘광장’이라는 이름을 단 공간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광장이라는 문패에서 고대 그리스의 소통과 정치의 광장이었던 아고라를 떠올린다. 중국 톈안먼 광장, 체코 바츨라프 광장 등은 역사와 민중, 시민의 공간이었다. 러시아의 붉은 광장 등은 여전히 의견 개진과 시위의 장소로 이용된다.
하지만 서울의 광장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눈요기뿐이다. 스노보드 경기를 위한 점프대가 마련되는가 하면 세종대왕 동상, 유명 설치 미술가의 작품 등이 곳곳에 서 있지만 정작 시민의 창조성, 의식이 들어설 공간은 없어 보인다.
서울의 광장은 단체의 행사는 물론이고 1인 시위조차 금지돼 있다. 서울시는 일찍부터 광장 이용 조례를 통해 광장 사용에 허가를 받도록 했다. 이용 목적은 여가선용과 문화생활에 한정돼 있다. 다시 말해 시민이 의도를 가지고 행하는 행동들은 서울의 광장에서 모두 금지된다는 것이다. 벌여놓은 잔치에 구경꾼 노릇만 하라는 것과 다름없다.
이런 규제의 손길을 피해 또 다른 광장이 인터넷을 타고 만들어지고 있다. ‘트위터’라는 마이크로 소셜미디어 서비스가 그 주인공. ‘위키피디아’가 유선인터넷 시대의 집단지성을 상징했다면 트위터는 이제 무선인터넷 시대의 실시간 집단지성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정보와 트렌드, 사회 현상 등을 트위터에 올린다. 다른 사람의 글에 답변을 달고 그 글을 퍼 나르기도 한다. 다양한 정보 교류의 장이 된 것은 물론이고 만남과 소통의 장이 됐다.
이 책은 그 자체로 트위터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책을 만드는 데 참여한 사람들 수만 186명. 추천사를 한 사람만 해도 100명을 헤아린다. 이들은 모두 트위터를 통해 모인 사람이다. 저자들은 트위터를 통해 계속해서 책 내용을 보완해 나가고 책을 통해 얻는 수익은 뜻깊은 나눔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단서도 달았다.
책에서는 트위터라는 온라인 광장이 경쟁보다는 나눔을 지향하는 ‘촛불의 시대’를 이끄는 전령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조례도, 국가 권력도 없는 온라인 광장이 우리 사회와 개인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1만4000원.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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