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라서 그런지 언론과 기업들에서 향후 10년의 한국경제와 사회변화에 대한 문의가 자주 들어 온다. 내가 예측하기에 앞으로 10년의 한국경제와 사회는 한마디로 ‘한국판 잃어버린 10년의 위기’라는 표현이 현실화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 위기에 주목했지만, 향후 10년은 내부적 문제로 인한 위기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은 성숙기에 들어간 기존 산업, 1990년 1.5명에 불과했던 저출산, 1994년 인구 14%가 65세 이상인 고령사회로 진입, 경제성장률 저하, 종신고용 붕괴, 부동산 버블 붕괴로 인한 중산층 소비 위축과 양극화 심화 등이 복합적으로 만들어낸 저주였다. 여기에 구조조정 타이밍의 실패가 화(禍)를 키웠다. 문제는 10년 후 우리나라도 이런 문제들이 눈에 띄게 가시화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2005년 한국은행은 이미 우리나라 기존산업들이 성숙기에 들어섰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그동안 한국의 성장을 견인했던 자동차·반도체·중화학공업·조선업·제조업 등은 향후 10년 동안 노동력이 우수한 중국과 인도 등 이머징 국가들에게 크게 쫓기게 되고, 자본과 기술력이 뛰어난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의 본격적인 반격에 시달리면서 ‘넛크래커’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제품이나 산업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 끼어 호두처럼 깨지는 처지가 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빚으로 인한 경제성장 부분을 제외한 실질적 잠재성장률은 마이너스에 들어선지 오래다. 또한 글로벌 경쟁과 기업들의 적극적인 리스크 회피전략으로 인해 종신고용이 붕괴되고 공장의 해외 이전과 저임금의 후진국 노동자 유입으로 소비확대의 원동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8년이 되면 고령사회가 된다. 더 큰 문제는 부동산 폭탄이다. 일본의 경우 1986∼1991년까지 무려 51개월 동안 부동산 불패신화가 지속되었지만, 1992년부터 버블이 붕괴되면서 도쿄의 집값은 13년 연속 하락했다. 이는 상당수 중산층의 파산, 기업도산, 은행부실을 도미노적으로 불러 왔다. 한국도 주거용 부동산과 상업용 부동산의 거품이 거의 붕괴 직전에 있다. 우리나라 부동산은 올해부터 은퇴하는 712만명의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이 마무리되는 8∼9년 후와 본격적으로 인구가 줄기 시작하는 2018년을 전후로 붕괴가 시작될 것이다. 즉 아무리 늦어도 2020년 전후를 시작으로 지속적인 집값 하락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대안을 수립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성숙기에 들어선 전통산업들은 IT를 융합한 2차 진화에 집중해야 한다. 그동안 거론된 여러 신성장동력 중에서 가능성이 있는 몇가지 분야를 다시 선정해서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또한 향후 10년 동안 고령사회와 부동산 버블 붕괴에 대한 대책을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은 한국의 미래가 될수도 있다.
최윤식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장 ysfutur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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