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방송계 이슈는 ‘미디어법’ 통과였다. 올해는 그에 따른 미디어 재편이 되는 시기다. 우선 신문이 방송을 소유하고 방송은 케이블TV를 가질 수 있게 됐다. 기존 지상파 외에 종합편성채널이 새로 등장해 뉴스보도·연예오락·시사교양 등을 모두 방영하는 채널이 많아진다. 다채널서비스(MMS) 논의도 시작된다. MMS 또한 시청자에게 다양한 채널을 공급해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 측면에서의 변화도 크다. 어떤 형태의 크로스 미디어 플랫폼이 탄생할지, 그로 인한 파급효과는 어떨지 감히 상상하기 힘든 상황이다. 독립외주제작사와 방송장비업체 등 관련 산업계가 더욱 분주해지는 것은 물론이다.
MVNO사업자 등장에 따른 통신 시장 변화도 주목된다. 제4 통신사업자 등장이 예고된 가운데 정부도 유효경쟁 정책을 신규사업자에 맞출 것임을 분명히 해놓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해 국내 통신 시장은 3강, 다(多)약 시대가 열릴 가능성이 높다. 주파수 배분도 뜨거운 이슈다. 지난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됐던 주파수 배분 시행이 미뤄졌으나 올해 초부터는 본격적으로 주파수 배분이 진행된다. 4G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통합LG텔레콤과 3G의 부족한 주파수 확보를 원하는 SK텔레콤의 행보가 주목된다.
◇끝없는 변화의 시작=방송통신위원회는 미디어법 통과에 따른 종편과 보도채널 선정을 올 6월 이후로 미뤘다. 당초에는 올 상반기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시중 위원장이 지난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종편 구비서류’ 문제로 올 하반기에나 종편을 선정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종편 선정을 염두에 둔 신문사들은 벌써부터 분주하다. 동아일보·중앙일보·조선일보·매일경제 등이 컨소시엄을 꾸리고 종편 선정 레이스에 돌입했다. 종합편성채널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하나지만 보도·교양·오락·드라마 등 다양한 방송을 편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위상이나 영향력에서 기존 지상파 채널에 버금가는 방송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게다가 종편이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에서 서울지역 기준으로 8번이나 12번 채널을 부여받게 되면 시청자들은 6번의 SBS, 7번과 9번의 KBS, 11번의 MBC, 8번과 12번의 종편채널을 똑같은 지상파방송으로 인식하게 된다. 미디어법은 케이블TV와 IPTV 각각 30%, 49%까지 신문과 대기업의 지분 참여를 허용했다. 신문과 방송 간 결합과 함께 새로운 미디어법은 케이블·IPTV 등 유료방송사업자에게도 제휴를 허락했다. 종합편성채널·보도전문채널 등을 신규로 가지지 않아도 지분 교차 소유만으로 새로운 시장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크로스 미디어 플랫폼 탄생도 예견해볼 만하다. △케이블사업자(SO)-지상파방송사 △IPTV-지상파·케이블방송사 △신문-케이블·지상파방송사 등의 크로스 미디어 플랫폼이 나올 수 있다.
김인규 KBS 사장 취임 이후 MMS에 대한 논의도 다시 불이 붙고 있다. MMS(Multi Mode Service)란 디지털방송 1개 주파수대역(19.39BPS)을 쪼개 5∼6개 SD 방송을 추가 송출하는 것으로, 채널 증가효과를 가져온다. 2009년 5월 EBS는 방송통신위원회에 ‘EBS 디지털TV 다중방송(MMS)’ 허용 여부에 대해 질의했으며, 다음달 ‘현재로선 EBS에게만 다른 방송사와는 달리 차별적으로 MMS를 허용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회신한 바 있다.
무료 보편 교육 서비스를 앞세운 EBS가 먼저 추진해왔지만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차별적 허용’ 불가 방침을 내린 것. MMS 논의는 한동안 이뤄지지 않았으나 김인규 사장의 케이뷰 플랜으로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다채널을 강점으로 내세운 유료방송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미디어 광고 시장도 재편=민영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회사)의 등장으로 미디어 광고 시장 또한 요동치게 된다.민영 미디어렙은 방송 광고 요금이 자율화되고 방송사가 직접 광고영업을 하는 시장경쟁 체제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는 현재 방송 시장의 실질적인 구조 개편을 가져올 단초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미디어렙 제도는 지상파방송 광고 시장뿐 아니라 여타 광고 시장 전체를 뒤흔들 수 있다는 다양한 주장이 제기돼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방송과 광고와의 결합 우려, 종교나 지역방송 등 취약 매체의 경영 상황 등이 고려 요소다.
헌법재판소 전원합의체는 2008년 11월 지상파방송 광고 독점판매를 규정한 방송법 제73조 5항과 시행령 등에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2009년 12월까지 법을 개정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국회에서 멈춰 있다. 민영미디어렙을 몇 개 둘 것인지, 소유지분 제한은 어디까지 둘 것인지 등이 가장 큰 쟁점으로 다양한 의견이 충돌되고 있기 때문이다.
KBS 수신료 인상도 광고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KBS가 수신료를 인상하게 되면 광고를 줄일 계획이어서, KBS 광고 물량이 다른 방송사나 다른 미디어산업계로 쏟아져 나올 수 있다. 지난 4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KBS 수신료를 5000∼6000원으로 인상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한국방송 광고 비율을 20% 이하로 맞추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KBS에 따르면 광고를 전면 폐지할 경우 수신료를 6060원으로, 광고를 10%로 맞추면 5450원, 15%와 20%일 땐 5140원과 4820원으로 올려야 한다. 이로 인해 KBS가 수신료를 인상하면 7000∼8000억원 규모의 광고가 미디어 시장에 풀릴 수 있다는 것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제4 통신사업자의 등장=올해는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가 출현해 통신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통신 시장에 경쟁을 활성화하기 위해 주파수·설비를 보유하지 못한 사업자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MVNO 제도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중소 통신사업자, 비통신업체 등 다양한 기업들의 통신 시장 진입 기회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KT·LG텔레콤에 이은 제4, 제5의 이통사 탄생이 예상된다.
가장 발빠르게 MVNO사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곳은 온세텔레콤이다. 온세텔레콤은 예비 MVNO사업자들의 모임인 ‘한국MVNO사업협의회’를 발족, 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해 왔다.
온세텔레콤은 단독 사업은 물론이고 고객 기반이나 유통 채널을 보유한 금융권 및 대형 유통사와의 제휴로 MVNO사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온세텔레콤은 MVNO 진출 시 전체 이통 시장의 5% 내외인 200만명의 가입자를 유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데이터와 음성 서비스를 제공하되 기존 이통사에 비해 파격적인 요금제와 차별화된 콘텐츠로 특화 시장을 집중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지난 1일 통합LG텔레콤의 출범으로 그동안 옛 LG텔레콤에 집중됐던 정부의 ‘유효경쟁 정책’이 신생 통신사업자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파수 재분배=방송통신위원회는 700㎒와 800㎒ 대역 황금 주파수를 올초 재분배할 예정이다. 2.1㎓ 주파수 할당도 상반기 중 기대된다. 이에 따라 KT와 SK텔레콤·통합LG텔레콤의 4세대 이동통신 전환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가장 관심을 보이고 있는 곳은 통합LGT다. 통합LGT는 정부가 상반기 중 재배분 예정인 800㎒ 또는 900㎒ 등 저대역 주파수를 확보, 현재의 3세대 서비스보다 데이터 전송속도가 월등히 빠른 차세대 전국망을 조기에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통합LGT는 상반기 중 저대역 주파수를 확보하는 대로 기술방식의 선정 및 이에 따른 장비와 단말기 개발 등 준비기간을 거쳐 현재의 3세대(하향 기준14.4Mbps) 서비스보다 데이터 전송속도가 3∼6배 정도 빠른 차세대 이동통신의 전국망 조기 구축을 위한 본격적인 투자에 나선다. 전국 상용 서비스 개시는 2013년이 목표다.
이상철 통합LG텔레콤 부회장도 “방송통신위원회가 올해 초에 주파수 재분배 계획을 밝히면 적정 주파수 대역을 확보해 4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적극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정부는 미개척 주파수 대역인 70㎓와 80㎓의 신규 용도지정도 연내 추진한다. 방통위가 신규로 용도를 지정하는 주파수는 71∼76㎓와 81∼86㎓ 대역 등 총 10㎓ 폭이다. 70㎓·80㎓ 대역은 파장이 짧고 대역폭이 넓어 회로 소형화 및 고속 전송 등에 유리하다.
류경동·문보경기자 ninan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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