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형식파괴로 신성장동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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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11월 2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 지식경제부와 전자신문이 개최한 ‘그린오션포럼 2009’에서 축사를 한 김재범 UNEP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은 “마치 내가 K-1 무대에 올라와 있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기조강연에 나선 김형국 녹생성장위원장과 김문덕 KEPCO 부사장도 “이런 연단은 처음 본다” “그동안 앞태만 신경썼는데 오늘은 뒤태까지 신경써야 했다”며 한마디씩 덧붙였다. 국내 콘퍼런스에서는 처음 시도한 중앙무대에 오른 주요 인사들의 소감이다. 다보스 포럼에서 적용한 적 있는 중앙 무대는 설치비용이 일반 무대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신선하고 청중의 집중도를 높이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작년 12월 9일, 10일 서울 광장동 W호텔. 지식경제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마련한 ‘2009 테크플러스포럼’ 첫날 개회 무대와 둘째 날 폐회 무대 역시 독특했다. 탭 댄서의 무대가 끝날 무렵 행사를 주관한 산업기술진흥원장이 뛰어 올라와 개회를 선언하더니 특별연설자로 나선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노타이 차림으로 나와 색다른 프레젠테이션을 보여줬다. 다국적기업 CEO들이 제품설명회나 기업소개를 할 때 하는 것처럼 무대의 주인공이 돼서 쇼를 진행하듯 자연스럽게 해냈다. 둘째 날 행사를 주관한 기관장이 직접 나서 30∼40분 동안 포럼을 총정리하는 모습도 신선했다.

 전형적인 틀에 얽매여 천편일률적으로 이루어져 온 산업 관련 콘퍼런스나 포럼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공급자적 편의주의 행사에서 고객의 입맛에 맞는 행사로 변화하는 단면이다. 고객이 있어야 공급자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이 어떤 행사를, 어떤 정보를 원하는지 미리 조사해 고객의 눈높이에 맞는 상품을 내와야 한다.

 새해를 시작하는 기업의 시무식 풍경도 이색적이다. 전통적인 관행을 깬 시무식으로 기업의 첫 번째 고객인 임직원과 마음을 함께함으로써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포스코는 정준양 회장이 신년사를 읽는 대신 포항 본사에서 직접 경영구상을 설명하는 프레젠테이션 방식으로 새해 업무를 시작했다. 포스코 계열사인 삼정피앤에이는 예년과 달리 사회봉사 활동으로 시무식을 대신해 눈길을 끌었다.

 GS칼텍스도 엄숙한 시무식 대신 신입사원들이 준비한 ‘나는 당신의 에너지(I am your energy)’를 주제로 한 뮤지컬로 조직의 화합을 이끌어냈다. 신한은행·하나은행이 미니콘서트와 대중적인 퍼포먼스로 시무식을 대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10년은 2000년대의 첫 번째 10년을 내디디는 해이자 60년 만에 찾아오는 백호의 해다. 2010년은 다른 해에 비해 기념적인 의미가 많은 해다. 경술국치 100주년이자 한국전쟁 발발 60년이 되는 해기도 하다. 치열한 도전을 거쳐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고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관행 속에서 콧노래만 부르고 있다가는 언제 다시 기술 종속국으로 전락할지 모른다. 형식 파괴와 발상의 전환을 통한 창조정신으로 새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 때마침 내린 눈이 전국을 마비시켰지만 풍년과 국운의 상승을 예고한 서설로 여겨도 좋지 않을까.

주문정·그린데일리 부장 mj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