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업계에 원자재와 소재를 수직계열화하는 일괄 공정 구축 바람이 일고 있다. 재료·소재 조달 비용이 계속 증가하는 가운데 세트업체들의 판가 인하 압력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다.
공정 개선, 수율 향상만으로는 수익성에 한계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직접 소재를 개발해 부품에 탑재하거나 자회사를 통해 원재료를 조달하려는 기업이 많아졌다. 또 소재·원재료의 원천기술을 확보한 부품기업은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런 추세는 더욱 강해지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광통신은 국내 업체 중 유일하게 광케이블 제조에 필요한 원재료인 모재까지 직접 개발해 일괄 공정을 모두 갖췄다. 그동안 광케이블 모재는 일본업체가 독점 생산하던 대표적인 품목이다.
삼성광통신은 삼성가스분사공법(SVD) 개발로 일괄 공정을 구축해 원가 절감을 달성한 것은 물론이고 무굴절특성광섬유(E-BIF)를 개발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현지 기업과 합작회사를 설립해 광케이블 모재만 공급, 판매하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피앤텔·신양엔지니어링 등 휴대폰 케이스 업체는 금속기구물 자회사 설립으로 원가 절감을 꾀한다. 금속기구물을 채택한 휴대폰 디자인이 늘면서 원가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피앤텔은 올해 자회사 코리아유니테크와 이륭엑스마를 통합한 자회사 휴메릭에서 금속기구물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 신양엔지니어링은 신양GET에서 금속기구물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시노펙스, 토비스, 디지텍시스템 등 휴대폰 터치패널 모듈업체는 ITO 글라스, ITO 필름 등을 내재화하는 기술로 원가 절감을 꾀한다. 휴대폰 터치패널에 쓰이는 핵심 소재인 ITO 필름은 원가 비중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지만 일본·대만업체가 대부분 독점 공급해 가격 협상이 어려운 대표적인 품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세트업체들이 아래위에서 압박해 오면서 부품업체의 이익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고급 소재기술을 확보해 판가 인하 충격을 흡수하려는 부품업체의 전략이 새해부터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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