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세계 최대 MOCVD 공급사 독일 엑시트론을 가다

 동시에 70여대의 유기금속화학증착장비(MOCVD)를 제조하는 세계 최대 MOCVD 공급사, 독일 엑시트론의 생산공장은 의외로 정적이 흘렀다. 초록색·푸른색 방진복을 입은 작업자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생산 현장에서 흔히 들리는 쇠 깍는 소리, 용접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베른트 그로노스테이 엑시트론 생산담당 이사의 설명을 듣고서 이해가 갔다. 그는 “생산에 필요한 부품 및 모듈을 최고 90%까지 외주가공을 통해 조달한다”며 “본사에서는 협력사들로부터 가져온 부속품들을 조립하고 성능을 시험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벤츠 만들듯 MOCVD를 만든다”=엑시트론의 MOCVD 제조 과정은 마치 자동차 생산라인을 연상시킨다. 아헨시 반경 50㎞ 내에 위치한 협력사들로부터 부품 내지 모듈 형태의 반제품을 공급받는다. 마치 자동차 산업에서 엔진·타이어·전장부품 등을 인근 협력사에서 공급받아 집적효과를 극대화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한 업체의 엑시트론 공급 물량이 30%를 넘으면 협력사를 하나 더 추가한다. 상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공급사슬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조립 과정에서도 협력사 직원들이 직접 참여, 전문성을 높인다. 작업실 내부에 푸른색 방진복을 입은 직원은 엑시트론 본사 소속으로 주로 완제품의 성능 검증에 참여한다. 초록색 방진복은 협력사 소속으로 각각의 부품조립을 담당한다.

바스티안 마르하이네케 영업 부사장은 “벤츠·아우디 등 독일 자동차 산업처럼 수많은 협력사들과의 협조를 통해 MOCVD 한 대를 완성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생산능력 30∼50% 증가=엑시트론 작업자들은 장비를 만드는 작업 공간을 ‘구멍(슬롯·Slot)’이라고 부른다. 공장 안에는 벌집 구조처럼 약 70개의 슬롯이 모여 있다. 협력사들과의 완벽한 공급사슬 관리를 통해 슬롯 회전율을 높이면 같은 기간에 더 많은 MOCVD를 생산할 수 있다. 각 슬롯에는 방진복을 입은 작업자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MOCVD를 조립하고 있다. 한 팀이 1대의 장비만을 책임지고 최단시간에 조립해내기 때문에 효율성이 높다. 바스티안 마르하이네케 엑시트론 본사 영업 부사장은 “현재 1분기당 100여대의 MOCVD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분기당 130∼150여대까지 생산 규모를 늘릴 계획”이라며 “추가 설비 투자를 하지 않고 슬롯 내 효율성만 제고해도 생산능력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6·8인치 에피웨이퍼용 MOCVD ‘성큼’=작업실 내에서 독특한 모양의 서셉터가 눈에 띄었다. 서셉터는 증착기 내에서 사파이어 웨이퍼가 얹혀지는 부분이다. 기존에 보던 서셉터들은 2인치 내지 4인치 웨이퍼를 42장 내지 11장씩 처리하는 타입이었다. 이 날 작업실에서는 엑시트론이 내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6인치 웨이퍼용 서셉터를 볼 수 있었다. 단 6장의 웨이퍼를 성장시킬 수 있지만 증착면적은 앞선 모델들보다 훨씬 넓다. MOCVD 한 번 가동에 2인치용 보다 40%나 많은 LED 칩을 생산할 수 있다.

아헨(독일)=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