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하실 말씀 있으신지요?”(모하메드)
이명박 대통령이 유명환 외교부 장관으로부터 사실상 UAE 측으로부터 거절 통보를 받았다는 보고를 받고 지난 11월 초 모하메드 아부다비 왕세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자 상대방은 이렇게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28일 기자들과 만나 “이번 UAE 원전 수주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며 “이 대통령의 리더십이 아니었으면 성사되기 어려웠다”며 후일담을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첫 통화의 반응에 불구, “긴 장래를 보고 30년, 50년을 보고 진정으로 협력할 준비가 됐다”며 “종합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싶다. 우리나라가 최근 기간 가장 활발히 원전을 건설해왔기 때문에 차별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다음 주에 두 번째 전화를 했을 때 왕세자의 태도가 달라졌다. 모하메드 왕세자는 “여러 분야 전문가를 보내달라”며 “당초 이번 주에 발표할 것을 5주 정도 미루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나흘 후 바로 한승수 전 총리를 대표로 하는 비공식 협상단을 급파했다. UAE는 우리나라의 신속한 반응에 놀랐다는 후문이다.
특사단이 다녀온 뒤 이 대통령은 다시 모하메드 왕세자에게 전화를 걸어 “양국이 건설적 관계를 유지하려면 마음을 함께해야 한다”고 진정성을 전달했다. 그러자 모하메드 왕세자는 “50년, 100년이 우리를 기다린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협력이 필요하다”며 화답했다. UAE가 우리나라로 점차 마음이 기울기 시작한 시점도 이 무렵이다.
12월 10일 네 번째 통화에서 모하메드 왕세자는 “이른 시일 내에 실질적으로 협력할 대표단을 보내줘 고맙다. 다음주 정도에 가시적인 결과를 얘기할 수 있다”며 한국이 승자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최종 한전 컨소시엄 수주 결정이 내려진 것은 다섯 번째 통화였던 12월 15일. UAE 측은 보안 유지를 당부하면서 “한국과 하기로 내부 결정을 내렸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 통화는 코펜하겐 기후변화당사국 회의가 열린 18일께였다. 모하메드 왕세자는 이 통화에서 “27일, 28일께 이 대통령께서 오셨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고 이 수석은 전했다.
이 수석은 “모스크 방문을 모하메드 왕세자가 수행하고 출국 때에도 왕세자가 비행기 이륙 직전까지 손을 흔드는 등 융숭한 대접을 했다”며 “이 대통령이 국가와 국가 간, 지도자와 지도자 간에는 가치와 철학을 공유해야 한다는 의견에 모하메드 왕세자가 공명을 일으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부다비의 기적은 이 대통령의 진정성과 UAE 측의 호응이 이루어낸 한판의 뒤집기 승부인 셈이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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