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위기의 해 맞아?’
미국발 금융위기로 매우 힘든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예상했던 올해 수치상으로는 위기와는 매우 동떨어진 결과가 여럿 나타났다. 올해 신설법인 증가와 부도법인 감소가 대표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들어 11월까지 신설법인 수는 5만1406개사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신설법인수 5만855개사를 이미 넘어선 것이며 경기가 좋았던 2007년 5만3483개사 보다도 많을 전망이다. 최근 3개월 신설법인 수는 4540개∼5193개사다.
반면 올해 부도법인 수는 대폭 줄었다. 2007년 1507개사에서 지난해는 1886개사까지 증가했으나 올들어 11월까지는 1254개에 불과하다. 최근 3개월 부도법인 수가 87∼102개사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역시 2007년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결과치는 그러나 결코 환영만 할 내용은 아니다. 나영인 한국은행 금융시장국 과장은 “부도법인이 감소한 것은 정부의 유동성 지원과 보증확대, 중소기업 대출 만기연장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고 신설법인 경우 30∼40대 창업이 증가를 했는데 여기에는 구조조정 등으로 인한 창업 전환 케이스가 다수 포함돼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벤처기업 현황도 이례적이다. 벤처기업 수 증가는 폭발적이다. 벤처기업 통계를 관리하는 기술보증기금에 따르면 이달 21일 기준 벤처기업 수는 1만9100개사로 작년말에 비해 3699개사는 증가했다. 한해에 벤처기업 수가 이처럼 크게 늘어난 것은 2000년(3864개사) 이후 처음이다. 대표적인 벤처확인 기관인 기술보증기금이 보증을 대폭 늘리는 과정에서 벤처기업 수가 크게 늘어났다. 이 여파로 기술평가보증기업은 전체 벤처기업의 83.7%에 달하고 나머지 연구개발기업, 기술평가대출기업, 벤처투자기업 등은 모두 합해야 채 17%가 안 된다.
벤처펀드 또한 2001년 이후 최대 규모로 결성이 확실시된다. 올들어 11월까지 결성된 벤처펀드는 총 1조842억원으로 지난해 결성규모(1조925억원) 돌파를 코앞에 뒀다. 미국에서 올 3분기까지 펀드 결성 규모가 83억7500만달러로 지난해 전체 286억500만달러의 3분의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과는 크게 대조를 보인다. 수치만 봤을 때 우리나라는 금융위기속에도 고위험(하이리스크)을 추구하는 벤처펀드에 대거 자금이 몰린 셈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정부 모태펀드의 강력한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도가 정상적으로 나야할 기업도 정부 정책자금 지원으로 연명한 경우가 많다. 이런 기업들은 새해 경제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면 우려를 해야 한다”며 “창업이나 벤처기업 증가가 정부 지원에 의해 연명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성장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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