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괴물로 변한 ‘노키아’…‘추락의 전조?’

노키아가 포악한 소송 괴물로 변했다. 지난 10월 특허 침해를 이유로 애플을 제소한 데 이어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필립스 등 경쟁사·협력사 가릴 것 없이 줄줄이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6주간 총 11개의 기업이 노키아의 소장을 받아들었다. 이유가 뭘까?

◇줄을 잇는 소송=노키아는 최근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필립스, 샤프 등 그동안 협력관계에 있던 휴대폰용 LCD 제조업체들을 담합 혐의로 고소했다. 카르텔을 형성해 공급하는 소형 LCD의 가격을 부당하게 높여 이익을 취했고, 이 때문에 자신들은 원가 혁신에 큰 차질을 빚었다는 주장이다. 노키아와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경쟁했던 이들이 하루 아침에 공범자가 돼 법정에 서게 됐다.

경쟁사에 대한 노키아의 칼날도 더 예리해졌다. 지난 3분기 스마트폰 시장에서 이익총액으로 노키아의 자존심을 짓밟았던 애플은 곧바로 소송 세례를 받았다. 10건의 특허 침해가 그 이유다. 애플은 즉시 맞소송을 냈지만 특허소송의 경험이 많은 노키아와 맞서기 위해서는 많은 출혈을 감수해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노키아는 앞서 독일의 특허지주회사 아이피콤(IPcom)과도 총 12건의 소송을 내고 진행중이다. 또 지난해에는 수년간 진행해왔던 퀄컴과의 소송에도 종지부를 찍고,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추락하는 자의 안간힘=노키아가 이같은 소송을 벌이는 데 대해 업계의 반응은 좋을 리 없다. 교차 권리 계약을 통해 상호 특허를 공유해 사용하다가도 어느 새 사안을 법정으로 끌고 가 동지를 적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루이스 펜트란드 노키아 법률 담당 임원은 “정책이나 전략이 변한게 없다”면서 “다만 모바일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보유 특허가 활용되는 범위나 경쟁의 국면이 넓어져서 소송이 확대되는 것처럼 비쳐질 뿐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키아의 이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경쟁사들이나 전문가들은 노키아가 소송을 모종의 압박 카드로 사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다년간 소송을 진행하게 되면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승소를 해도 재정적으로는 큰 이익은 없지만, 직접적 경쟁 관계에 있는 기업이나 관련 업계에 여러가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는 분석이다.

스웨드뱅크의 얀 이르펠트 분석가는 “노키아가 일련의 소송에서 이겨 금전적 이익을 거둘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다”면서 “노키아는 경쟁사를 압박할 메시지를 보내고 싶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