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녹색기술을 꿈꾼다] (5) 전문가 좌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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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사명 : 1등 녹색기술 선점을 위한 전문가 좌담회

 

 ◆참석자

 주영준 지식경제부 에너지기술과장

 석영철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부원장

 김중곤 포스코파워 상무

 문길호 두산중공업 연구위원

 이왕건 삼성SDI 부장

※사회: 주문정 전자신문 그린데일리 부장

 세계는 지금 녹색물결 위에서 녹색에너지를 선점하기 위한 녹색기술 대결이 한창이다. 단순히 연소를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던 화석연료가 머지 않은 미래에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화석연료가 발굴과 채굴에 의한 것이라면 녹색에너지는 기술에서 비롯된다. 문제는 아직 화석연료를 대체할 마땅한 녹색에너지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녹색기술은 녹색에너지를 활용하기 위한 기술을 뜻하기도 하지만 기존 화석연료를 녹색화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녹색에너지가 화석연료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지만 기술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녹색기술 선점이 중요한 이유다. 전자신문은 이같은 추세에 따라 한국산업기술진흥원과 공동으로 ‘1등 녹색기술 꿈꾼다’라는 주제로 기획취재해왔다. 정부 및 기관·업계 전문가와 우리나라 녹색기술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녹색기술을 세계 톱 클래스로 올라서게 하는데 필요한 정책과 풀어야 할 과제를 도출해보고자 한다.



 ◇사회(주문정 전자신문 그린데일리 부장)=세계 시장을 선점하려면 우선 우리나라의 기술수준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에서 추진 중인 녹색기술 관련 사업 현황과 기술 수준에 대해 말해달라.

 ◇김중곤(포스코파워 상무)=미국 퓨얼셀에너지(FCE)의 용융탄산염 연료전지(MCFC)기술을 도입해 내재화 시키고 있다. MCFC는 이미 상용화된 기술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포스코파워 자체적으로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원천기술을 개발 중이다. 2007년 5월부터 계획, 자체 과제로 연간 250억씩 투자하고 있다. MCFC가 흑백 TV라면 SOFC는 컬러TV다. 크기가 작고 효율이 높다. 가격도 저렴하다. 최근 노원 열병합발전소에 설치한 MCFC는 2.4㎿로 3000가구가 전기를 쓸 수 있고 800가구에 열을 공급한다. 내년 10월부터는 핵심부품인 스택을 쌓는 것도 우리가 직접한다. 셀만 수입한다. 80%가량 국산화를 이루는 것이다. 도심 속 에너지발전소로 발전소의 패러다임이 바뀐다. 수소 생산·운반·저장 기술이 없는 게 문제지만 연료전지는 미래 수소 경제의 중심 축이 될 것이다.

 ◇이왕건(삼성SDI 부장)=2차전지는 크게 IT·전기자동차·전력저장용으로 나뉜다. 에너지저장이라면 통상 전기자동차나 전력저장용을 일컫는다. 삼성SDI는 보쉬와 함께 설립한 SB리모티브를 통해 전기자동차용 2차전지를 개발 중이다. 현재 개발 중인 1세대에 이어 출력 20∼30% 개선한 2세대도 2013년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2015년 전기자동차 수요가 500만대로 리튬이온전지를 채용한 것은 290만대에 달할 전망이다. SB리모티브는 이미 울산사업장에 양산라인 공장 건설을 착공했다. 2011년부터 본격 양산·판매할 계획이다. 삼성SDI 기술을 바탕으로 한 SB리모티브의 전기자동차용 전지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로부터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전기자동차용은 BMW·미국 델파이 등과 공동 개발 중이다. 전력저장용의 경우 삼성SDI는 스마트그리드 제주 실증사업 중 3개 공모분야에 모두 참여한다. 현재 개발 중인 제품도 가정용·신재생에너지용·전기자동차 및 충전소용으로 맥을 같이 한다. 2011년까지 각가가 실증용 시스템을 설치하고 2013년까지 평가·보완할 예정이다. 일본은 신재생에너지용을 상용화했으며, 미국도 주파수 조정을 위한 발전용 실증사업이 진행 중이다. 리튬이온전지의 경우 1∼2년 정도 기술적인 차이가 있다고 판단한다.

 ◇문길호(두산중공업 연구위원)=두산중공업이 개발 중인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CCS) 기술은 연소 후 포집하는 PCC와 석탄가스화복합발전(IGCC)·순산소연소 등이 있다. CCS는 이산화탄소를 가장 효율적으로 저감할 수 있는 기술이다. 중국을 제외해도 세계적으로 80∼100조원에 이르는 발전소 시장과 버금갈 정도로 시장잠재력이 크다. 신규발전소의 경우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IGCC를 선호한다. 200㎿ 이하의 소형 발전소는 순산소 연소기술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신규가 아닌 개선공사에는 PCC기술이 효과적이다. 발전소 특성에 맞게 여러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PCC 기술은 선진국들이 이미 10년 전부터 개발 중이나 아직 발전소에 적용하지는 못하고 있다. 발전소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아 이를 분리하기가 어려워 기술은 상용화돼 있지만 실제 적용이 어렵다. 핵심기술은 흡수제로 화학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술력은 60% 수준이다.

 IGCC는 우리가 접근하기 어려운 기술이다. 가동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발전회사들이 신뢰성 문제로 원하지 않는다. 설비투자비도 많이 들어간다. 순산소연소기술은 연소 시 공기 대신 산소만을 주입하는 것으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기가 쉽다. 하지만 산소를 만드는 공장이 따로 있어야 한다. 두산밥콕에서 40㎿규모로 개발하고 있다. 아직 양산 단계는 아니지만 세계적인 수준이다.

 ◇주영준(지경부 에너지기술과 과장)=석탄액화(CTL)기술과 합성천연가스(SNG)는 40∼70% 수준이다. 가스액화(GTL)는 70∼90%에 달한다. 포스코와 SK에너지가 작업 중이다. 자원확보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관련 지원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사회=언급한 기술은 일부 상용화된 것도 있지만 아직은 더 발전해야 할 분야기도 하다. 관련 인프라도 뒷받침 돼야 할 것 같다.

 ◇석영철(한국산업기술진흥원 부원장)=인력과 금융·실증단지 등 관련 인프라는 3가지 정도라 할 수 있다. 우선 인력이다. 범위가 너무 넓고 기본적으로 융복합 기술인데 전문인력이 없다.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녹색기술 분야별 특성화 대학이 필요하다. 영국은 그린칼라(녹색직업) 관련 인력을 집중적으로 키우고 있다. 대학과 산업이 인력을 공동으로 양성하는 것이다. 산학 협력이 중요한 대목이다. 금융 인프라의 경우 녹색관련 상품이 최근 대거 출시됐다. 이를 기술이나 프로젝트에 투자, 조기 구축하는데 기여토록 기대한다. 녹색기술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도시규모 정도의 대규모 실증단지가 필요하다. 세계적 녹색기술 테스트 베드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주영준=실증단지를 내년 중 추진할 계획이다. 331억원 정도로 내년도 예산에 들어간다. 과거에는 에너지 관련 일부 과에 전달해주는 개념이라 현재 개편 작업 중이다. 내년 초 기업 위주로 산학공동 포럼을 계획하고 있다. 융복합 기술 인력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다.

 ◇문길호=인력 문제가 심각하다. 처음에 녹색기술에 진입하려면 전문 인력을 우리나라서는 찾을 수 없다. 지금부터 투자해도 5년 후에나 써먹을 수 있다. 인재하나 키우는데 7∼8년 걸린다. 인력양성에 대한 고민해야 한다. 연료전지 인력들이 배터리 분야로 넘어간다. 연료전지 분야에 인력 공동화현상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 정부와 진흥원에서 신경 써줘야 한다.

 ◇사회=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개발이 중요하지만 처음부터 독자적으로 투자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 기업별 기술개발 전략, 바람직한 제휴·협력 방안에 대해 말해달라.

 ◇문길호=기술개발에는 라이선스·M&A·자체개발 등 3가지 전략이 있다. 에너지 분야는 비용이 많이 들어 예전에는 라이센스 방식을 많이 활용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에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두산 밥콕을 인수한 것도 프로젝트마다 라이선스 비용을 주는 것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핵심기술이 없으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원천기술을 확보하니 세계적인 기업과 경쟁이 가능해졌다. 필요한 기술을 최대한 빨리 확보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 시간을 두고 개발하는 것은 다른 전략이다. 예를 들어 2005년에 알스톰이 CCS관련 기술 로드맵을 갖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기술개발에 실증까지 따라 가는 건 힘들다. 라이선스 할 수밖에 없는 비즈니스가 분명 있다.

 ◇사회=그린에너지 기술 개발 등에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좋은 방안이 있으면 말해달라.

 ◇주영준=업계간 이해관계가 다 다르다. 일본의 예를 들 필요가 있다. 제이파워(J―Power)는 CCS 개발을 위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관련 업계가 공동 부담하고 있다. 업계 공동으로 필요한 부분에 있어서는 스스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해관계가 맞다면 함께 재원을 부담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협단체를 만들어 대부분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만 그친다.

 ◇이왕건=에너지산업이 그린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스마트그리드가 좋은 예다. 단독기업 하나가 주도할 수 없는 장을 만들어주고 기업들이 참여토록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분야별로 특화해야 한다. 정부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것이다.

 ◇석영철=산업계의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 정부가 노력했지만 외국산 장비나 부품이 판치는 경우가 많다. 정부가 의지 천명하는 것도 좋지만 기업의 참여가 먼저다. SK에너지가 청정석탄에너지 대규모 프로젝트를 발표한 후에 정부가 250억을 투자키로 했다. 좋은 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중장기 비전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시장조성뿐만 아니라 기술개발서부터 고르게 지원하겠다는 것을 밝혀달라. 산업계는 아무래도 주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회=정부에게 건의하고 싶은 게 있을 것 같다.

 ◇이왕건=2차 전지 산업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지원은 적기에 이뤄져야 한다. 자동차 전지가 예다. 예를 들면 자동차용 전지 생산 시 상각비와 지급이자가 총원가의 20%를 차지하는데, 미국은 투자비의 100%, 독일은 50%까지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국내에 더 투자하고 싶어도 해외에서 생산하는 업체에 비해 10∼20% 원가부담이 크다.

 ◇문길호=외국에서는 시험설비에 대해서는 100%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테스트에 들어갈 때는 50% 정도다. 우리나라는 40%정도 기업이 부담하며 대기업 주관일 때는 대기업이 모두 부담한다. 대기업이 참여기업, 연구기관, 대학까지 기술료를 물어야 한다. 이를 줄이거나 면제해주는 방안을 강구해달라. 기술개발에 대기업이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 정책이 필요하다. 신재생에너지나 CCS는 리스크가 크다. 기술개발 단계다. 정부의 배려가 필요하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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