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제약사도 쓸 수 있는 특화 ERP 모델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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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하 중외정보기술 대표는 지금 그 어느때 보다 ‘특별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중외제약의 경영정보팀과 전산실이 통합하면서 탄생한 중외정보기술이 지난 11월로 설립 10주년을 맞았다. 10돌을 맞은 이 대표의 얼굴에는 감회가 남다른 듯 보였다. 그는 “10년전 만하더라도 직원들이 TV나 오디오가 고장 나면 전산실로 가져왔을 정도로 IT에 대한 내부 인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지금 중외정보기술은 중외그룹의 IT파트너로서, 의료정보시장을 선도라는 전문IT기업으로서의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중외정보기술의 다음 10년을 위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중외정보기술의 모체인 중외제약의 전산시스템 구축과 관리 업무뿐 아니라 중외그룹 전체의 정보화 수준을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외부 사업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중외정보기술은 제약그룹사에 속해 있는 IT회사답지 않게 외부 사업의 비중이 큰 편에 속한다. 현재 외부 사업의 비중이 60%로 내부 사업의 비중보다 더 많다. 이 대표는 2014년까지 이 비중을 좀 더 늘려 외부 사업을 80%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조직수도 그만큼 대폭 늘었다. 설립 초기만 하더라도 12명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90여명으로 확대됐다. 매출 역시 초기 20억원에 불과했던 것이 올해 170억원, 내년에는 220억원까지 내다보고 있다. 매출 확대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던 것은 외부 사업의 확대였다. 이처럼 외부 사업을 크게 확대해 나갈 수 있었던 것은 내부 사업을 외부 사업의 기반으로 철저하게 활용했기 때문이다. 그의 고민도 항상 여기서 출발한다.

 그는 “최종 목표 자체가 외부 사업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외부 사업을 염두에 둬 내부 사업을 추진한다”며 “레퍼런스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업을 하는 것보다는 내부일지라도 한번이라도 해본 적이 있는 사업을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중외정보기술은 중외그룹에 구축한 경험을 바탕으로 대외 사업을 확대해 왔다. 그 중 성공적인 사업이 바로 영업자동화(SFA) 시스템과 의료용 RFID시스템 등이다. SFA의 경우 코오롱제약, 삼아약품, 일양약품, 한화제약 등에 구축했고, RFID시스템의 경우 2005년 국내최초로 의료용 RFID시스템을 강남성모병원에 구축한 이후로 서울성모병원, 건국대학교병원, 동아대학교병원, 부산대학교병원, 리더스헬스케어 등 국내 유수 대학병원에 구축됐다. 또한 최근에는 아산병원 응급실에 RFID의사출입관리시스템을 구축해 응급상황발생시 의사의 도달사항 및 시간을 데이터화해 질높은 의료서비스를 환자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외에도 중외정보기술은 현재 100여개 이상의 병원에 통합의료시스템(OCS/EMR)을 구축해 외부사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올해 내부 사업으로 추진한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구축도 향후 외부 사업을 고려해 추진했다. 올해에는 중외제약과 중외홀딩스에 SAP ERP를 구축했지만 향후 2년동안 단계별로 그룹 전사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이들은 향후 ERP 시스템과 연결되는 서드 파티 솔루션들을 제품화해 외부 사업으로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제약 산업의 특징은 적용하되 중외그룹만의 특화된 업무 기능은 최소화했다.

 이 대표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제약분야 특화된 ERP 패키지를 만들어 다른 제약사에서 추가 개발 작업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모델로 개발하는 것이 목표였다”며 “이를 위해 중외제약만의 특징적인 것은 줄이고 제약 분야 전반적인 특징에 무게중심을 두고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가 ERP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한 가지 더 강조한 것이 있다. 바로 프로세스 혁신(PI) 부분이다. 그는 각 부서에서 바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핵심 인원만을 선발해 PI팀을 구성했다. 가장 많았을 때는 30여명이 넘었을 정도로 그는 PI팀의 활성화가 ERP 프로젝트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이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내부 사업으로 가장 핵심적인 프로젝트가 ERP 재구축이었다면 내년도 가장 큰 이슈는 당진 공장으로의 이전에 따른 공장자동화시스템 구축이다. 당진공장의 경우 (주)중외가 수액제 공장으로 이미 운영하고 있지만 중외제약이 화성공장에서 당진공장으로 이전하게 되면서 추가적으로 공장자동화시스템이 구축이 필요해졌다. 이에 따라 중외정보기술은 내년 상반기 중으로 통합생산관리시스템(MES), 품질관리시스템(LIMS), 창고관리시스템(WMS) 등을 새로 구축할 계획이며, 컴플라이언스 이슈인 컴퓨터시스템밸리데이션(CSV) 컨설팅도 계속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중외제약이 신약 개발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만큼 내년에 프로젝트관리시스템(PMS) 도입도 검토 중이다.

 이 대표는 “기존의 연구지원 툴은 팀내에서 공유할 수 없는 구조였기 때문에 협업 환경을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여러 명이 동시에 진척관리를 하고, 연구 결과를 논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내년 상반기에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안 관련해서는 이미 제약업계 최초로 2007년 서버기반컴퓨팅(SBC)를 도입해 연구정보, 개인정보와 같이 중요한 자료를 중앙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직원들의 역량 강화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조직도 변경했다. 기존에는 외부 사업과 내부 사업을 담당하는 직원이 나눠져 있었지만 지금은 기술, 기능별로 양 사업을 모두 지원할 수 있는 매트릭스 구조로 바꿨다. 예를 들면 데이터베이스(DB) 전문가는 필요할 때마다 내외부 사업을 모두 지원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었다. 그는 또 직원들에게 항상 겸손의 자세를 강조한다.

 이 대표는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려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항상 겸손한 자세로 지속적으로 배워나가는 모습으로 기업을 성장, 변화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중외정보기술의 향후 10년은 단순한 솔루션 공급자가 아닌 서비스 공급자로 성공시킨다는 계획이다. 이에 최근에는 그간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보안, 네트워크 등의 컨설팅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이정하 중외정보기술 대표는

 1990년 한성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미국 아이오와대학교 산업공학 학사를 취득한 후 첫 직장으로 중외제약 경영정보팀에 입사했다. 이후 일본 제약사인 키세이(KISSEI)사에서 1년 넘게 경영기획 관련 연수를 받은 뒤, 2004년부터 (주)중외 수액연구소 수석상무로 지냈다. 중외정보기술 대표로는 2006년 1월부터 임명됐고, 지금까지 중외그룹의 최고정보책임자(CIO) 역할을 하고 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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