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세상읽기] 지구에서 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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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세계의 신비를 소재로 한 명작 더문.

 전홍식 SF&판타지 도서관장 sflib2008@gmail.com

 얼마 전 달의 남극 근처 한 분화구에서 물이 발견되면서 달 개발을 향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달을 개발해 인류의 영토로 선언할 날도 그다지 머지않았다고 한다.

 우리가 달을 정복해 인류의 영토로 선언하려면 우리는 그곳을 다시 향해야 한다. 그것도 고작 며칠간 머무르다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계속 머무르며 숙소를 건설하고 관광 유람이 아닌 인류에게 도움이 될 무언가를 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달로 향하는 일은 인류에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만화 ‘문라이트 마일’에서는 달에 존재하는 헬륨3라는 핵융합 발전의 연료를 노리고 미국과 중국이 경쟁하는 이야기가 소개된다. 헬륨3는 태양풍에 섞여 날아오는 물질인데, 지구에는 매우 적은 양이 존재하지만, 달에는 그것이 지천으로(앞으로 인류가 1만년 정도 쓸 수 있는 양) 깔려 있다.

 달의 유용성은 오직 자원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저중력의 달에서는 ‘기동전사 건담’에 등장하는 강력한 초합금 루나 타이타늄처럼 지구에서는 만들 수 없는 수많은 물질을 생산할 수 있으며, 다채로운 저중력 실험을 진행할 수 있다. 여기다 일부 환자들은 좀 더 수월하게 치료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더욱이 중력이 약하고 대기가 없는 달은 우리가 지구권을 떠나 화성이나 목성 같은 더 먼 곳으로 나아가기 위한 전초기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달에 사람을 보내 항구적인 기지를 세우고 머무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달 표면은 진공 상태며, 낮과 밤의 온도차가 수백도에 이른다. 진공인 만큼 우주의 방사능에 그대로 노출돼 백혈병 같은 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게다가 때때로 떨어지는 운석은 거의 재앙과 같은 피해를 안겨줄 수 있다.

 중력이 약하다는 것은 한편으로 도움이 되지만, 또 한편으로는 큰 문제가 되기도 한다. 중력이 약하면 몸에 부담이 덜한 만큼 근육과 뼈가 약해지고, 병에 걸릴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이다.

 만화 ‘프라네테스’에서는 달에서 태어나고 자라난 한 소녀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달의 중력이 약한 만큼 성장이 빨라 10대 초반의 나이에 어른처럼 보이지만, 그 몸은 달의 6배에 달하는 지구의 중력을 견딜 수 없기 때문에 달에서 떠나지 못하고 살아야 한다.

 이처럼 달에서 태어난 이가 아니라도 달에 지나치게 오랫동안 머물면 심장이 약해져 지구로 돌아오지 못하는 몸이 될 수도 있다.

 달에서는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고 재활용해야 한다는 점도 어려운 문제 중 하나다. 달에서 물이 발견됐다고는 하나, 그 물은 같은 무게의 금보다(아니, 다이아몬드보다?) 귀한 것인 만큼 함부로 쓸 수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달에서는 건설용의 시멘트조차 물을 섞지 않고 만들어야 하며, 그 밖에도 모든 것을 자급자족해야 한다(달에는 철도 부족하다).

 ‘프라네테스’에서는 골초인 선장이 담배를 피우지 못해서 괴로워하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이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대기가 없는 달에서는 공기 역시 재생해야 하는데 담배연기 같은 물질은 정화하는 데 막대한 에너지와 비용이 필요하니 말이다.

 이처럼 수많은 작품에서는 달에서의 생활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한편으로 ‘어렵다’는 이유로 달 세계 진출을 포기하는 장면은 절대로 나오지 않는다.

 분명 달로의 여행, 그리고 달 세계 정복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포기하지 않는 한 반드시 실현될 것이다. 오래전 SF에서 소개한 상상이 하나씩 실현됐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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